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됐다.

[의인화]라는 스킬을 써봤을 뿐인데...

우리집 선풍기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왜그러세요? 주인님, 하루종일 같이 있고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래도 벌써 11월이라고... 슬슬 춥단말이야. 떨어져!"


"시... 싫어요! 또 겨울 내내 먼지투성이 창고에 들어가 있는건 정말 싫단말예요... 


혹시 제가 질리신거라면, 저, 저기, 이걸..."


선풍기는 얼굴을 붉히며 작은 선물상자를 내밀었다.


"이게 뭔데?"


"제, 제 리모콘이예요... 센터에 연락해서 재발급받았어요. 이걸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주인님과 함께... 헤헤.

그리고 잘 보시면 숨겨진 기능도 사용할수 있어요."


"숨겨진 기능?"


"네. 그게... 에코 모드라던가, 자연풍이라던가... 아니면 야, 야간...♡"


심하게 붉게 달아오르는 선풍기의 얼굴.

하지만 내 얼굴은 반대로 새파랗게 달아올랐다.


'씨발... 벌써 야간모드에 돌입한거 아냐?'


다리를 베베 꼬고 있는게 어쩐지 불길했다.

난 이대로 선풍기에게 처음을 바치게 된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런 선풍기의 말을 가로막는 사람이 있었다.


"어이, 제조된지 삼년 넘은 중고 걸레년은 거기까지 하시지?"


"넌 또 누구야?"


"주인님, 날 못알아보는거야? 바로 지난주에, 함께 얼싸안고 기뻐했잖아. 이번 겨울은 따끈따끈하게 보낼수 있다면서. ... 이렇게!"


그리고 그 여자는 구릿빛 피부를 맞대며 내 팔에 가슴을 짓눌러 왔다.

풍만하고 부들부들한 느낌.

그리고 후끈하고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온기!


"이... 이건!"


난 눈치챌수 있었다.

이건, 지난주에 야설 집필 사이트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온풍기였던것이다...!!


선풍기는 곧바로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주... 주인님?! 이 화냥년은 대체 뭐죠? 올해 겨울도, 다음 여름도... 쭉 저랑만 함께한다고 했잖아요!"


"하, 미안하지만 넌 한물 갔어. 주인님한텐 너같은 고물은 이제 방해만 될 뿐이야. 분위기 싸하게 만들지 말고 꺼지라고."


"그, 그런... 말도 안돼..."


내가 당황한 사이 선풍기가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말려야하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어 주춤했지만, 역시 눈물때문에 두꺼비집이 누전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난 조용히 선풍기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타일렀다.


"야, 괜찮아. 혹시 휴대폰 충전단자에 물기 말릴때라던가... 간간히 꺼내서 써줄테니까 기운 차려."


"... 꺼야.."


"뭐?"


"... 죽여버릴꺼야... 흑... 자는사이에 죽여버릴꺼야..."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선풍기는 어느새 차가운 눈빛으로 냉기를 흘리며 날 쏘아보고 있었던것이다.


"야, 야 왜그래!"


"주인님... 제가 뭐가 어때서 그래요? 전... 전 밤새도록 주인님을 위해 일했는데... 질리도록 사용되고 이런식으로 버려지다니, 너무해... 너무해요..."


"자, 잠깐 기다려! 진정하라니까? 아예 버린다는게 아니라..."


"저... 전 회전기능도 연습했단말이예요!!"


'회... 회전 기능?!'


쿠궁...!

대체 그게 무슨말이란 말인가?

당황스럽긴 했지만, 묘한 상상이 스쳐지나가 난 행동을 멈춰버리고 말았다.


볼록해진 내 고간을 내려다보고 선풍기는 옅게 미소지었다.


"아하... 역시, 주인님, 절 완전히 잊으신건 아닌 모양이군요. 이쪽으로는 절 기억하고 있어...♡ 좋아요. 그럼 주인님이 마음을 바꾸실수 있도록, 확실하게 각인시켜드릴게요."


"잠깐, 이건 생리현상이라고... 멈춰, 전원 꺼! 끄라고!"


"왜그러세요. 언제나 목욕하고 난 뒤에 제가 부드럽게 어루만져드렸던곳이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처음엔 약풍으로 해드릴테니까..."


"크아앗... 선풍기 힘이 너무 쎄! 온풍기, 도와줘!!"


내 바지를 잡아당기는 선풍기의 우악스런 손길에 당황하여 소리쳐봤지만, 온풍기는 내 팔을 붙잡고 오히려 날 제압하는게 아닌가?


"미안해, 주인님. 생각해보니까, 나도 다음 여름이 오면 버려질것같고... 


그럴바에는 선풍기랑 같이 주인을 만족시켜주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렇게 하면 아무도 버려지지 않는 행복한 세상이 완성되는거겠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것만 같았다.

아니, 선풍기랑 온풍기가 24시간 동시 풀가동한다고?

씨발, 전기세는 누가내!!


'아니지, 그 전에 100프로 말라죽는다!! 젠장! 생각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생각해!!'


같은 풍자돌림 아니랄까봐 어느새 단합해버린 이 미친년들에게 맞설 방법.

단 한가지 미친 생각이 떠올랐지만- 지금 내가 할수 있는건 그것 뿐이었다.


"으아아아! [의인화]!!"


그건 바로 [의인화] 전 개방!!

내 스킬이 발동하자 내 몸에서 마구잡이로 빛이 뻗어나가 내 주변을 온통 뒤덮기 시작했다.


"꺄악! 눈부셔...!!"


"무슨짓을 하는거냐, 주인, 머, 멈춰!!"


--------... ..


이윽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빛에 둘러쌓여 정신을 잃었던 나는,

푸른 초원 위에서 눈을 떴다.


"헉... 헉, 뭐야, 미친"


푸른 초원.


맑은 하늘.


서둘러 몸을 살펴보았지만 옷도 모두 제대로 입고 있는것 같았고, 더럽혀진 구석도 없는듯 했다.


"근데 여긴 어디야?"


[의인화]스킬을 극성으로 사용했을 뿐인데 이런곳으로 텔레포트 하다니? 내 스킬이랑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결과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어났는가?"


하지만, 등 뒤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검을 닦던 소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뭐, 뭐야! 깜짝이야..!"


"너무 놀라지 마라.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널 해치려고 했다면 진작 해칠수 있었겠지."


무뚝뚝한 말투로, 날 안심시키려는건지 담담히 말하는 소녀.

확실히 얼떨떨하긴 하지만... 저 말대로 생각해보니 맞는말인것 같기도 해서 난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리며 소녀에게 다가갔다.


"어... 미안해. 근데 넌 누구야? 여긴 어디지...? 혹시 내가 어떻게 여기 온건지 너, 뭐 아는거 있어?"


소녀는 잠시 말 없이 칼을 닦더니, 여전히 담담하게 대답했다.


"넌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은."


"아니 뜬구름 잡는 소리하지 말고 대답을 해달라고. 넌 대체 누구야? 여긴 어디야?"


"진짜 모르는가?"


소녀는 슬쩍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뭐지? 대체 뭘 모른다는거지? 날 놀리나?


"모른다!"


아무튼 난 모르니까 모른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러자 소녀는 한숨을 내쉬며 담담하게 말했다.


"난 콘돔이다."


개소리를.


"어? 뭐? 잘못들었는데?"


"콘돔이다."


"콘돌?"


"콘돔이다."


"이름이?"


"존재가."


너무나도 담담하고, 당연하다는듯이 미친소리를 하는 소녀의 말에 난 입을 벌렸다.

아니, 설마...

아니겠지?


갑자기 불안한 상상이 떠올랐다.


두려움을 잊고자, 난 악을 쓰듯 소리치며 물었다.


"아니... 그러니까, 설명을 해달라고! 니가 그... 그거면, 여긴... 설마?"


"그렇다."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결코 잊지 못할, 충격적인 말을 입에서 꺼냈다.


"여긴 네 능력이 창조해낸 세상. [우리 집]이다.

그리고 난 정조를 지켜달라는 네 소망에 응답하기위해 찾아왔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 - - - -


라는 내용으로 사거리를 벗어나서 능력을 해제하기위해 [현관문]을 찾아 의인화 판타지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집안 물건들한테 따먹힐까 말까 콘돔이랑 순애 썸타는 내용으로 연재해주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