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검, 무릇 무인이라면 모두가 탐내는 신병이기(神兵利器)


늘 주인의 곁을 떠나지 않으며


한 번 휘두르면 하늘을 무너뜨리고 


두 번 휘두르면 땅을 가르며


세 번 휘두르면 그 앞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전해진다.


누구는 용린(龍鱗)을 재련해서, 


누구는 마신의 하사품이라 서로 주장하지만


천마가 사용했단것 외에는 그 무엇도, 밝혀진것은 없었다.'


"스승님은 알고 계십니까?"


나는 창틀에 걸터앉은 중년에게 되물었다.


"알고싶냐?"


"무릇, 무인이라면 천마검에 대한 호기심정도는 가지고 있지 않겠습니까?"


"...수십년전, 천마가 모습을 감추고 천마검 또한 그 주인을 따라 사라졌다."


빠르지만 가볍게, 소리조차 내지 않고 


스승은 몸을 일어나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뭐... 아무튼"


-휘익 


잠시 멈춰서더니, 눈앞의 내게 허리춤의 검을 내게 던지더니


"자, 베어봐라"


손가락 하나를 세우며 말했다.


"정말로요?"


"어허... 스승을 불신하느냐?"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까닥거리는 모습은 어린아이와 같은 장난끼가 맴돈다.


'으음... 썩 내키진 않는데...'


손에 쥔 걸래를 내려놓고, 나는 검을 잡았다.


검은 방안의 공기를 위아래로 갈랐고 


도신과 검지가 부딪혔지만


-캉!


튕겨나간건 검을 든 내 쪽이었다.


"뭔지 알겠나?"


검지로 등을 긁으며 내게 다시 질문해왔다.


"호신강기(護身罡氣) 아닙니까."


"맞다, 그 수준이 높을수록 더욱 강인해지지."


"그리고 이걸 이렇게하면...!"


손가락을 타고 흘렀던 기의 아지랑이는


견고함을 유지한채 칼날의 모양을 띈다.


문제는


-핏!


그 예리한 칼날이 눈앞을 지나 호를 그리며 멀어져간다


바위의 결을 따라 가를정도의 예리함과 단단함.


얇디 얇은 검은 머리카락이 소나무잎과 같이 흩날린다.


"앞머리가 좀 마음에 드느냐?"


"예, 하지만 치울거리가 늘었으니 바깥에서 하셨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옆으로 천천히 돌며 머리를 살피는 스승에게 나는 앞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자, 이제 천마검의 행방을 알겠느냐?"


천마와 같이 사라졌고, 호신강기라


"검이... 아니었군요."


스승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다, 그 예리한 검흔과 절단력은 누가 보던간에 검이라 생각하겠지."


"고금 제일인의 호신강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니깐."


"천마검이 검이 아니란 사실은 아주 소수만이 알고 있단다."


스승은 그렇게 빗자루를 가져와 바닥을 정리하는 나를 쓰담으며 말씀하셨다.


"그럼 천마의 손과 팔이..."


"팔이라니?"


쓰다듬던 손을 멈칫하며 말을 이어간다.


"아해야 너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구나."


"천마는 팔이 없었단다."


"그럼...? 다리인가요?"


"정확히는 다리 사이에 있는 것이란다."


나는 경악했다. 


무림인들이 찾아 해매는 전설이, 이렇게 추잡스러운 것이라니.


"그래서, 패하고 살아남은 무인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 한거지."


"아해야, 미안하지만 이게 내가 전해줄 진실이구나."


"쪽팔려서 말을 못 했던거란다, 무림의 고수가 음경 앞에 무릎 꿇다니..."


"어디가서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겠지."


나는 그 말에 의문이 들어 물었다.


"그럼 어째서 저에게 알려주신겁니까?"


"천마검을 찾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네가 요즘 무구에 관심이 많아 보이던데."


"어찌, 다른 것들의 진실도 알려주리?"


"아뇨"


나는 질색하며 답했다.


"그래, 수련만이 강해지는 법이다. 무구에 의존하지 말거라."


그렇게 어깨를 두드리고선 스승은 어디론가 떠나셨다.


장막이 걷히고 추악한 진실이 드러난 날.


가을... 어쩌면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