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진정해."


내 앞에 서 있는 파티의 힐러, 프리스티스를 보며 한 말이었다.


"아뇨. 진정할 수 없어요."


프리스티스는 살짝 그늘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평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참을 수 없는 무언가를 억누르는 듯 조금 떨리고 있었다.


"XX해야 나갈 수 있는 방이라니..."


프리스티스는 웃으면서 말했다.


"일부러 데려오신 거죠?"

"맹세코 아냐. 몰랐다고. 보상이 엄청난 던전이란 소리만 듣고 온 거였다고."


다급히 변명하면서 내게 이곳을 알려준 정보상을 속으로 욕했다.

오랫동안 나와 거래해온 그 정보상은, 그저께 굉장히 좋은 던전이 있다면서 내게 이곳의 정보를 팔았었다.


그때 바가지를 씌우려 들길래, 값을 깎으려 들었더니 프리스티스가 가면 좋아할 거라면서 값을 안 깎아주려 들길래 옥신각신하다 모험가 은퇴하면 좋은 집을 주선해주겠다는 소리에 혹해서 제 값주고 샀었는데...


'나가면 가만 안 둬, 그 놈.'


여기서 나간다면 반드시 머리부터 흙에 파묻어 버리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당장 중요한 건 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이었다.


"...할 수 없죠."


프리스티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이라면 저는 괜찮으니까요. 시작해요."


그녀의 말에 침을 한번 삼켰다.

아름다운 얼굴과 부드러운 머리카락, 청초한 외모에 전체적으로 풍만한 몸매는, 음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정말 신이 내린 미모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음심을 내비치며 그녀를 땅에 눕힐 때가 아니었다.


"...역시 그만두자고."

"왜인가요?"

"왜냐니...."


아까부터, 흥분상태인 그녀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미 했잖아...."


이 방이 어떤 방인지 알아차리자마자, 했었다.


"...네가 확실하게 하자고, 몇 번 더 했잖아..."


왜인지 그럴 듯한 프리스티스의 말에 넘어가서 몇 번 더 했다.


"문도 그냥 열려 있잖아. 그냥 나가면 된다고..."


이미 나가는 문은 열린지 오래였다.

땅에 널브러진 옷가지와 장비만 챙겨서 나가면 그만이다.


"더 할 이유가...있어?"


이젠 체력도 한계였다.

더는 무리다.


신이시여,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기도가 통했는지 프리스티스가 자비롭게 웃으면서 손을 올렸다.


-콰앙!


문이 거칠게 닫혔다.

퇴로를 끊겠다는 듯, 프리스티스가 다가오며 말했다.


"아쉽지만 탈출 조건이 바뀐 거 같아요."

"아니, 네가 닫았..."


뭔가 더 말하는 걸 막겠다는 듯 프리스티스가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제부터 이 방은 XX해야 나갈 수 있는 방이 아니랍니다."

"그럼, 무슨 방인데...?"


조금 공포를 느끼며 내가 뒤로 살짝 물러났다.

그러자 그녀는 도발하는 듯한 요염한 미소와 함께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이제부터 이 방은..."


프리스티스의 입이 열렸다.


"...임신해야 나갈 수 있는 방이랍니다♡"


다음 순간, 내 몸은 억지로 바닥에 눕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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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들 묶어서 XX해야 나갈 수 있는 방 모음집만들면 재밌을 거 같지 않음?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