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아 오늘 리뷰할 소설은 "우가리스탄 : 정보 분석가의 민간정보전(첩붕이 저)"임.


장르 : 첩보/밀리터리.


1. 어떤 소설인가?

통칭 우가리스탄. 


영국계 PIC(민간정보회사 : 정보기관의 민간기업 버전)에서 분석가로 근무하는 한국인이 저술한 책으로, 실제 현장 경험에 상상력을 덧붙여 창조한 팩션(faction) 소설임.


장르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첩보물이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007식의 첩보(물리)는 절대 아님.


오히려 주어진 첩보를 수집해 분석하여 정보를 생산하고, 어떤 조처를 할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하는 첩보물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음.


작가 본인이 유럽에서 유학하며 국가정보학을 전공했고, 또 동유럽-북유럽-아프리카를 오간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고증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임.


※웹소설이 아니라 종이책임.



2. 간략한 줄거리.


우가리스탄은 작가 본인을 투영한 자전적 소설로, 소설을 이끌어가는 등장인물은 작가 본인과 직접 만난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왔음.


일단, 우가리스탄의 주인공(이하 "서전트(병장)"으로 서술)은 영국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의 정보기관인 GCHQ산하 업체에서 근무했던 인물임.


이게 과거형인 이유는, 서전트가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아 직장에서 해고됐기 때문임.


서전트는 급격히 불어난 소득수준을 감당하지 못하고 향락에 빠지게 됨.


개씹창난 런던의 부동산 가격을 고려하지도 않고 값비싼 아파트로 이사하고.

카지노와 고급 클럽에서 돈을 흥청망청 쓰고.

심지어 술과 도박에 취해 식사도 잊고 배팅하는 삶을 살게 됨.


서전트는 향락에 취해 건강을 해치고, 업무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결국 회사에서 해고당하며 촉망받던 인재에서, 순식간에 직장, 건강, 돈, 열정, 꿈, 희망, 모든 것을 잃어버린 병신폐급으로 전락해버림.


 

하지만 순애보 여자친구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서전트는 폐급 생활을 청산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새로운 직장을 찾기 시작함.


비록 알콜-도박 중독, 불성실한 업무태도로 업계 평판이 씹창난 바람에 좋은 회사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대학원 동기들에게 도움을 청한 끝에, 서전트는 레드 엘크 인텔리전스라는 회사의 문을 두드리며 이야기는 시작됨.


3. 장점.

앞서 설명했듯 우가리스탄은 실제 현장 경험에 상상력을 덧붙여 창조한 팩션(faction) 소설임.


즉, 다른 건 몰라도 고증만큼은 완벽에 가깝다는 소리임.


당장 작품의 배경이 되는 "우가리스탄 연방"은 수단을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을 섞어서 창조한 가상의 국가이고


현실에 기반을 두고 세밀하게 구성된 조직과 단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를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됨.


물론, PIC 종사자 답게 실무와 관련된 장면 역시 현실적인 묘사로 가득함.





두 명의 분석가(주인공인 서전트, 그리고 케이티)의 대화에서 볼 수 있듯, 소설은 철저하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첩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정보를 생산하는 형식으로 진행됨.


우가리스탄의 첫 번째 매력 포인트는 바로 이 치밀한 구성과 사건전개임.


서전트와 주변인물들은 정보분석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고, 왜 이런 전개가 나오는지, 왜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건지,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인식시킴.


물론






중간 중간 등장하는 정보학 관련 용어들은 친절하게 주석으로 달아 설명해주기까지 함.


이 친절함이 바로 우가리스탄의 두 번째 매력 포인트임.


작가는 등장인물의 분석과 대화를 통해 사건의 전개를 독자에게 인식시키고,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첩보물을 설명과 유머코드를 섞어가며 최대한 친절하고 익살스럽게 표현함.


그래서 독자는 어느 순간부터 소설을 읽는 전지적인 관찰자가 아닌, 소설 속으로 들어가 서전트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됨.


치밀한 고증과 오밀조밀한 구성, 친절한 설명과 긴장을 해소하는 유머.


하나하나의 독립적인 요소가 잘 어우러져,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첩보물을 가장 매력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우가리스탄은 종이책임에도 불구하고 웹소설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듦.



4. 단점.

우가리스탄의 한계는 명확함.


일단 007처럼 액션이 주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액션을 기대하고 소설을 읽는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음.


물론 액션이 아닌 첩보에 방점을 찍고 소설을 읽는다면 아주 흥미롭게 완독할 수 있겠지만, 정보전이 주가 되는 첩보물의 특성상 사건의 전개가 장붕이들이 좋아하는 웹소설에 비해 매우 느림.


쉽게 얘기하면 소설을 읽다가 지칠 수도 있다는 말임.


그리고 정보기관이나 정보전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아예 없다면 소설을 이해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우가리스탄의 묘사가 인프라가 발달된 대한민국의 현실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음.


또한, 소설의 배경은 "민간정보회사"지 "정보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우가리스탄에서 등장하는 정보전과 정보업계에 대한 묘사는 철저하게 PIC를 기준으로 하고 있음.


코난의 배경이 사설탐정이지 경찰 수사관이 아닌 것처럼,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민간정보회사는 정보기관과 엄연히 차이가 존재함.


그냥 단순히 생각해봐도 민간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의 현실과, 정부기관에 다니는 공무원은 실무나 업무 환경 자체가 확연히 다르잖아?



하지만 첩보물에 관심이 많고, 첩보(물리)에 질려 현실적인 묘사로 가득한 소설을 찾아 헤매는 장붕이라면 반드시 우가리스탄을 읽어볼 것을 권함.


정통 첩보물 좋아하면 우가리스탄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테니까.




혹시 종이책이라 사는 게 부담스럽거나, 읽고는 싶은데 어떤 내용인지 감이 오지 않으면, 저자가 직접 작성한 우가리스탄 시리즈 모음집을 읽어보는 걸 추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