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3가지 관문으로 나누면 일단 첫번째 관문은 대학졸업이겠지?"


"아니지 임마, 대학은 취직하려고 하는건데"


"그럼 첫번째 관문은 취직"


"응"


"두번째 관문은 연애"


"아니지 임마, 연애는 결혼하려고 하는건데"


"아니 3포세대 몰라? 연애, 결혼, 출산"


"그럼 그걸 망라해서 출산을 두번째 관문으로 하자"


"아... 쫌 아닌데...?"


"세번째 관문은 노후, 평화로운 노년기를 보내기 위한 준비야"


"그런가?"



 초등학교때부터 알고지낸 부랄친구와 간만에 술을 마시며 삶에 대한 회포를 풀고 있다.

 공부도 연애도 늘 중간정도 해온 나였기에 평범하디 평범한 삶을 사는데

 난 갑자기 이런 내 삶에 싫증이 났다. 


 "야... 매번 고맙다! 전화걸면 나와서 나랑 술마셔주고 내 헛소리 들어주고"


 "친구 좋다는게 뭐냐, 차였다고 너무 풀죽지 말고 어깨피고 살아라"


 아 맞다. 이번에는 내가 3년사귄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만나기로 한거지


 원하는 대학을 합격했을 때, 군대를 전역했을 때, 회사에서 부당하게 짤렸을 때


 기쁠때나 슬플때나 이녀석은 항상 내 곁에 있어줬다.


 이 녀석과 나의 우정 이상의 깊은 유대는 분명 가족과 같은 것이 였을텐데

 요즘들어 계속해서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 녀석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


 "어우 시발 술이 확깨네"


 "뭐야 왜 갑자기 욕을 하고그래, 취했냐?"


 "화장실 좀 갔다올게"


 "아~ 이 새끼 취했네 같이가 나도 마려워"


 "꺼져 시발롬아! 따라오면 죽는다."


 계집애도 아니고 화장실을 따라오려는 친구에게 으름장을 놓고 열쇠를 챙겨 가게밖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소변기 앞에서 힘을 푸는데


"여기 TS알약 입니다."


 누군가가 귀에다 대고 작게 속삭였다.


 "어우 시발!"

 하마터면 셀프 골든샤워를 할뻔했다.


 탈탈 털고 난 오줌싸는 사람을 놀래키는 ㅈ같은 취미가 있는 사람을 찾았지만 5평 남짓한 화장실에는 나혼자였다.


 술에 많이 취해서 헛소리를 들었구나 하고 화장실을 나가려는데


 손에 이물감이 들었다.


 설마...


 내가 만진건 내 고추밖에 없는데?


 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펼쳐진 손에는 새빨간 알약이 쥐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