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물이다.


노피아에서 꽤나 굴러봤으면 작가물로 '판작살' '무작살' '등 무시무시한 작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소설 속에서 소설을 연재하는 신박한 장르지만, 심각한 나데나데 뽕빨물로 이어지기 때문에 평가가 좋지 않으며 때문에 이 작품 역시 진입장벽이 꽤나 높다고 생각한다.


재밌게 읽었던 사람으로서 그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쓰게 된 리뷰.




1. 코미디 태그의 유쾌한 반란


소설끈 긴 나의 경험담에 의하면 '하렘 + 코미디 + 착각'이 붙어있을 시 생각이상으로 망작인 경우가 많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망작보단 잼민이 감수성이 풍부한걸로.


코미디 태그에서 유일하게 잘나가는 작품인 '개나소나 회귀' 역시 욕설이 너무 많고, 유머코드가 커뮤니티쪽으로 치우쳐있어 호불호가 상당히 많이 갈린다.


그만큼 코미디라는 태그는 상당한 각오가 필요한데, 이 작품은 호불호없는 유머코드를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주로 쓰는 유머코드는 '클리셰 비틀기'


코노스바 재밌게 읽었다면 정말 좋아할 듯.




2. 고증이 철저한 무림


무림이 배경이다.


객잔에 붙어있는 '물은 셀프'라는 포스터,


히로인이 식당 구석에 등돌리고 앉아 꼼지락거리던데, 알고보니 컵볶이 3개를 먹고 있던,



등 매우 철저한 고증을 자랑하며, 댓글에 설정수정을 요구하는 무틀딱 댓글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3. 장르마다 짜임새있게 잘 배치한 작가물


 다양한 장르가 많이 등장해서 난잡해질 수도 있는데 상황에 따라 매우 적절하게 배치했다


남정네들끼리 섹스썰 풀 때 - '후피집'

도적한테 붙잡혀서 자신의 가치를 어필할 때 - '의적물'

여성 고객들 마음을 사로잡기 - 전통 로맨스

매담꾼으로 돈벌이를 할 때 - 치정막장물 아침드라마

돈을 벌기 위한 집필 - 떡타지

중요한 순간 - "임은 바로!!!"


위에 서술했던 '클리세 비틀기'와도 정말 잘 어울렸다.  




4. 착각 태그가 있음에도 매력있는 남주


노피아는 남성향 판타지를 주로 다루는 사이트다. 때문에 남자 주인공이 대부분이고, 이런 남주에게 많은 여자들이 호감을 표시해야 잘 팔린다.


문제는 남주의 매력이 뭔지 모르겠는데, 미친듯이 빵댕이를 흔들어대는 히로인을 이해못하는 독자들이 다수 발생한다는 점.


급발찐만 하는 빌런, 

"귀찮아."를 남발하는 등 자기가 고독한 늑댄 줄 아는 찐따, 

착각 태그 넣어놓고 써갈긴 사이코패스 저능아


소설을 보면서 내가 가장 많이 하차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투에 행동에 그냥 씹찐따새끼같은데, 이 정도로 가치가 있는 놈인지 납득이 안되거든



애니, 소설, 만화 등을 볼 때 여주보다 남주한테 더 까다로운 사람으로서 보증하는데 적어도 위의 불편함은 없을 거다.

 


빙의물인만큼 각 에피소드마다 각 히로인의 이야기에 스며들어야 하는데,


'공작가의 얼음곤듀 영애와의 약혼이 예정된 쿨하고 매서운 백작가의 장남이 공작가의 영애에게 들이대는 이야기' 같은 게 아니라


히로인들 대부분이 빙의된 남주와 일면식이 없는 자들이라 첫 만남부터 모든 빌드업을 새로 짜야된다.



히로인들에게 "나는 신뢰할 수 있고, 매력적인 사람입니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과정이 필수인만큼 언변이 장난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대사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탄이 나오는 부분이 정말 많았고, 히로인들이 빵댕이를 미친듯이 흔들어댈만하다는 걸 납득할 수 있었다.



'착각'이라는 태그도 거부감 없게 잘 이용했다.


대체로 쓰는 착각물 특 

"저는 착하게 행동했는데 ㅠㅠ 애들이 얼굴땜에 잔인하고 냉혹하지만 내 편에겐 따듯한 옵빠로 오해해영 ㅠㅠ"

"저는 진짜 별 거 아닌데.. 사람들이 제 업적을 칭송하고 다리를 막 벌려영"


감정적으로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되게 안좋아하는 태그 중 하나긴 한데, 이런 거부감 있는 전개는 전혀 나오지 않아서 좋았다.


이 소설에서 쓰이는 착각 태그는 

초면인 히로인들에게 "나는 신뢰할 수 있고, 매력적인 사람입니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과정에만 쓰인다.




5. 각자 매력포텐이 극명하게 다른 히로인


현재 나온 히로인은 3명. 여기다가 1명 추가 확정 상태 

4명부터 공기구멍률도 상승하고, 역량이 떨어지면 컨셉이 겹칠 수도 있다.


그래서 작가가 현재 도입한 방법은 '유기 엔딩'


각 에피소드마다 히로인 1명 고정으로 설정하고, 해당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잠시 등장을 없애는 꽤나 공격적인 마케팅

자칫하면 공기구멍 양산이란 소리를 듣고, 이전 에피소드 히로인을 좋아하는 팬들의 원성도 살 수 있어 '유기사유', '입양사유' 등에서 철저한 빌드업이 필요하다.



- 1번 히로인 : 암사마귀 - 후회 피폐



후회 루트 진입 빌드업과 히로인의 감정묘사가 매우 출중했다


명백한 죄 + 이유있는 죄책감과 적정한 수준의 감정적 피폐 +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행보. 


후회물이 역겨운게 아니라 더럽게 못쓴 후회물이 역겨웠다는 걸 알게 해준 에피소드


한 가지 바란다면, 이후 전개에서 이이상 피폐해지진 않았으면 좋겠다.




- 2번 히로인 : 떡볶이 - 로맨스, 판타지


 작가의 개그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부분


전통 판타지물에서 첫 히로인을 만나꽁냥대는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해준다. 

익숙하기에 재미가 보증되어있는 흥행수표이며,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순간에 개그를 조금씩 넣어서 정말 재밌었다.




- 3번 히로인 : 독쭈구리 : 개그, 구원, 로맨스


독쭈구리의 등장으로 2번 히로인의 정실력에 정신을 못차리던 독자싸개들이 사정관리를 당하기 시작했다.


인물 배경, 등장씬, 감정묘사, 유머, 독주머니까지 모든 걸 압도한다.


이 히로인의 가장 큰 진입장벽은 바로 일러스트.



진짜 이 일러보고, 이렇게 입체적인 히로인일 줄 상상이나 했을까? 

나도 그냥 양산형 뽕빨 무림조교물일 줄 알았다.


이 일러를 보고 히로인에 대해 떠올릴 선입견들. 전부 다  틀렸다.



작가의 개그력이 정점에 다다르는 에피소드.

개그만 잡은 것도 아니며, 구원이 붙은 만큼 정말 애절하다.




4번 히로인 등장이 확정되있는 만큼 독쭈구리도 유기를 한 번 할 거 같긴한데,


개인적으로 3번째 에피소드에서 바로 진엔딩 진입했으면 좋겠다.



- 4번 히로인 - 아쿠아 담당

  

 원작 설정상에서 아쿠아랑 매우 유사한 성격을 보유하는 걸로 나왔는데 독쭈구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유기엔딩식 구성이 나쁘지는 않았고,


각 에피소드마다 히로인들의 정실력을 모두 보여줘서 좋았지만, 결국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유기됐던 애들 다 불러모으는 순간


각자의 정실력이 감소하고 우당탕탕 하렘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조금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