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로 스승님께 따졌다.


금강불괴가 되고 싶어 스승님 밑으로 들어간지 어언 5년.


그런데 스승님은 줄곧 만독불침만 수련시키시고 금강불괴에 대한건 하나도 가르쳐주지 않으셨다.


지금까진 언젠가 가르쳐주겠거니 하면서 참고 참아 왔지만


어제 나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사매가 동강동강불괴를 넘어 은강불괴의 경지에 이른 것을 알았을때 더는 견딜 수 없어 이렇게 따지로 온 것이었다.


"하아...제자야 내 분명 금강불괴에 이르게 해주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예, 분명 처음 입문할 때 그리 말씀하셨죠. 하지만 그후로 줄곧 온갖 독을 주시면서 만독불침만 수련시키고 계시지 않습니까?"


솔직히 이 정도면 그냥 나를 괴롭히려고 하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때였다.


스승님께서 다시 한번 길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이 아둔한 것아, 만독불침이 무엇이냐?"


"그 어떤 독에도 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 그리 알려져 있지. 허면 독이란 무엇이냐?"


갑자기 시작된 선문답 같은 대화.


나는 짜증이 솟구쳤으나 감히 하늘 같은 스승님께 대항하진 못했고 그저 참으며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할 뿐이었다.


"음...섭취하면 해로운 것 일까요?"


"그래, 그렇지. 그런데 말이다, 물이나 소금도 너무 많이 섭취하면 해롭다."


"예?"


"우주만물은 인간이 적정량 이상 섭취하면 해롭다. 그 적정량이 적은 것들을 범부들이 멋대로 독이라 부르는 것 뿐이지."


"근데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신기한 정보이긴한데 알게 뭐냐는 생각이 들어 불퉁스럽게 말하자, 스승님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즉, 만독불침은 정확히 말하면 소위 '독'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들에 내성을 갖는게 아니다. 모든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항상성을 유지하게 해주는거지."


"네? 그럼..."


"네가 생각하는게 맞다. 물리적인 타격만 막아주는 금강불괴나 온도만 막아주는 한서불침과는 차원이 다르게 정말 모든 것을 막아주고 신체를 온전히 유지시켜주지. 같은 만독불침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그 신체에 간섭할 수 없느니라."


즉, 만독불침에 금강불괴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껏 헛된 일을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긴 했다. 하지만...


"스승님의 하해와 같은 깊은 뜻은 잘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굳이 금강불괴가 아니라 만독불침을 가르쳐 주시는 겁니까?"


내가 금강불괴가 되려했던 이유는 이 험난한 중원에서 편안히 살려면 그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금강불괴가 되어 하산하기만 하면 더는 무림 따위와는 관련 되지 않고 살테니 굳이 만독불침까지 배울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애초에 이리 찾아온 이유 중엔 만독불침은 습득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도 있었으니 그냥 어서 금강불괴만 얻어 편안히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내 말을 들은 스승님이 갑자기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리더니 아랫배를 쓰다듬으시며 말했다.


"정말 둔한 것, 여자한테 어디까지 말하게할 속셈이냐. 만독불침은 같은 만독불침이 아니라면 '그 어떤 신체적 간섭'도 막는다 하지 않았더냐. 본좌는 최소 12명 정도는 가지고 싶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