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의 성녀들은 하나같이 음란하다.


 그냥 음란한 정도가 아니라 이걸 실제로 본다면 납 팬티를 입는다고 한들 발기로 뚫어버릴 수 있겠다는 가정이 마냥 허황된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정도로 한 명 한 명이 자지를 발기시키는 데 일생을 바친 연구원 집단이 그 최후의 걸작으로 뽑아 낸 것처럼 생겼다.


그렇다면 판타지 성녀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걸 알아보기 위해선, 먼저 인류가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해야 하겠다.


고대로부터 인류 발전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가?


무엇이 인간에게 하늘을 긁을 듯 높은 빌딩을 쌓게 하고, 


바다를 횡단하는 거대한 금속의 고래를 만들게 했으며, 


지평선 너머로 날아올라 달까지 넘보게 했는가?


인류의 독보적인 지능이나 문자의 발명, 혹은 운이 좋아 그런 것이라고 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 인류를 지구의 최강자로 만든 것은, 


사바나의 왕좌를 사자에게서 빼앗고, 매머드로부터 시베리아를 빼앗았으며, 다른 대형 포유동물의 한 혈통까지 멸절시켜버린 인류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바로 그 집단성에 있다.


물론 집단성만이 인간의 무기는 아니다.


 포유류는 대체적으로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자의 경우 평균 10~15마리의 무리인 프라이드를 구성하며, 늑대는 대개 40마리 전후로 무리를 꾸리고, 


오랑우탄과 침팬지, 원숭이같은 영장류는 최대 80마리까지 무리를 짓는다. 


그러나 인간이 지을 수 있는 집단은 150명에 육박한다.


숫자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인간은 이 숫자와 그들 자신의 특성을를 십분 활용하여 다른 경쟁자들의 자리를 빼앗았으며,


수 만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왕좌를 틀어쥐고 있다.


 사자 열 마리와 인간 열 명을 싸움붙이면 사자에게 일용할 양식을 기부하는 꼴이다. 그러나 사자 열 마리가 지평선을 가로로 가득 메운 채로 달려오는 백 명의 인간들을 본다면 싸우기도 전에 승패가 정해질 것이다.


그렇게 인간이 전 지구라는 테이블의 상석을 차지하긴 했으나 대적할 다른 종이 사라지자 이전까지 있던 거대 제국들이 그랬듯 곧ㅡ사실 전부터 그래오긴 했으나ㅡ분열했다. 


자기 지역에서 뿌리를 박고 다른 지역에 자리잡은 인간들을 향해 동물들을 도륙냈던 그 힘을 다시금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한 부족이 가까스레 다른 부족을 점령해 강성해지고, 강해진 부족들이 약한 부족들 몇 개를 집어삼키면서 나라가 탄생했다. 


그러자 정복민들은 피정복민들을 노예로 부리기 시작했고, 그들은 정복민이 꺼려하는 잡일에 투입되어 대신 노역을 치렀다. 


그리고 정복민들은 전력을 온전히 유지한 채로 다른 부족들을 용이하게 침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150명도 채 되지 않는 병력의 동원 숫자가, 이제는 전문적으로 싸움을 교육받은 수 천명, 수 만명 가까이 동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카이사르가 저술한 갈리아 원정기에서는  기원전 50년 이전에 이미 만 명을 넘어가는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로마 군단 뿐만 아니라, 일개 야만족에 불과한 프랑스 인근의 종족들마저 그런 수준의 징병이 가능했던 것이다.





자, 이제 이 상황을 판타지 속으로 옮겨보자. 


당신은 지금부터 대충 판타지 대륙 속에 위치한 노마 제국의 황제다.


아니면 행정관이라고 해도 좋고. 명찰은 당신 몫으로 남겨 두겠다.


 노마 제국은 현재 고위층이 토지를 죄다 매수해서 일반 백성들은 대량의 소작료를 내고 근근하게 사는 소작농이 되었으며,


 지역마다 온갖 종류의 종교가 판치고 그로 인한 종교 대립은 지도부까지 번져 일을 하나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으며, 


정복지에서 수탈해 온 노예들은 어느새 제국 인구의 절반을 차지했다. 


동서남북 모든 곳에서 외세의 도전을 받고 있으며, 판타지 세계답게 온갖 위험천만한 문제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당신이 처음 양성했던 정예 군단은 한 때 제국의 방패가 되었으나 사교 집단에 넘어가 이제 제국의 가장 큰 위협이 되었다.


도적떼와 쌍무적 계약관계를 맺은 고블린들은 지금도 당신이 신경쓰지 못하는 촌구석 농민들의 어여쁜 처녀와 아낙네들을 붙잡아 장차 고대신이 강림했을 때 선봉에 설 수십 만의 군대가 될 고블린들을 낳아대고 있다. 


고대 신들은 하나만 있는게 아니라서, 고대 신 중 한 놈이 일어나면 그 놈을 끌어내리려고 다른 놈들이 부하를 시켜 온갖 곳을 들쑤시며 자신들의 존재와 당신의 편두통 유무를 과시한다.


세계를 불태웠던 용들은 옛날에 사라졌다곤 하지만, 최근 들어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수상하게 거대한 파충류들의 목격담이 지방에서 제도까지 들려오고 있다. 


이제 당신은 뭘 해야 할까, 무슨 문제가 제일 중대한 문제인가? 


무엇도 처리하지 않아도 될 문제가 아니지만, 이 문제들의 중심을 꿰뚫고 있는 것은 통일된 조직력의 부재다. 


순애에 관해 토론하는 것을 생각해보라. 장붕이는 그저 1:1의 행복한 사랑이면 순애라고 말하는데, 그 옆에서  '1:1이면 네토라레도 순애아님?', '난교랑 하렘도 섹스 순간에만 1:1하면 순애아님?', '감금이랑 조교도 1:1이니까 순애아님?' 이라는 개쌉소리를 하며 예송논쟁에 버금가는 토론을 펼치는 꼴을. 


결국 토론은 진흙탕 싸움으로 귀결될 것이며, 장붕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네토라레당한 장붕이들의 여친들로 금태양이 하렘을 만들어 감금조교시켜 난교 파티를 즐기는 참혹한 결말 뿐일 것이다.


제국이 당면한 문제도 동일한 종류의 것이며, 그 원인은 제국민들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어 둘 무언가의 부재 때문이다. 종교다.


종교는 인류 탄생부터 인간을 한 데 묶는 역할을 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 문제는 장붕이의 제국 내의 많은 신민들이 저마다의 종교를 믿는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모두가 서로를 이단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붕이는 신민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 새 종교를 국교로 받아들이고 모든 신민들에게 그 종교로 통일하게 해야 하는데, 종교는 본질적으로 '사람이 믿고 싶어서 믿는 것'이여야만 했다. 


그러면 사람의 본능을 건드려야만 할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바로 이 대목에서 판타지의 수녀가 왜 그렇게 음란한지, 왜 자지를 화나게 하는 천재들로만 구성된 것인지, 자지 발기경진대회를 프리패스할 인재 뿐인지 이제는 알 수 있다.


믿게 해야 하니까. 그들의 육체는 신이 빚어 우리에게 하사해준 것이니까. 당신들의 신은 사이비지만, 우리의 종교는 육체를 담보로 하는 진짜라고.


부드러운 몸뚱아리들에 부드러운 복음과 부드러운 몽둥이가 곁들여지자 이제 제국의 신민들은 새로운 종교에 신심을 다할 준비가 끝났다.


매일 종교 떡밥으로 서로 물고 뜯던 마을들은 젖탱이를 물고 빨며 구멍동서로써 서로간의 화합을 다졌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 있다. 제국에 통합이 부족해진 것은 사실 자신들의 땅이 없는 문제가 크다. 농사는 노예가 하고, 땅은 지주들이 가지니 농민들은 돈벌이도 안 되고 잘 곳도 없어 아이도 없고 세금도 줄어든다.


그러나 방금 신설한 종교는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어떻게? 아까 귀족들은 서로 다른 종교로 마찰을 빚는다고 했다. 그리고 이 종교는 최근에야 만들어져 제국의 국교가 되었다...그리고 이교도의 땅이라면 몰수해도 아무 불평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침내 신민들은 자신의 땅에서 자신의 땀으로 경작할 수 있게 되었다. 십 년쯤 기다리면 새로운 세대가 제국을 지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낙관하는 장붕이들에게는 안 된 소식이지만, 

내부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외부에선 시시각각으로 제국을 위협하는 위기가 닥쳐오려 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판타지의 성녀는 왜 그렇게 음란한지 알아보았으나, 그 목적을 달성한 지금 이후의 이야기를 쓸 여력이 없으니 후일을 기약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