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아버지께서 악마한테 당해 정신을 잃으셨다.


한밤 중 화장실에서 볼일 보시는 틈을 타 휴지를 훔쳐 달아났다.

여분의 휴지가 없던 아버지는 정신을 잃으셨고, 그대로 아침까지 화장실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두 달 전, 형이 악마한테 당해 폐인이 되었다.


아침에 이를 닦던 도중, 칫솔로 혀를 쓸고 있는 틈을 타 목젖을 건드리고 달아났다.

그대로 아침을 전부 게워 낸 형은 공복을 이기지 못해 직장에서 도시락을 까먹다 혼났다.


일주일 전, 여동생이 악마한테 당해 방구석 침대지키미가 되었다.


한밤 중 목이 말라 정수기로 가는 틈을 타 그 길목에 레고 조각을 던져놨고, 여동생을 그걸 그대로 밟아버렸다.

그 후로 여동생은 "이불 밖은 위험해" 라며 이불로 몸을 말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내가 악마한테 당했다.


점심 늦게까지 자는 것을 노리고, 일어났을 때 장딴지에 쥐가 나는 마법을 걸어 놨다.

그렇게 나는 내 피를 노리던 모기에게 다섯 방 물리고 피가 나도록 긁었지만 결국 해결되지 않았고, 깜찍한 캐릭터가 그려진 모기 밴드를 붙였다.


간악한 악마놈들은 모조리 척살해야 한다.



그냥 갑자기 생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