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를 아무리 눌러봐도 작동을 하지 않길래 마부석 현자님에게 부탁했다.
"아니, 성자님. 성직자가 그렇게 담배를 미친듯이 피워도 됩니까?"
역시 혼났다. 저번에 라이터라는 작은 불이 자동으로 나오는 마도구를 기꺼이 주면서 불 붙여달라고 하지 말라는 부탁을 어겨서 그런가.
"라이터 고장났어요. 불 안나오는데 어떡하라는 것이지? 저기 기사님도 다리 달달 떨리잖아요."
같은 흡연자인 기사님도 많이 불안했나보다. 암, 담배 피울 시간 지났으면 그럴만 하지.
"마력이 떨어졌네요. 얼마나 쓰신겁니까? 일단 채워드렸으니 당분간은 괜찮아요."
아싸 씨발! 다시 신나는 뭉게뭉게 타임이다!
그런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현자님도 나랑 비슷한 나이인 것 같고 기사님은 벌써 60대는 되신 것 같은데.
"현자님, 그런데 현자님은 되게 어린 나이에 현자님이 되셨네요? 뭔가 있었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자님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뭔가 잘못 물어봤나.
"하아, 씨발. 전 원래 대학원생인데 담당 교수님이 현자 예정자셨어요. 그런데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현자 자리를 짬때리시더라구요."
마차는 잠시동안 정적에 빠져들었다. 대학원생을 현자로 굴리다니, 이 나라 제정신인 것 맞나?
"그럼 기사님은 집에서 쉬셔도 될 나이신데 어쩌다 이 여행에 동참하셨어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현자님이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지만 일단 화제는 돌려야지. 안그러면 마차 운전할 수 있는 유일한 인력인 현자님이 파업하신다.
"허허, 50년 전 마왕성으로 가는 길의 지도를 작성한 게 접니다. 길 안내 겸 외출 좀 하려고 나왔지요. 어어, 현자님! 저쪽 갈림길에서 왼쪽 두 번째 도로입니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다. 짬맞은 대학원생 현자, 놀러가듯 마왕성으로 나온 노기사. 이 파티는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
"그런데 용사님 합류가 늦네요. 당장 내일이면 마왕성에 도착할 것 같은데 마왕성 앞에서 합류하시려는 걸까요?"
이상한 주문같은 중얼거림을 멈춘 현자님이 물어왔다. 가장 하면 안되는 질문을 거침없이 하다니! 박사까지 밟아라, 현자!
"용사님은 합류 못해요. 지금 뱃속에 아기가 있어서요."
결국 말해줄 수 밖에 없었다. 기껏 감추고 있었는데.
"아기요? 누구 아기랍니까? 올해 초에 용사선정이 있었는데 그 새 임신하셨답니까? 대체 어떤 미친 개또라이 새끼가...!"
현자님이 분통을 터뜨렸고 노기사님은 사정을 알고 있으니 허허롭게 웃고만 있었다. 알려줘야지, 내 대죄를.
"제 아이인데요, 현자님. 작년에 결혼했거든요. 같은 시골마을 소꿉친구끼리 결혼하고 아이 가지는 것도 안됩니까?!"
되려 역정을 내줬다. 아니 우리 마누라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어...죄송합니다, 성자님. 그러면 용사님은 자택에서 몸조리 중이신지..."
아니다. 왕성에서 놀고 먹고 쉬고 계신다. 내가 용사일까지 대신 한다는 계약 아래 허락받았다.
삑-! 삐익-! 삐이익-!
좆됐다. 마누라 호출이다. 급하게 담배불을 끄고 연기를 날려 안 피운 척을 해놨다. 기사님은 아직도 담배를 피우시고 계시지만 괜찮을지도.
[야, 왜 이렇게 늦게 받아? 너 또 담배폈냐?]
"아니, 여보. 그게 아니라 그 통신기를 배낭 깊숙히 넣어놔서..."
[우리 담배 끊는다고 약속 했지? 담배 안폈으면 참 잘했어요! 빨리 끝내고 와. 보고 싶어. 사랑해!]
역시 아주 빠르게 용건만 전달한다. 대충 담배 피운 것도 눈치챘겠지. 이게 20년지기 소꿉친구 겸 부부의 감이다. 마왕성에서 일 끝내고 담배 안피우게 해달라고 소원 빌어야지.
"방금 그 분이 용사님이신가요? 꽉 잡혀 사시나봐요. 하하하!"
빌어먹을 대학원생. 눈치도 없이 잡혀 사는 걸 말해버린다. 그러니까 대학원으로 잡혀갔겠지.
다음은 마저 써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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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님, 저 불 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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