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공은 거친 숨을 내쉬며, 자신 앞에 서 있는 여인을 쳐다보려 애썼다. 그러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고개가 올라가지 않았다.


"어째서, 또다시 사람을 죽인 것이냐..."


긴고아가 자신의 머리를 옥죄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녀를 구하고도 벌을 받는 게 억울해서일까.


"...나는 더 이상, 너와 함께 행동할 수 없다."


오공의 눈에서 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거칠게 내리는 비가 눈물을 가려 다행이었다.


"너는, 이제 내 제자가 아니다. 썩 꺼지거라, 요괴야."


누군가가, 이 모습을 봤으면 평생을 놀려먹었을 거니까. 이렇게 추한 요괴가 어디 있냐면서.


"네 머리의 긴고아는, 네놈의 사악한 마음을 읽고, 점점 조여들어, 결국 너를 죽일 것이다."


그렇게 삼장은, 오공에게 저주를 퍼붓고 떠나갔다. 오공은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먹이며 일어나지 못했다.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2


돌원숭이, 손오공, 미후왕, 제천대성...


오공은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평범한 요괴들은 얻을 수 없는 여러 능력들과 칭호를 얻어왔다.


어딘가의 도사에게 도술을 배워, 둔갑술과 분신술 같은, 여러 신묘한 요술들을 부릴 수 있었다. 


용궁의 무기고를 습격해,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무기인 여의봉을 챙겨왔다.


생사부의 이름을 지우고, 천계의 복숭아와 금단을 잔뜩 먹어치워, 사실상 불멸인 몸이 되었다.


그러나 그 중 으뜸은, 바로 자신의 눈이었다. '화안금정'이라고 불리는, 불타는 눈.


자신의 눈에는,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보인다.


둔갑한 요괴의 모습을 드러내고, 거짓을 고하는 자를 골라내며, 오공은 서역으로 향하는 삼장의 여정을 도왔다.


이번에도, 자신은 그녀를 도왔을 뿐이었다. 요괴가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수많은 해골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이상한 놈이었다. 오공은 그대로 요괴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러자, 요괴가 사라졌다. 쪼개진 해골만이 남아 있었다. 삼장은 망자에게 무슨 실례라며, 자신을 꾸짖었다.


화안금정이 헛것을 보는 것일까.


아니, 그럴 리 없다. 그 요괴는 바꿔치기와, 둔갑에 능한 녀석인 것이다.


오공은 삼장과, 자신이 내리친 해골에게 사과했다. 동시에, 털을 뽑아 도술로 요괴를 쫒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번에는 노인의 모습으로 삼장 앞에 나타났다.


오공은 다시 여의봉을 휘둘렀다. 여의봉은 요괴의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하지만, 피해는 입혔다. 다음번에는 확실히 끝낼 수 있다. 여의봉을 단단히 쥐었다.


동시에, 삼장이 자신을 호통쳤다. 삼장이 가리킨 자리엔, 머리가 부서진 노인이 있었다.


화안금정의 간파로 보면, 그저 환각이 걸린 해골일 뿐이지만, 오공은 다시 사과했다.


다음번에 요괴를 확실히 잡아, 삼장을 놀리고 상을 받아내면 된다.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요괴는 자신을 비웃듯,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3


나는 손오공을 믿었다.


녀석은 요괴지만, 말이 통했고,


'아-아아아아-! 잘못했어! 긴고아 멈춰!'


엉뚱하지만 믿음직했으며,


'요오-괴라아앙, 술 내기르으을-! 했! 는데에~'


내 몸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난 이미 강해! 그러니깐 네 몸에는 관심 없어!'


참으로 이상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그게 싫지는 않았다. 순수함이 느껴지는 아이였으니.


하지만, 나에게 보여준 그 모습은 전부 거짓이었나 싶다. 아니, 거짓이 맞을 것이다.


처음은 길거리의 백골, 다음은 지나가던 노인, 그리고 그 다음은...


아직 어린, 작고 연약한 소년...


아직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속이 좋지 않다. 어떻게, 어린아이를 그리 무참히...


그때의 오공의 눈은, 처음 만났을 때의 순수함이 아닌, 살육의 희노애락만이 담겨 있었다.


불경을 얻고, 나와 같이 깨달음을 얻을, 첫 제자로 그를 선택했었다. 지금은, 그게 후회된다.


심지어는, 나는 서역에서 불경을 얻고, 무사히 돌아오면, 그에게 '개인적인' 상을 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내 마음을 무참히 배신하지 않았는가. 그런 '배신자'에게 줄 상 따위, 있지도 않다.


.....


그렇지만.....


왜일까, 자꾸 그 녀석이 생각난다. 그를 저주하고 버린 게...


"...승님!...."


계속 미안하고, 슬프고, 잊혀지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마음이 너무나 아파온다.


"..스승....! 피하십시오!"


#4


그녀가 떠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공은, 지금 당장 죽을 지도 몰랐다.


긴고아가 조여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의식이 흐려졌다 돌아왔다 하며, 계속 어지러웠다.


'나는 삼장, 서역에 있는 불경을 찾으러 떠나는 사람이다. 너도 함께하겠느냐?'


'풉....푸하하하-! 긴고아에 당했구나-! 아...정말, 가끔씩 보면 귀엽다니까. 우리 오공이.'


'...만약, 우리가 서역에 도착하고, 경전을 가져온다면...너에게 꼭 보답하고 싶어....손오공.'


왜 지금 그녀가 떠오르는 것일까. 그녀 때문에 죽게 생겼는데 말이다.


오공은 헛웃음이 나왔다. 최강의 요괴 손오공이, 겨우 머리띠 하나, 인간 여자 하나 때문에 죽게 되다니.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 우스운 것은, 죽어 가면서도 그녀를 걱정하는 지금의 상황이었다.


그녀는 여러 요괴에게 노려질 운명이다.


삼장의 살이나...처녀를 취한 요괴는, 힘이 갑절은 강해지게 된다는 소문이 있었다.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녀는 도를 기르며, 평생을 순결하게 살아 온,


요괴들 기준으로, 진미 중의 진미, 최상급의 인간이니까.


수많은 요괴들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요괴들은 한 마리도 남김없이 사라졌다.


손오공이란 존재는 요괴들에게 있어, 넘지 못할 벽이었다.


가끔은, 긴고아를 조이며,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는 그녀가 얄미웠다. 


그래도 오공은 할 일을 했다. 삼장을 돕고 싶었으니까. 그녀의 미소가 보고 싶었으니까.


그 어떤 요괴도, 삼장의 살을 취할 수 없었으며, 처녀는 당연히 건드리지도 못했다.


눈 앞이 점점 어두워졌다. 손오공 없는 그녀가, 서역으로 무사히 갈 수 있을지가 걱정되어서일까.


아니면 줄어든 긴고아가,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알려주는 것일까.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옥의 염라인가? 천계의 옥황인가?


...삼장인가?


오공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5


"크흐흐...삼장이라고 했나...."


해골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는, 요괴의 역겨운 냄새가 났다.


"...환술로 당신을 속인 건, 미안하게 됐어....하지만, 그 원숭이 녀석이....너무 강하단 말이지....키히히....."


삼장의 눈에, 붉게 부어오른 요괴의 어깨가 보였다. 요괴의 팔다리에는 멍이 잔뜩 들어 있었다.


"화안금정이라 했나....? 내 환술을 전부 뚫어버릴 줄은...몰랐는데....."


"...손오공이, 너를 알아채고 공격했단 말이냐...?"


"...모른다는 것처럼..들리네....?"


삼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런 요괴는 본 적이 없었다. 오공이 몰래 처리하려다 실패한 것인가?


"...처음은 해골....다음에는 노인....."


해골과, 노인...? 삼장의 몸에,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삼장의 마음에 불안감이 차올랐다.


설마, 아닐 것이다. 아니, 아니다.


"....마지막은, 소년....!"


"...아....!"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삼장은 자신이 저지른 짓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짓인지 깨달았다.


"....아..아.....아아아아..."


삼장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긴고아가 주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삼장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강력한 요괴인, 손오공조차 버티지 못할 정도니까.


'네 머리의 긴고아는, 네놈의 사악한 마음을 읽고, 점점 조여들어, 결국 너를 죽일 것이다.'


자신을 구하려던, 그 누구보다도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살육의 희노애락이 아닌, 아이의 환영을 뒤집어 쓴 요괴를 향한 정당한 분노였다.


"...오공....손오공.....아아...아아아아.."


"크히히....불러도..소용 없어....."


목이 막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이미 죽어, 오지 못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아니야. 오공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을 것이다.


응, 장난치는 걸 좋아하던 녀석이니까. 조금만 더 있으면, 분명 구해주러 올 것이다.


'너는, 이제 내 제자가 아니다. 썩 꺼지거라, 요괴야.'


아니야, 너같은 제자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거야.


요괴여도 상관없어. 오공이라면 내 살, 피는 믈론, 내 처녀도 줄 수 있어.


제발, 제발 도와줘...아니, 살아있기라도 해 줘.....


"살을 취하는 게....빠르겠지만...그 원숭이 놈도.....못 올 테니.."


요괴는 자신의 흉악한 물건을 꺼내들었다. 척 보기에도 더러웠고, 입에서 나던 냄새보다도 더 끔찍한 냄새가 났다.


안돼, 안 돼...


손오공, 손오공! 손오공-!


"순결한 처녀...! 이제 나는 최강의 요괴ㄱ-"


-우드득


요괴의 말이 끊기는 동시에, 무언가 강하게 부딪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오공? 너야?


"...허억....허어.....흐아.."


손오공이 왔다. 아아...오공아....


"손오공....손오공.....! 내가..내가, 미안해...!"


하지만, 손오공은 듣지 못했다. 곧바로 쓰러졌으니.


#0


 이후 죄책감+고마움으로 손오공한테 집착순애 찍는 삼장 써 '줘'

 손오공이 저팔계랑 사오정 데려오니깐, "손오공 말고는 필요없어!" 외치는 얀데레 삼장 써 '줘'

 갑자기 분신술 보여달라 해서, 분신 소환하니깐 갑자기 분신 바지 벗기고 자지 크기 확인하는 요망한 삼장 써 '줘'

 난 내글구려병에 걸렸으니깐, 너희들이 더 써서 가져 '와'


#0-1


 요괴 모티브는 몽키킹2의 요괴. 이거 완전 피폐후회집착물 최적화 요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