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탑의 마법사들은 나를 무시했다.

'괴상한 학문에 파묻힌 멍청한 늙은이'

그런 것이 내 수식어였으니.

허나 진리를 연구하는 것에 후회는 없다.

후회가 있다면 다른 쪽이겠지.

이 세상의 진리를 추구한다는 마법사들이, 같은 진리의 길을 걷는 나를 배척했기에, 성과를 거두어도 돈을 받지 못했던 것.

그 때문에 아내가 병마로 숨진 것.

아내를 묻어두었던 묘지가 네크로맨시로 더럽혀진 것.

하나 뿐인 아들이 열살도 되지 않아 제국의 병사로 징집되어 식물인간이 된 것.

그를 고쳐보고자 마탑에 요청했으나 아들이  '치료' 목적으로 갖가지 실험을 당해야 했던 것.

그런 것들이 한스럽고 울분으로 남아 있었으나, 이제는 별 의미 없는 이야기다.

1년 전, 자신이 다른 세상에서 왔다 말하는 소년의 도움으로 이 세상의 진리를 집대성 했으니까.

필요한 몇가지들은 지하도시 드베르하임의 드워프들에게 받아놓았다.

이 오만하고 비정한 세상에

진리란 무엇인지 일깨워주리라.

붉은 여명이라는 같잖은 별명의 대마법사도,

암흑가를 휘젓는 흑마법사들도,

구역질나는 제국의 황제도.

가장 진리에 근접한 '물리학' 앞에

자신들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닫겠지.

아아, 신이시여.

저는 이제 세상과 함께 그곳으로 갑니다.

부디 이 폭탄의 위력이, 제국과 마탑을 무너트리는데에 부족함이 없기를.

...

마지막으로 비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