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엔 엘프나 요정같은 특이한 종족도 있지만, 주목받지 않는 곳에는 동대륙 출신들이 있다.

우리 학년에는, 창기사학부의 리오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볼 일도 없는 이상한 창은 '화극'이라는 동대륙 언어의 이름이 붙었다.

교수들에게는 보통 예법 이상으로 공손한 태도를 보여 평가에 '착하다'라는 단어가 무조건적으로 들어간다.

가장 중요한 건, 예의를 중시하고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상당히 큰 덩치로 보여준다는 것.

...무섭다.

이 와중에 마음이 약하다는 게 웃긴데, 웃으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리고 그런 녀석과 조금은 친해진 와중에, 악동으로 유명한 시몬이 그런 질문을 한 것이다.

"동대륙 출신 놈들은 다 너같냐? 덩치는 큰데 써먹지도 못하고 길쭉한 무기나 휘두르면서 '어머나 무서워요 호에엑' 이러고 살아?"

"어... 그, 동대륙 놈들이란 건 결론적으로 우리 가족도 포함이란 거지?"

어?

가족을 건드리게 유도를 해버린다는 건...

"씨발 너같은 새끼 애미나 동생이면 답 나오지 뭐."

"야 야, 진정해."

저 녀석의 나라에서, 가족을 건드리는 건 우리들이 하는 것 이상으로 심한 말이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와 친한 것이 가장 기본적인 미덕이니까.

그리고, 저 녀석이 덩치와 힘을 유일하게 제대로 쓸 때는...

명분이 있을 때 뿐이다.

"넌 뒤졌어."

"지랄하네, 그따위로 아가리 놀리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려본 놈이 있을 것 같냐?"

휘익-

탁.

그리고 한 합에 더러운 주둥이의 움직임이 멎었다.

시몬의 팔이 떨어졌다.

두 합, 발에 창이 박혔다.

움직일 수 없게 된 시몬을 두고 리오의 몸이 다섯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났다.

"후..."

거대한 소가 돌진하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그가 시몬에게 돌진했다.

쾅!

아, 발에 창을 꽂은 이유가...

발을 아예 갈라버릴 셈인 거였어?

"끄아아아악!!!"

고통에 짓눌려 내뱉지 못하던 비명이 터져나온 듯 시몬은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냥 명분이 있다면 뭐든지 해내는 그런 캐릭터가 쓰고 싶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