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헌신짝처럼 버려질 것도 안다.

명예도 작위도 없을 걸 알고 있다.


가는 길은 가시밭길이고, 동료조차도 매우 적을 터.

왕가의 지원은 없고 오로지 자력으로 모두를 구제해야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는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쓰러져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서

자신의 등 뒤에 짊어진 목숨을 깨닫고

다시금 앞을 향해 나아간다.


그런 용사를 보며 호구 취급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용사를 보며 미련하다 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용사는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돕는다.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자신의 시간을, 자신의 노력을, 자신의 힘을 다 써서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낸다.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다.

그저 곤경에 처한 사람이 있었기에 구한 것이다.


그렇게 구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나고

그렇게 베어나간 마물도 하나 둘 늘어나고

그렇게 함께하는 동료도 하나 둘 늘어난다.


동료들은 자신을 답답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은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용사니까. 용사는 사람들을 구하는 존재니까.


사명감.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믿음.

고작 그것 하나지만 엄청난 하나다.


그렇게 마왕성에 도달하고

사천왕을 무찌르고

마왕의 앞에 동료들과 함께 섰을 때


자신의 검에 서서히 힘이 깃든다.

거대한 악을 마주치고 검은 서서히 바뀌어간다.


자신이 구해준 사람들의 선한 마음이 깃든다

자신이 구해준 사람들의 염원이 깃든다.

용사가 절대악을 무찌르게 해 달라는 염원이.


용사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고

마왕은 당황하지만 헛된 짓이라며 맹공을 가한다.


하지만


진심에서 나온 자신의 구원은

사라지지 않고 마왕의 맹공을 무로 만든다.


그렇게 동료들의 힘과, 자신을 믿어왔던 사람들의 힘이

마지막에 자신들의 구원으로 돌아왔음을 깨달은 모두는

기어코 마왕을 물리치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 준다.


이후 왕은 용사에게 작위를 내려주고

용사의 도움을 받은 모든 국민들은

모두 용사를 칭송하며 용사의 명예를 드높인다.


하지만 이 세계의 주민이 아니었던 용사는

서서히 원래 세계로 몸이 되돌아간다.


"저는, 세상을 구했나요?"

"....... 훌륭하게 구해내셨습니다. 용사님."

"그럼 됐어요. 모두, 안녕."


자신의 행동이, 미련하게 보였던 모든 행동이

세상을 구해냈다는 진실에

편안하게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용사.


기나긴 꿈을 꾼 것처럼 몸이 개운했지만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하지만 용사의 구원은 사라지지 않고

기어코 원래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돌아오셨나요, 용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