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ovelpia.com/novel/142942

도시와 탐정과 바텐더


배경은 이종족이 주 재료, 인간과 마법이 한 스푼 섞인 20세기 뉴욕이고 산업화가 크게 이루어진 세계임. 어지간히 발전한 정도가 아니라 수도관 가득 깔린 도시를 제 몸으로 삼은 산업의 정령왕이 태어날 정도.

상류층에서는 대천사님 연설 들으며 재즈와 파티를 즐기며, 하층민들은 몸 갈아서 일하고 금주령을 피해 곳곳에 숨어든 불법 술집에서 밤을 보내는 어반 판타지 세계관이다.


특이한 점은 일단 주인공이 2명이라는 거? 하나는 변호사(물리)가 포함된 금수저 출신의 엘프 신입기자고, 다른 하나는 전쟁에서 쓴맛피맛 다 본 참전용사 출신 탐정. 말은 탐정이긴 한데 사실상 돈 받고 가능한 거면 뭐든 해 주는 해결사라고 생각하면 됨. 이 두 명에게 각각 일어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금수저 엘프의 시선에서 바라본 뉴욕은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아름다운 곳이다. 어딜 보나 사람들은 행복하게 웃고 있고, 알록달록한 하늘 아래 음악을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서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성공을 쌓아 올리는 재즈의 황금기.

옆에 든든한 오우거 혼혈 변호사도 하나 끼고 있고, 정보를 찾아 돌아다니며 사실을 알린다는 신입기자 특유의 뽕에 취한 상류층 아가씨의 흔한 생각이다.


그럼 참전용사 탐정이 보기엔? 금주령 때문에 쉬쉬하면서도 술 안 마시는 놈은 바짝 마른 놈이라 멸시하는 놈들이 가득하고, 허구한 날 들어오는 의뢰는 죄다 흉흉한 것들뿐이다.

어린애 걷어차 죽이곤 자백 회피하는 유명인 양반 배에 주먹 몇 방 꽂아 주고, 제 할미로도 모자라 가족애 하나는 끔찍한 개대가리 갱단 돈 훔쳐다 마약한 고블린에게 교훈 좀 새겨 주고, 하이브 마인드에게 영혼 담보로 돈 빌리곤 도망친 놈들 손질해서 떠먹여 주는 등...저녁에 이름값 있는 바 찾아가서 미인 바텐더랑 이야기하면서 한 잔 하는 게 이 양반 인생의 유일한 낙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현대에 적응한 이종족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라고 생각한다. 드래곤 은행장이 공항에서 관제탑에게 통신마법으로 등록번호 말하면서 착륙하는 거 생각해본 적 있음? 췩췩 크륵 이딴 거 없이 문명테크 올린 그린스킨들, 도시 뒷면에서 바 운영하는 신들, 가족애로 뭉친 놀 갱단, 무덤 대신 석유 찾는 구울, 치안을 유지하는 천사 경찰, 경찰과 경쟁&협력하며 탐정(해결사)로 활동하는 인간들의 사무소, 그리고 그 위에 군림하는 신-대통령 등등 이종족을 어떻게 문명사회에 녹여낼지 고심한 티가 많이 보인다.


이야기의 전개도 좋았다. 단편으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밑바탕이 되고, 이후 일어날 사건의 배경이 되면서 단순한 에피소드물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전투씬은 약간 밋밋한 느낌이긴 한데 주변과 인물 심리 묘사가 맛있어서 아쉬운 느낌은 거의 안 든다.


이제 50화 언저리까지 간신히 온 작품이지만 느와르물이나 현대 판타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