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저를 어렸을 때부터 메이드가 저를 지키면서 싸우는 걸 보고 있습니다.
 
항상 무뚝뚝했지만, 최선을 다해 저를 보살폈습니다. 가끔 칭찬하면 표정은 무표정인데 자세히 보면 귀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표정은 처음 보는 표정이네요.
 
“도… 님……!!!”
 
저를 부르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요. 복부 쪽도 뭔가 따듯하네요. 축축하기도 하면서.
 
“괜…! 찮으……까!!”
 
“괜찮……아….”
 
저를 걱정해 주는 걸까요. 저를 바라보는 눈이 매우 슬퍼 보였습니다.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볼에 떨어졌습니다. 계속해서.
 
“어서! 치료를!!!”
 
“린…. 도망가……. 너라도… 쿨럭. 케엑…… 살아야지….”
 
“안 됩니다! 도련님을 두고선 못갑니다! 지원이 올 때까지 끝까지 여기 남아서 지키겠습니다!”
 
제게 남은 건 간신히 부지하고 있는 목숨과 마력 조금이었습니다.
 
저는 살며시 린을 보곤 미소를 지어주었습니다.
 
“린. 고마웠어…. 지금까지 날 지켜줘서……. 고마워. 그러니… 이젠…… 편히 쉬어….”
 
“도련님…? 지금 무슨 말을…….”
 
“텔레포트……. 여기서… 멀리 떨어진…… 숲으로….”
 
“안, 안 됩니다! 도련님!!!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도련님을…!”
 
“고마웠어. 린. 잘가…. 언젠가 다시 보자?”
 
“도련님!!!”
 
눈앞에서 싸우던 메이드 린은 사라져버렸다.
 
나는 젖은 손을 들어 보았다. 붉은색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복부가 축축했던 건 피였구나…. 처음 보네……,
 
“크아아아!!!”
 
린이 없어지니 몬스터가 잔뜩 들어왔다.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마지막으로 린의 따듯한 손으로 감싸줬던 손에 따듯함을 기억하려고 반대 손으로 붙잡았다.
 
“린….”
 
마지막으로 불렀던 메이드의 이름은 머리에서 계속 맴돌았다. 절대 잊지 않으려고.
 
콰드득-
 
 
***
 
 
털썩.
 
어느 깊은 숲 속에 붉은 피를 묻힌 메이드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메이드는 주저앉은 채 움직이지 않았고 그저 숲을 바라볼 뿐.
 
하늘빛을 한 아름다운 눈에선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저 눈물만.
 
린은 자신이 지키지 못한 도련님이 자신을 구해준 것에 대해 죄악감이 느껴졌다.
 
메이드는 주인님을 지키고 보살펴야 하는 존재.
 
주인님은 그런 메이드에게 보호받아야 할 존재.
 
주인을 지키지 못한 메이드는 쓸모없는 존재.
 
그렇기에 린은 자신의 오른쪽에 떨어져 있던 검을 들고 자신의 배 쪽을 향해.
 
푸욱-!
 
“케흑….”
 
그대로 쓰러져 눈을 감았다. 이 죄는 지옥에 가서 갚겠다고.
 
초록색 잔디로 어우러진 바닥은 순식간에 붉은색이 되었다.
 
희미한 생명이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은.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로 아끼던 존재.
 
도련님이었다.
 
 
***
 
 
하지만 도련님을 지키지 못했던 메이드의 눈은 이내 다시 떠지고 자신이 생활했던 저택의 숙소 천장이 보였다.
 
분명 몬스터에게 습격 당했어야 할 저택이 멀쩡한 모습에 메이드는 혹시나 해 잠옷 차림으로 도련님 방으로 달려갔다.
 
메이드는 자신의 신분에 맞지 않게 주인님인 도련님의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린!? 왜, 왜 그래? 어어? 울지마! 갑자기 왜 울어? 에에???”
 
자신은 몰랐다.
 
죽어있었어야 할 도련님이 침대에 앉아 편안히 책을 읽고 있는 모습에 너무 기뻐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도.
 
도련님은 울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린…? 괜찮아?”
 
자신보다 조금 작은 도련님이 나를 올려다보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훌쩍. 죄송합니다…….”
 
자신이 지키지 못했던 도련님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내가 제대로 도련님 옆에만 붙어있었으면. 방심하지 않고 뒤까지 철저히 경계했더라면.
 
그랬더라면 도련님이 나 대신 상처를 입지 않아도 됐을 텐데….
 
“괜찮아… 괜찮아…. 뭐가 그렇게 죄송한 건진 모르겠지만… 괜찮아. 우린 가족이잖아.”
 
“흐흑… 죄송합니다… 도련님.”
 
“어? 린…?”


린이 주저앉더니 도련님을 살며시 팔로 감쌌다.
 
그리고 도련님의 배에 얼굴을 파묻곤.
 
“흐아아앙….”
 
울고. 울고. 계속 울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도련님은 그런 나를 위해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고 계셨다.
 
나는 이런 도련님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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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꿈인걸로 드리프트해서 피폐찍을려다 그냥 ㅇㅇ...

그래서 몬스터 습격전 준비하면서 도련님이랑 나대나대 하는거 보고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