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한 번도 오그라든 적 없던 내 야추...


내가 쓰고 싶을때는 항상 몇 번 흔드는 것만으로 곧바로 준비 만전이 되던 녀석이


오늘따라 갑자기 영 시원찮은 게 아니겠냐?


다그쳐도 보고... 타일러도 봤지만... 마치 암에 걸려 죽음을 목전에 둔 노견老犬처럼...


부푸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반쯤 물렁한, 흐리멍텅한 어정쩡한 모양이었다.


난 그때 직감했다. 오늘이 마지막일 거라고.


그리고 이 녀석의 장례식은, 누구도 넘볼 수 없이 성대하게 열어주자고 결심했다.


나는 곧장 VPN을 켜고 하드코어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해, 탑뷰를 기록한 영상을 보며 손을 거침없이 움직였다.


십 분가량을 살이 벌겋게 되도록 흔들자, 갑자기 녀석은 예전처럼 발딱 서서 활기를 되찾는게 아니겠냐?

그럼 그렇지, 하면서 잠깐 손을 뗐는데, 움직임이 멎자마자 순식간에 쪼그라들려하는 모습에 난 황급히 다시 손을 갖다대고 흔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비디오 하나가 끝나자, 셔츠며 속옷이며 온통 땀으로 젖고, 방 안엔 시큼한 땀냄새로 진동했다. 평소같았으면 당장 샤워실로 달려갔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오늘이 아니라면, 언제가 될지 모르니까.


다음 비디오로 넘어갔다. 46분짜리 서양 BBC 갱뱅. 여자가 8번에 걸쳐 자리를 옮기고, 마지막 얼싸 장면까지 끝나도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모니터 너머 창에 보인 태양은 어느덧 중천, 점심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건만 그럼에도, 나는 다시 모니터에 집중했다.


창 밖이 주홍빛으로 물들은 것이 저녁이 됐나 싶어 모니터에서 눈을 떼니, 저녁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의 불빛이 태양의 일을 이어받고 있었다.


거리도 얼마 되지 않아, 이제 막 퇴근한 어느 집 가장과 그의 아내, 딸아이의 명량한 웃음소리가 닫아놓은 창문 틈새로 들려온다.


그들은 아마 내일 또 헤어지겠지. 딸아이는 유치원에 가고, 아버지는 직장으로. 어머니는 홀로 남아 빨래를 개고 요리를 하고.


하지만 저녁엔 또 다시 만날 것이다. 그리고 오늘이 아닌 다른 주말에도.


그러나, 내 야추는 오늘이 지나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문득, 손에 느껴지는 위화감에 나는 흠칫 놀라며 책상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그곳엔 다만 수확의 시기를 놓친 고추처럼, 냉해를 맞아 시든 작물들처럼 볼품없이 쪼그라든 고추가 있었다.


나는 잠깐 천장을 올려다봤다가, 컴퓨터를 끄고 일어나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기의 물을 틀자, 냉수가 장대비처럼 쏟아져내려 내 몸은 금세 물범벅이 됐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의 눈물을 가려주기엔.


샤워실에 무릎을 꿇으며 하염없이 흐느끼던, 어느 일요일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