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응?”

 

자판기에서 뽑은 달짝지근한 싸구려 커피의 적당한 커피향이 차가운 공기와 함께 코를 스친다.

나의 딸, 사랑스러운, 귀여운, 아니 이런 덧붙이는 말을 붙여봐야 의미가 퇴색될 뿐이다.

그녀는 나의 딸이다, 그 이상 이하는 없다.

 

“그래서 갑자기 해돋이는 왜 보려고 한 거야? 예년 같으면 그냥 집에서 아침이 될 때까지 일어나지도 않잖아.”

 

커피를 홀짝인다.

이상하리만큼 단맛보다 쓴맛이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내 나이가 이제 몇이지?”
“응? 나를 20에 낳았다고 했으니까 39살이지?”

“그래 39살, 네가 이제 19살 성인이 됐으니까, 곧 졸업하면 대학 주변으로 자취도 하러 들어갈 거고.”

“설마 쓸쓸해서 그래? 뭐 엄마 없이 아빠가 열심히 날 기르기는 해줬지만, 그래도 대학에 가더라도 자주 집에 들를 거라고? 연락도 자주 할게 걱정마 아빠.”

“그게 아니라 슬슬 말해줄 말이 있어서 말이다.”

“…설마 우리 집에 빚이라도 있는 거야? 설마 주식 했어? 어쩐지 한동안 주식에 관심을 갖더니!”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난간에 걸쳐 담담하게 말했다.

 

“너는 내 딸이 아니다.”

 

정적.

아니 정확히는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가 들리니 완벽한 정적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나와 딸 사이의 말소리는 확실히 존재하지 않았다.

 

“아, 아하하, 하하하! 뭐야 그거 속을 줄 알았어? 성인이라고 아주 그냥 각을 잡아서 놀리시네, 노잼이야 아빠 그런 재미없는 농담은….”

 

딸의 눈을 쳐다볼 수 없었다.

후회되는 걸까? 비밀로 하고 살아갈 걸 하고? 아니, 그렇지 않다.

반대로 나라면 이 말을 비밀로 하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후회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딸의 눈을 볼 수 없는 이유는 딸이 슬퍼하는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진짜야?”

“그래.”

“그러면 난 누구 애인데?”

 

복잡하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내가 처음 살았던 20대의 아파트에 이웃집 여성이 있었다.”

 

담배를 피지 않는 나는 커피를 쭉 들이켰다.

 

“그 여자는 한 달 동안 5명이 넘는 남자를 집에 들였지, 그런데 어느 날 옆집에서 물건 깨지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렸고, 이내 누군가 집의 문을 두드렸지.”

 

아직도 그날의 광경은 내 눈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 있어선 악몽 같기도 한 일이니까.

 

“스커트 밑에서 피가 줄줄 새 나오는 여성이 차가운 아파트의 복도를 기어 내 방문을 두드렸더구나, 그리고 도와달라 내게 도움을 청했지, 나는 바로 구급대에 전화를 했고, 이내 그 여성은 병원으로 실려가게 됐어.”

“그래서, 그 병원에서 태어난 게 나야?”

“그래, 너는 그렇게 태어났다.”

“그러면 나는 진짜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여성의 아이네?”

 

그녀의 말이 가시 돋친 듯 느껴졌다.

 

“어째서 아빠가 날 기른 거야?”

 

홀짝.

커피를 전부 마시고, 종이컵을 한 손으로 구겨선 주머니 안에 넣었다.

 

“정확히는 그 여성이 맡긴 거야, 병원비를 대기엔 돈이 없으니 애 아빠로 추정되는 인물이 오기 전까지 맡아달라고, 네가 한 살일 때 그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널 바구니에 넣어두고 그대로 떠났지.”

“그러면, 내 친엄마는 날 두고 도주한 거야?”

“아니, 일주일 뒤에 오겠다고 했었지.”

“그러면 어째서 난 아빠의 손에 자란 건데?!”

“죽었다, 사고로, 어떻게든 돈을 마련했나 보더라, 근데 일주일이 지난날, 너를 데리러 오려다 눈길에 미끄러진 교통사고로 인해서 죽었다, 그리고 넌 나에게 남았지, 원래 같았으면 나는 자격도 없고 보육원 같은 데로 널 보내야 했겠지만, 혹시 몰라서 네 진짜 아빠가 올까 널 데리고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너에 대한 서류나 소속이 필요해서 어쩌다 보니 다른 여성이 도와줘서 널 입양한 것으로 내 아이가 됐고.”

“뭐, 뭐야 그게.”

 

고개를 들어 딸의 얼굴을 보았다.

분명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을 것이라 예상한 딸의 얼굴은, 의문으로 가득 찬, 어릴 적 하늘의 색을 물어보던 그 궁금증을 띈 얼굴이었다.

 

“와 진짜 호인이네 아빠는 매번 고아원에 봉사하거나 노숙자한테 돈 주는 걸 보고 좋은 사람이라곤 생각했지만, 상상 이상이네, 이러고선 호구를 당한 적이 없다고?”

 

반대로 걱정하는 말을 하는 딸.

 

“충격받지는 않았니?”

“충격이긴 한데, 반대로 생각해서 친딸도 아닌 날 여기까지 길러준 것도 그렇고 원래 엄마가 날 버리려 했던 것도 아니라서 막 주저앉아 울 수준은 아닌 것 같아, 결국엔 입양된 딸이라도 아빠랑 내가 가족인 건 똑같은 거잖아.”

 

털썩.

 

“어? 아빠?!”
“다, 다행이다아─!”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긴장이 쭉 풀리며 몸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고 눈물이 질질 흘렀다.

 

딸이 잘 자라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 호적상 어머니는 누구셔?”

“응?”

“아니 입양 소속에는 결국 상대가 필요하잖아, 그러면 내 호적상 어머니는?”

“너, 너도 아는 사람이다.”

“아빠가 아는 주변인 중에 여성이라면…, 다애 아주머니?! 어쩐지 가끔 친근하게 대하신다고 생각은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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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식에 적당히 넘어가는 거면 좋을 것 같음

현실성 있게 남자 혼자만 한 게 아니라, 독신으로 살아갈 여성이 결혼 서류만 떼서 막 도와주고

잘 키운 자식은 결국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버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기른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막 '내 진짜 부모~' 이러면서 별 청승 떨거나 그런 건 별로임.

결국엔 키운 부모는 딴 인간인데, 낳은 부모나 찾는 그런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