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치다 죽었다.


눈떠보니까 대충 흙벽돌집 살고 전기도 안들어오는 이상한 세상이었다.


쓰는 말이 영어 비슷해서 어떻게든 의사소통은 되는데, 나보고 못생겼댄다.


자기들도 누더기 기워 입고 얼굴에 석탄 가루나 묻히고 다니는 주제에.


인생….


형편없는 몸매도 그렇고 얼굴까지 따지니까 인간이 아닌 것 같아서 일자리도 못 주겠다고 한다.


좆같아서 마을을 떠나 배회하다 보니, 다 쓰러져 가는 성채에 도달했다.


마을 주민들 말로는 마녀들이 사는 곳이라 한낮에도 접근하지 않는 편이라는데, 무섭다기보단 오히려 그런 차별 섞인 시선을 받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여기서 일자리도 구할 수 있겠지.


"실례합니다."


녹이 슨 문고리를 잡고 두드리자, 얼마 안가 안에서 인기척이 들었다.


"어머, 이런 위험한 곳에 무슨 일로 오셨나요?"


빼꼼 고개를 내민 여인의 모습을 보고 나는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가는 턱선과 선홍빛의 입술, 자주색으로 빛나는 눈동자는 마치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빠져들 것만 같은 마성의 매력이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외모와 풍만한 몸매가 나의 시선을 끝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바깥엔 이리나 승냥이가 돌아다니니까요."


내가 넋을 놓고 푹 패인 가슴골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여인은 고혹적인 웃음과 함께 나를 안으로 들였다.


긴 현관을 지나 연회장과도 같은 거실에 도달했을 때, 그곳에는 각양각색의 머리색과 몸매를 자랑하는 미녀들이 속이 훤히 비치는 네글리제만을 걸친 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여러분, 오랜만에 귀한 분께서 방문을 해주셨답니다."


나를 안내한 그 여인은 주목하라는 의미로 두어번 손뼉을 쳤고, 일순간 정적 흐른 뒤 이어진 것은


"꺄악! 너무 잘생겼어!"

"저 눌러앉은 코하고 빵빵한 볼살좀 봐! 평생 동정이었을 것 같아!"

"바깥으로 흘러내리는 뱃살도 매력적이야! 저 아래에 눌린다면 얼마나 기분좋을까?!"


연회장이 떠나가라 들려오는 환호성이었다.


꺄아~ 꺄아~ 거리며 내 몸을 더듬기 위해 손을 뻗어오는 그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설명을 듣고자 내 옆에 서있던 여인의 얼굴을 쳐다봐도,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이 당장이라도 나를 자빠뜨릴 기세였다.


"지금 저 놀려요?"


장난감 취급 당하는 건, 사흘간 마을에 머물면서 질리도록 당한지라 자연스레 얼굴이 찌푸려졌다.


"저희들 서큐버스에겐 당신처럼 연애 한번 못해봤을 못생기고 뚱뚱한 사람이 이상형입니다."

"뭐라고요?"

"여왕님 말이 맞아요. 여자 손도 못잡았을 추남은 그만큼 순수한 정기를 품었을테니 상등품 취급받는답니다?"


여왕이라 칭해진 그 여인의 해괴한 말에 어안이 벙벙한 것도 잠시, 동그란 안경을 쓴 지적인 이미지의 장신거유 여성이 설명을 이어갔다.


듣자하니 이 세계의 서큐버스들에겐 여자 경험이 없을 법한 모쏠아다의 관상을 가진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한다.


날 향해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가슴과 허벅지를 밀착해 오고, 몇몇은 무릎을 꿇은 채로 내 가랑이의 냄새를 맡고 있는걸 보면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이거, 죽을 때 죽더라도 야스는 원없이 하다가 죽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