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작가님. 작가님께서 이번 공모전에 투고한 {10대들에게 이 순간은 너무 짧다}가 최우수상을 받게 됐습니다. 출판계약과 관련된 내용은 추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최우수상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아아아아아!!!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소설가를 꿈꾸며 도전하고 또 도전한지 10년. 

드디어 그 꿈과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몇년동안 피눈물을 흘리며 집필과 퇴고를 반복했던 내 처녀작이, 공모전 1위와 함께 출판하게 되었다.


"헛되지 않았어, 않았다고! 내 노력은 헛되지 않았어!"


허나 불행히도 내 작품이 출판되는 일은 없었다.


"으어어어어어!!!!!"


바로 다음날 외출하다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죽었으니까.


시발.


.

.


"딘, 자네 괜찮나? 평소에도 이상한 소리를 하고 멍 때릴 때가 많았지만, 요즘은 더 심해진거 같네. 설마 계단에서 굴러떨어질때 어디 다친건 아니지?"


"아냐, 괜찮아. 그냥 좀 피곤해서."


빌어먹을.

아무래도 환생인지 뭔지를 한거 같다.


정확히는 환생하고서 줄곧 기억이 거의 없다가, 최근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며 되살아났다.


"시발, 하필 기억이 돌아와도 계단에서..."


일단 상황을 정리해보자.


이세계에서 난 평민 고아.

하지만 머리가 좋아 아카데미까지 나왔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현재는 유서 깊은 명문 아카데미에 신입 교사로 일하는중.



"와, 이번 인생은 진짜 좋네."


직업도 안정적이고, 

벌이도 꽤 짭잘하고, 

인간관계도...


"숙제? 제가 그딴걸 왜 해요, 우리 아빠가 공작인데. 전 지금부터 낮잠 잘거니까 방해 안되게 조용히 수업하세요. 하암, 어제 옆학교 애들이랑 밤새 싸워서 피곤해...."


"하아, 하아... 샘, 저 그만 뛸래요. 숨 차서 심장 터지겠.. 예? 겨우 10걸음인데 엄살부리지 말라고요? 엄살이 아니라 진짜 숨 못쉬겠다고요! 평민주제에 이래라 저래라! 아 짜증나! 가서 무빠마랑 쇠고기면이나 먹을래!"


"어, 그러니까 말이야 그때 그 오빠가 있지, 아니, 진짜 어이가 없어서ㅋㅋㅋ 에? 시끄럽다고요? 그래서 어쩌라고요. 전 지금 애들이랑 어제 한 소개팅 얘기로 바쁘니까 신경꺼요. 아 진짜 밥맛이야. 생긴 것도 찌찔하고 음침하게 생겼으면서 괜히 성질은ㅋㅋㅋㅋ"


싸가지 없는 문제아들 빼곤 괜찮은 편.



"저번 생하고는 완전히 다르네. 그땐 작가가 되겠다고 되는 거에 미쳐서 일자리도 없었는.. 아."


아.

생각났다.


내 처녀작, 내 10년, 내 공모전 1위.


출판을 앞둔, 아니, 앞두었던 내 소설.


"아아아아아!!! 출판!!! 출판을 못했어! 내 10년짜리 노력이! 빛도 못보고! 물거품이 됐다고!!!"


마치 구스타프 열차포를 직격으로 맞은 듯한 충격에, 한동안 방에 틀어 박혀 소리 지르기와 울기만을 반복했다.


"시발,이건 다 꿈이야! 다 꿈이라고! 깨어나! 얼른 깨어나!!"

부정.


"왜 난데, 왜! 수많은 사람들 놔두고 하필 나인 거냐고! 시발!"

분노.


"제발요 하느님, 부처님, 여신님... 책으로 번 돈 전부 다 기부할게요. 아니면 잠깐만 돌아가서 출판 계약이라도 하게 해주세요, 제발......"

협상.


"으흑.... 흐윽.... 내, 내 10년이, 내 작품이, 시발... 으으윽....."

우울.


"에라이, 더러워서 안돌아간다. 좆같은 여신새끼, 제우스한테 뒷구멍이나 털려라."

수용.


2주 간에 폐인 생활 끝에 상황을 받아들이는데엔 성공했지만, 이 더럽고 아쉬운 기분은 그대로였다.


이번 생이 괜찮으면 뭐해. 저번 생에 미련이 존나 크고 무거운데.


"하, 그때로 돌아갈수도 없고, 여기서 쓸수도... 아니지. 왜 못써?"


까짓거 여기서 다시 쓰면 되잖아?


"뭐? 한 학기동안 휴가? 자네 제정신인가?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마!"


"이번 한번만 양해를 해주신다면, 앞으로 10년 간 월급을 절반만 받겠습니다."


"휴가 알차게 보내게나 딘.''


직장에 무리수까지 두면서 글을 썼다.


배경과 일부 설정을 이세계에 맞게 수정하고, 기억이 잘 안나는 부분은 새로 쓰고, 

이세계는 15세부터 성인이니 학원물인게 더 와닿도록 제목도 10대에서 학생으로 바꿨다.


"됐다, 다 썼어!"


반년 간의 노력 끝에 부활한 내 처녀작.


마침 투고한 곳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 출판도 쉽게 할수 있었다.


"이번엔 꼭 성공할 거야. 성공하고 대박날 거라고!!"


.

.


[신문 자투리 코너! 시민들이 뽑은 이번주 인기독서!]

1위 {탄생에 관하여}

2위 {별삼이샵}

3위 {남과 남}

4위 {내가 없는 세상}

.....

21 {학생들에게 이 순간은 너무 짧다}

.....


"그래, 이거지! 이거라고!"


.

.


[신문 자투리 코너! 시민들이 뽑은 이번주 인기독서!]

1위 {학생들에게 이 순간은 너무 짧다}

2위 {안고마워 안다행이야}

3위 {티라노 마왕에 이세계 정복기}

....


"앗싸! 역시 10년치 월급을 깎은 보람이 있어! 이대로면 2권도 출판할수 있겠는걸?"


.

.


[긴급속보! 황녀 리베라님을 미소 짓게 만든 소설!?]


[현재 무도회에서 황녀 리베라 리나시타님이 미소를 지으시며 한 평민의 소설을 추천하여 큰 화제다.

황녀 리베라님은 표정 없는 황녀, 얼음미소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감정표현과 타인과의 접촉을 거의 보이지 않으시는 분이신데,

그런 얼음 황녀님이 최근 무도회에서 희미한 미소와 함께 어느 소설을 추천하여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하였다.]


[이 소설의 정체는 {학생들에게 이 순간은 너무 짧다}란 제목에 평민이 지은 일상 학원 소설로, 아카데미를 다니는 여러 학생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어라?"


.

.


[학생들에게 이 순간은 너무 짧다, 줄여서 학순짤. 평론가들에게 만장일치로 대호평!]


[평민 독서연합회, 이번달 우수독서로 학순짤 지목!]


[귀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학순짤, 서점에서 잇따른 품절대란!]


"...이게 대체....?"


.

.


[10대 독서량 크게 증가, 원인은 학순짤?]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물건은 도끼와 완드, 그리고 학순짤.]


[중동쪽에 위치한 알리아자르 왕국의 공주, 작가를 납치하여 글만 쓰게 만들고 싶다고 발언!]


"아이고, 딘 선생! 아니지, 딘 작가! 소설 잘 보고 있네. 국어선생인 나보다 더 글을 잘 쓰더군, 하하하하!"


"순진한 엘프와 까칠한 드워프 편 잘봤어요! 특히 엘레나랑 잭슨이 키스할때 키 차이 나는 부분 진짜 좋았어요!"


"널 혼자 두지 않을 거야. 넌 내 여자니까. 크으으, 딘 선생님. 대체 이런 대사는 어떻게 짜시는 건가요?"


"......"


이런 씹...


.

.


자그마치 저번 인생을 바친 작품.

솔직히 성공할거라고 100% 자신하고 있었다.


[학순짤 5권, 품절대란! 식을줄 모르는 인기!]


근데 1000% 성공할줄은 몰랐지.


"어때 내 교복? 이쁘지?"

"어, 이거 학순짤 1권 여주가 입던 거랑 똑같다!"


"여기 있었구나, 나의 작은 파.랑.새."

"이새끼 소설 따라하는 거 봐라ㅋㅋㅋㅋ 걸터앉은 자세까지 똑같네ㅋㅋㅋㅋ"


"왜 난 착하고 예쁜 장신 엘프녀가 짝사랑 안해줌?"

"너희 집에 거울이 없나보구나."

"넌 단신 보추 드워프가 아니라 유사오징어잖아."


"짜잔, 교과서 파서 학순짤 숨겨둘 공간 만들었다. 이제 수업시간에도 몰래 보기 가능함."

"야 내 수학책에도 해줘!"


아카데미 학생들한테 큰 인기를 끌 줄은 더더욱 몰랐고.


물론 주인공들이 학생들이니 어느정도 인기가 있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 죄다 소설 얘기만 할줄은,


"샘! 샘이 작가님 맞죠? 꺄악, 어떡해! 저 팬인데, 싸인 한번만 해주시면 안돼요?"


날 이렇게 대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거기다 쟤네들까지 바뀔 줄이야.



허구한 날 사람 패고 다니고, 술담배 즐기고, 예의범절은 커녕 노인공경을 노인공격과 맞바꾼 문제아가,


"그동안 결례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그때의 제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학급 대표 모범생이 되고,



들으라는 수업은 안듣고 라면과자나 먹으며 빈둥대던 그 뚱뚱한 문제아가,


"선생님의 소설 재밌게 잘 봤습니다. 특히 4권에 나오는 페리아에 복수극 파트가 인상 깊더군요. 복수와 성공을 위해 살을 빼 모습을 완전히 바꾸는 장면... 정말 크게 감명 받았고 저도 페리아처럼 살을 빼는 중이랍니다. ...이상하게 여기랑 이곳은 안빠지고 계속 찌지만요."


눈 두기 민망한 찌머크와 하체를 가진 슬랜더 미녀가 되다니.



머리를 다양한 색깔로 염색하고 언제나 진한 화장과 짧은 치마를 즐겨입던 1학년 퀸카.

항상 추종자들을 몇명씩 거느리며 수업시간엔 친구들과 화려한 말빨로 끝없이 잡담을 하던 그 인싸가,


"히익!!! 죄,죄,죄,죄송합니드아...!"


눈을 가리는 흑단발에 펑퍼짐한 후드티, 화장엔 관심도 없고, 말을 너무 더듬어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어깨만 살짝 부딫혀도 잠뜩 움츠러드는 음침아싸가 되다니.


변화는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황녀 리베라 리나시타님, 학순짤 작가님의 싸인을 받고 싶다고 발언!]


내 위치와 싸인값도 실시간 변화중이다.


[긴급속보! 알리아자르 왕국의 공주, 작가를 데리러 가겠단 발언과 함께 제국으로 향하는 중!]


이건 또 뭐야.


"그냥 소설 쓰지 말고 교사일이나 똑바로 할걸..."


허나 후회하기엔 이미 출판사에 26권까지 미리 계약해 버렸다.


참고로 지금 5권까지 나왔다.


"빌어먹을."


아무리 생각해도 난 좆된거 같다.


.

.


대충 본인이 쓴 소설 때문에 곤란하게 된 아카데미 신입교사 주인공


"우리 아카데미의 교사력은 세계제에에에일!!!"

주인공 덕분에 아카데미도 이득을 봐서 기쁜 대머리 카이저 콧수염 교장(개그캐),


"그동안의 결례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선생님. 앞으로는 학생의 본분을 다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소설을 보고 행동거지가 얌전해지고 예의범절을 갖추게 된 문제아,


"오늘도 알찬 수업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소설 보고 독서+운동충이 되더니 지식을 쌓고 다이어트(근데 가슴은 더 찜)를 하여 찌머크 슬랜더 뇌섹녀가 된 문제아,


"서,서,선생,님... 저,저어기... 다음 권은... 언제 나오나요...?"

학교 퀸카 인싸녀 였는데 소설 보다 음침한 아싸가 되버린 문제아


"선생님! 제 꿈은 착한 일진이에요!"

소설 속 착한 일진을 동경하여 교복을 개조하고 막대사탕을 물며 소설 속 일진처럼 행동하기 시작한 모범생


"...아, 안녕하세요, 작가님. ....패,팬이에요오...."

평소엔 차갑고 무표정하지만 주인공 앞에선 부끄럼 200%에 좋아하는 아이돌 만난 여고생처럼 되버리는 황녀,


"이야, 이런 대산 어떻게 생각하신 겁니까? 나의 작은 아기 고양이?"

소설 속 오글거리는 부분을 읽으며 놀리고 장난치는 동료 교사(개그캐),


"짐의 왕국으로 와라. 평생 내 곁에서 글을 써다오."

주인공의 소설에 반하여 주인공을 납치감금 군만두, 아니 카레 조교 할려는 외국의 공주,


"내가...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우으으...."

같이 교사 시험 볼때부터 주인공 짝사랑하며 고백각 보다가 갑자기 주인공의 인기 많아져서 곤란해진 은발 동료 교사등등


더 쓸 내용이 있긴한데 졸리고 귀찮으니 여기까지만 적는다 나머진 분충이 해줄 거야



아카데미+하렘+판타지+문학치트

이 조합에다 아주 약간의 필력만 있다면 노벨피아에서 분명 먹힐 거야 그러니 누가 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