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울하고 칙칙한 특유의 분위기부터, 전후 일본 사회의 끝없는 혼란을 표현한 미장센


전체주의의 본질에 대한 고찰,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 대한 주제의식


집단에 소속되길 원하는 개인이 얼마나 그 집단성 앞에서 나약해지는지 보여주는 알레고리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적인 엔딩까지



특히 마지막에 주인공이 히로인 어쩔 수 없이 총으로 처형하는 거 존나 짠하네


애니 보기 전에는 히로인이 죽기 싫어서 엉엉 울며 매달리는 장면인 줄 알았는데


어차피 죽기로 각오한 몸, 주인공한테 부담 안 주려고 얼른 자기 쏠 수 있도록 밀어붙이는 장면이었네


마음 약해져서 자기 못 죽이면 주인공도 명령불복종으로 특기대한테 처형 당할 테니까


결국 갈등하던 주인공이 고통스러워하며 방아쇠 당기는 장면에서 오열할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괜히 애니메이션 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게 아니구만


이 아저씨가 공각기동대 만들었다는데, 역시 이 정도 실력이 되니까 공각기동대가 나오지



동시에 이 실사화가 얼마나 웃기는 결과물이었는지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원작은 애당초 엄청나게 무거운 사회풍자물이었는데, 이걸 스릴러 액션 첩보물로 바꾸려고 했으니


차라리 각색할 거면 원작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 각색하던가


통일을 막는 외세니 뭐니 개좆같은 전제 가져오지 말고, 독재 타도 실패한 평행세계의 한국을 묘사하면 되는 거 아님?


그래서 군부 독재 VS 극단화한 무장 민주 투쟁 세력의 각축전으로 가던지


그랬으면 원작의 주제의식도 충분히 살리면서 각색까지 새롭게 할 수 있는데


주인공은 군부 독재 체제 하에서 무자비한 살인 병기로 구르면서 회의감과 허무감을 느끼는 캐릭터로 만들고


히로인은 파시즘과 싸운다면서 똑같이 파시스트화 되어 '살신성인'이라는 구호 하에 희생을 강요하는 자칭 민주 투사 세력한테 질려버린 캐릭터로 만들고


그랬으면 초반에 여자애가 자폭하는 장면도 굉장히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을 텐데


특기대 간부가 체포한 운동권 학생 심문하면서 "자칭 민주화 세력이 미성년자 여자애한테 폭탄을 주고 사지로 내몰아? 니들이나 우리나 다를 게 뭐냐?"라는 식으로 비꼬는 장면을 넣는다던지


이렇게 두 세력이 맨날 치고받고 싸우니까 시민들도 지쳐서 "군부고 운동권이고 다 싫다!"라며 무관심하게 돌아섰으면 원작 특유의 찝찝한 분위기도 살릴 수 있자너



로컬라이징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왜 맨날 좆도 안 되는 이상한 방식으로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