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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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사냥꾼

사회의 그늘진 곳에 암약하는 악마를 찾아내 처단힌다.

그리고 베아트리스는 상당히 잘 나가는 사냥꾼이었다.

무엇보다도 경력이 5년 이상인 악마 사냥꾼은 이 바닥에서

보기 힘든 존재였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냥꾼들은

1년을 넘기지 못 하고 죽었으니까.

그 날도 베아트리스는 의뢰를 완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악마 세 마리를 상대하는 의뢰였기에 힘들었지만 그녀는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정부에서 청부한 의뢰였기에

보상금도 상당했고 되도않는 이유로 금액을 후려치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집 앞에 도착한 베아트리스의 입에서는 쌍욕이 튀어나왔다.

"씨발, 이건 또 뭐야?"

어린 소년이 누더기를 입은 채로 집 문 옆에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소년의 머리에 달린

뿔이었다. 비록 한 쪽은 깔끔하게 잘려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소년이 무엇인지는 파악할 수 있었다.

"인큐버스...?"

사실 인큐버스나 서큐버스같은 몽마들은 비교적

암거래가 많이 이루어졌다. 어떤 용도로든 쓸모가 있었고

전투 능력 또한 별로 뛰어나지 않아 적당한 계약으로

묶어놓기만 하면 성욕 처리용으로 사용하든 뿔과 뼈를

잘라내 약재로 쓰든 돈이 되는 종족이었다.

보아하니 근처 암시장에서 팔릴 뻔한 하급 인큐버스 같았다.

"이거...얼마 안 있으면 뒤지겠는데?"

인큐버스의 생태는 특이하다. 정기를 흡수할수록

신체가 성장하고 뿔도 커진다. 나이가 많아도 정기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다면 어린아이가 되고 만다.

그라고 오랫동안 어린아이인 상태로 지내면 결국 죽는다.

그런 의미에서 눈 앞에 있는 인큐버스는 죽기 일보직전

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어린아이였고

뿔 크기도 손톱만한 게 다 죽어가는 듯 했다.

"...기분 좋은 날이니까, 살려준다."

인큐버스 꼬마를 들쳐매고 집으로 들어간 베아트리스는

냉장고에서 위스키 한 병과 서큐버스의 뿔 하나를 꺼냈다.

위스키를 커다란 얼음과 함께 잔에 따른 그녀는 서큐버스

의 뿔을 소년에게 휙 던지며 말했다.

"먹든지 흡수하든지 해라. 그리고 내일 나가."

소년을 뒤로 한 베아트리스는 팬티바람으로 거실에서

위스키를 퍼마시다 쓰러지듯 잠들었다.



다음 날, 깨질 듯 아파오는 머리를 붙잡고 일어난

그녀의 앞에 누군가 라면과 이온음료를 가져다 주었다.

"일어나셨나요?"

이제까지 들어 본 목소리 중 단연코 가장 감미로운

목소리였다. 잠시 머리가 아픈 것도 잊고 멍하니

그 목소리를 감상하던 베아트리스는 뒤늦게

깜짝 놀라며 소파 밑에 던져 둔 총을 집어들었다.

"씨, 씨발! 뭐야?"

그리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완벽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한 남자였다.

여자치고는 꽤 키가 큰 그녀보다도 머리 하나 이상은

커 보이는 키, 부드럽고 긴 흑발에 잘 생긴 이목구비와

조각같은 몸을 지닌 남자였는데 머리에 달린 한 쌍의

뿔이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흑요석으로 만든 듯 은은한 광택을 내며 모양 좋게 말려

있는 뿔을 본 베아트리스는 그제서야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너...너! 어제 그 인큐버스 꼬마!"

"네. 당신께서 주신 서큐버스의 뿔 덕분에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인큐버스는 약간 뒤로 물러나 인사하며 말했다.

"...근데 그, 옷을 왜 다..."

"제가 당신의 속옷을 입을 수는 없지 않나요?"

인큐버스는 그녀의 팔뚝보다 조금 작은 자지를

드러낸 채로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주인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네?"

"이래 뵈도 고위 인큐버스입니다. '여러 모로'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오지마! 야! 내가 주인이라며!"

-개처럼 따먹히기 하루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