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하하하하하!"

"그걸 진짜로 믿었어?"

배꼽을 잡고 쓰러질 듯이 웃는 그녀.


"이익... 진짜 너...!"

나는 속았다는 사실에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분노했다.


그녀는 늘 이런 식이었다.


저번에는 자기가 UFO를 봤다면서 합성된 사진을 진짜 인냥 가져 오질 않나

어제도 짐을 한가득 옮겨야 한다고 해서 도와주려고 박스를 들어 올렸더니 개구리 모양 장난감이 튀어나와 나를 놀라게 했다.


믿질 않으니 내 친구까지 고용해서 나를 속이고 있다.

내가 매번 다시는 속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그녀에게 속을 수 밖에 없도록 기상천외 하게 나를 괴롭힌다.


"아하하하... 진짜 웃기다 너."


어찌나 웃었는지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앞에서 일부로 한껏 정색하면서 차가운 말투로 내뱉었다.


"하나도 안 웃기거든?"


그녀는 내 정색한 표정을 보자 입을 손으로 가리며 웃음을 숨기는 듯 했지만 

여전히 가린 손 너머로도 키득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불쾌해'


나는 몸을 휙 돌려 부실로 돌아갔다.

화가 난 빠른 걸음으로 부실로 향하자  그녀는 종종 걸음으로 내 뒤를 쫒아왔다.


"자기가 힘 잘 쓰니까 맡겨두래"

내 말투를 흉내 내면서 자꾸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나는 그녀의 행동에 약간은 화가 났다.

매번 그냥 넘어 가주니 이런 장난을 자꾸 치는 것이다.

처음 만난 유치원 때부터 그녀는 매번 이런 식이다.

매사가 장난이야 아주. 


부실에 도착한 나는 그녀에게 내가 화가 났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몸 동작을 크게 했다.

걸상을 큰 소리가 나게 내빼고는 털썩 앉았다.


그런 내 행동에 그녀도 약간은 당황한 듯 말이 적어졌다.


나는 그녀와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근처에 있는 책을 펼쳐 읽었다.


그녀도 내 기분이 평소와 같지 않다는 걸 눈치챘는지 조용히 내 맞은편에 앉아서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조용한 정적이 부실을 가득 채웠다.


책을 펼쳐 읽은 지 30분이 조금 넘었을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있잖아, 내가 만약에 3개월 뒤에 죽는다고 하면 어떨 것 같아?"


또 또 그새를 못 참고 장난을 치려고 빌드업을 쌓고 있다.

매번 당하기만 하는 내가 아니다. 

이럴 때 일수록 강하게 나가야지.


"기쁠 것 같은데?"


내가 무표정한 얼굴로 툭 내뱉자 그녀는 입을 조금 열었다가 닫았다.

마치 말을 하려다가 목구멍에서 무언가가 막힌 듯한 표정이었다.


"헤헤, 그런가...?"


그런가는 무슨 그런가야. 

죽지도 않을 거면서 저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악질이라니까.


나는 읽던 책 너머로 힐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슬픈 눈으로 고개를 떨구고 책상 아래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무관심하게 책에 시선을 두고 있다고 생각 했는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몸을 약하게 들썩거렸다.


"뭐야, 너... 우는거야?"


당황한 내가 물어보자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더 강하게 떨었다.


"ㅇ, 야 미안해 그게 나는 그러니까 네가 또 장난 치려는 줄 알고 그게..."


당황해서 말이 길어졌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급하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자 그녀의 들썩이던 몸이 뚝 하고 진동을 멈췄다.

그리고 그녀는 손바닥을 짝 하고 치며 환하게 웃으며 내 쪽을 바라봤다.


"짜잔~ 뻥이지롱~ 안울지롱~"


나는 또 그녀의 장난에 속고 말았다.


"너 진짜...!"


싫은 말을 하면서도 그녀가 울지 않는다는 사실에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넌 진짜 잘 속네."


키득거리며 또 다시 나를 비웃는 그녀에게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넌 거짓말만 하니까 속이 편하겠다 응?"


"아냐, 나도 가끔은 진실을 말하는데?"


"가령 예를 들어 방금 한 말중에도 진실이 있었다고 하면 믿을까?"


그녀가 말하는 진실은 대부분 나에 대한 비웃음뿐이었다.

분명 방금 말한 '내가 진짜로 잘 속는다.'라는 말이 진실이리라.


"무슨 진실, 내가 잘 속는다는 거?"


그녀는 약간 놀란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안도한 표정으로 빙긋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넌 아직 한참 멀었구나?"


나는 그때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3개월 뒤에 수척해진 그녀가 환자복을 입고 병원 침대에 누워 '또 속았네'라고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장난을 치는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