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정난 짐승이라고?

하! 수인을 보고 그 따위 말이나 하다니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

그런 건 전부 문화 차이일 뿐이야.



수인의 거주지라고 하면 무엇부터 떠올라?

풀 한 포기 없고 건조한 모래로만 가득한 사막이잖아?



다시 말해 그 뜨거운 햇빛을 피할 곳이 없어서 엄청 건조하고 덥다는 의미야.



아무리 환경 적응력이 좋고 활동적인 몸으로 태어난다고 한들, 그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는 어떤 것도 답이 없다고.


태어났을 때부터 잘 때도, 먹을 때도, 사냥할 때도 땀이 비오듯 쏟아져서 털이 젖어버리는데 찝찝해서 어떻게 안 벗고 배겨?



온종일 찝찝한 걸 느낄 바에야

차라리 털을 조금 잘 관리해서 최소한의 약점만 가리고

감염 등 노출의 단점을 재생력으로 수습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잖아?



그렇게 다들 털만 믿고 훌렁까고 다니고.

그게 일상적이 의복이 되어버린 바람에.

옷을 입으면 도리어 불편하고 께름칙한 상황까지 오게 된 거라고.



결코 우리 종족이 노출광 같은 게 아니란 말이야.



뭐?

더위에 영향을 안 받는 수인?

변종이라도 태어난 거겠지.

털 달린 수인으로 태어난 이상 더위에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한 거야.



아무리 수인이라도 인간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뜨거운 피가 흐르는데 우리가 무슨 드래곤도 아니고

극단적인 환경을 어떻게 그냥 몸으로 버텨?



번식욕구?

인간과 다르게 발정기가 있긴하지.

하지만 그래봐야 평범한 수준이야.

굳이 인간 기준으로 따지자면 살짝 많은 편이지.



오히려 인간의 월경 주기가 우리보다 살짝 적은 게 더 신기한 거 아니야?

솔직히 그 답없는 환경만 아니었다면 우리도 발정기 같은 건 없었을 걸?

생각해봐, 하루에도 몇 마리씩 픽픽 죽어나가는데.

죽는 것보다 많이 낳아야 어떻게든 개체수가 유지되지 않겠어?

자연스러운 적자생존의 결과라니까?



물론 그것과 별개로 성욕은 인간과 비교 가능한 수준이긴한데.

밤이 되면 엄청 추워지는 환경이라 어쩔 수 없다보니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몸을 비비면 조금 더 따뜻해지니까.

쾌락도, 온도도 챙길 겸 밤일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시간이

아주 조금 더 많아지긴 해.



인간들도 살아가다보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들이 있잖아?

생존을 위한 수인들의 성질이 빠르게 희석된 데는 이런 이유도 있어.



더군다나 야성 넘치기로 유명한 우리의 몸은 쾌락과 행동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데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지 않아.

수인의 본능이란 그런 거니까.



그러니까 제발 번식 관련 지식 같은 천박함은 서식지 환경과 기본적인 경험 누적으로 인한 개인의 차이로 해석해줘.



고작 이 정도를 종족의 차이로 치부할 거라면.

그쪽 중년들도 발정난 짐승새끼들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잠깐, 어디가?


계속 설명했잖아?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절대 짐승같은 게 아니라니까?

문화 차이로 오해가 많이 쌓인 것 뿐이야.



첫 만남부터 탐스러운 꼬리를 포함해 내 몸을 구석구석 흘끗거리던 걸 눈치챌 정도의 감각과 함께,

한밤중에 다른 동료들 몰래 해소하려던 욕구를 이해해줄 뿐만 아니라.

선뜻 도와주려는 선심까지 있는 수인을 상대로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야?



우리는 에로프 같은 발정난 음마가 아니야.

다른 모험가들 사이에서 무슨 소문이 퍼졌는지는 몰라도.

여성 수인의 주식은 절대... 츄릅, 아기씨 따위가 아니야.



함께 여행하는 동안 계속 봤잖아?

평범하게 고기를 뜯었잖아?



물론 취향의 차이나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조금 다를 수는 있어도.



또 어디 가려는 거야?



아, 알겠어. 인정할게.


하지만 이것도 들어보면 알겠지만.

오해의 여지는 있을지 몰라도 이 또한 하나의 문화 차이에 불과해.



날 봐.

우리는 인간보다 근육량도 많고 지방량도 많지만.

한 번 사냥한 이후에는 오랜 시간 굶주림을 참아야한단 말이야?

그러니 단백질 섭취에 눈독 들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라니까?



더군다나 우리는 황폐한 벌판에서 받은 가르침으로

한 번의 사냥으로 얻은 모든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문화가 있기 떄문에 섣부른 낭비를 굉장히 꺼려.



그래서 네가 변소에 내다 버리려던 영양분을 십분 활용하려는 것 뿐이고.



그리고 적령기의 암컷 수인이라면.

특정 냄새가 취향일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아니, 아니라니까?

도대체 우리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한 번 겪어본 게 있어서 수인은 인간에게 해를 끼칠 정도로

어리석지도, 잔인하지도 않아.



우리는 비둘기나 박쥐새끼들과는 다르게.

문란하게 아무나, 여러 사람을 건드리지도 않고.

남자가 힘들다고 할 때마다

탐스러운 꼬리를 내주면서 힐링을...



후... 이것 참.

역시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힘겹기 짝이 없다니까.

설마 한참 설명하는 도중에 냅다 도망치려할 줄은 몰랐어.



마비 침까지 동원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참으로 안타깝네.



무슨 말이야?

나 원래 이렇게 웃는 상이었어.

이런 상황이 뭐가 마음에 든다고 웃겠냐?



적과 마주할 때는 한없이 든든하고.

등 뒤를 맡길 때는 잡아먹...아니, 항상 믿음직스럽고.

내가 인간 사이에서 발정... 아니 불편을 느낄 때마다.

매번 나서서 도와주던 순박한 수컷이.



내 밑에 깔려서 무력하게 농락당하면서도

나와의 신체접촉으로 활기찬 자지님을 빳빳이 드러낸 꼬락서니를 보고 미소 지을 이유가 어디있겠어?



그만해.

저항은 무의미해.


기왕 입까지 마비된 거.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라도 더 이상 저항하지마.


인간들 사이에서 순서나 반지가

무슨 의미를 가졌는지는 몰라도

처음에 말로 했을 때 순순히 따랐으면 좋았잖아?



언어를 통한 설득은 항상 머리가 아프다니까?

그냥 몸으로 하면 되는데 왜 굳이 말로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몸을 쓰면 이렇게 쉬운데 말이지.



아, 걱정하지마.

다른 년들 깨기 전에는 놓아줄게.


우리 둘만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는 않거든.


무엇보다도 그전에

설득이 끝날 예정이니 말이니까...

동이 틀 무렵에는 이어서 해달라고 애원하게 될지도 모르곘네?


후후...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는 매일 밤

기꺼이 문화교류 증진에 매진할 생각이니

너무 걱정하지마


그럼.

잘먹겠습니다하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