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뷰할 소설은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근무한  前 기무사령부 대테러 해외정보수집관의 자전적 소설, '자발적 고독'임.


장르 : 첩보/밀리터리.



1. 어떤 소설인가?

자발적 고독은 전직 기무사령부 정보관의 자전적 소설로, 실제 현장 경험에 상상을 덧붙여 각색한 팩션(Faction) 소설임.


일전에 리뷰한 우가리스탄과 달리, 자발적 고독은 철저히 개인의 삶을 돌아보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장붕이들이 흔히 상상하는 '소설'과는 조금 다름(시점이 과거와 현재를 많이 왔다갔다함)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봐도 무방함.


다만 군 방첩기관인 기무사령부에 대한 묘사(특히 군 방첩과 군사보안)가 많이 들어가 있으니, 첩보물에 관심이 많고 방첩기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한 장붕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함.


근데 막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사이다패스나 티키타카에서 오는 재미는 보장 못한다.



2. 간략한 줄거리.

자발적 고독은 예편 이후 민간기업(무역회사)를 설립하고 대표로 근무하는 정보관이 사랑하는 연인과 태국 여행을 준비하다 공항에서 체포되는 것으로 시작함.


경찰과 검찰은 '전직 기무사 요원들이 중동 테러단체 헤즈볼라에 탄창을 불법 수출'한다는 첩보를 입수, CIA로부터 탄창을 사들인 레바논 사업가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아 주인공을 공항에서 체포, 기소하게 됨.


그렇게 조사실로 끌려온 주인공은 수사관의 배려(전직 기무사 요원에 대한 예우)로 잠깐의 유예와 담배 한 갑을 넘겨 받으며 어디서부터 일이 꼬였는지 회상하는 것으로, 소설은 막을 올림.



3. 소설의 장점.

자발적 고독은 전직 기무사령부 정보관이 실제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무사령부가 어떤 곳인지 단편적으로 묘사하고 있음.


한 마디로 사실에 가까운 묘사로 가득하다는 말임.


자발적 고독은 과거 회상의 첫 장면부터 기무사령부가 국방부 차관과 정보사령관(정보사령부의 지휘관, 우리가 아는 HID UDU로 알려진 북파공작원을 운용하던 그 정보기관 맞다)의 통화를 감청하는 묘사가 등장함.


이 밖에도 기무사령부가 국방부의 통제를 따르지 않고 청와대 직통으로 움직인다거나, 정보사령부가 기무사령부를 견제한다거나, 기무사령부가 미행과 도감청을 통해 정보사령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사령관이 합참 영관급 장교와 나누는 채팅도 들여다 봄)하는 등.


기무사령부의 활동과 업무, 정보기관 간의 알력다툼이 소설 전반에 걸쳐 상세히 묘사됨. 거기에 해외 파견을 나간 정보관이 겪는 위험과 고충에 대한 묘사 역시 아주 만족스러웠음.


방첩기관, 그리고 정보관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


이게 바로 이 소설의 최대 장점임.



4. 소설의 단점.

자발적 고독의 최대 단점은 재미가 없다는 거임. 이 소설은 쾌감과 카타르시스, 오락에 집중하는 웹소설이나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는 고전 명작 소설과는 거리가 있음.


오히려 소설이라기 보단 작가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자서전에 가깝고, 지독할 정도로 현실적인 묘사를 하기 때문에 첩보물에 관심이 없거나 배경지식이 부족한 독자라면 오히려 소설을 읽는 내내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음.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음.


자발적 고독의 최대 장점은 현실적인 묘사고, 최대 단점은 너무 현실적인 묘사임.


이 현실적인 묘사는 정보기관의 부정적인 면모 역시 가감 없이 드러내고 심지어 상당수 국내외 정보기관이 공유하는 문제점까지 묘사하기 때문에 때로는 씁쓸함을, 때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불쾌감을 안겨주기도 함.


물론 정보기관의 특성상 업무가 약간의 불법을 내포하고 있고, 몇몇 활동이 사회규범(윤리, 도덕, 인권 등)을 침해한다는 건 너무나 유명한 사실이지만, 그걸 감안하고 봐도 '아, 이건 좀;;;' 하는 장면이 많다.




하지만 첩보물을 좋아하는 장붕이라면 이런 단점을 감수하고서라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함.


개인적으로 아주 흥미롭고 만족스러운 소설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