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지 마라.


"지랄하지 마시죠."

"...무, 뭐?"


웃기지 마라.


"지랄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철혈이자 냉혈, 제국의 심장이자 영웅이라 불리던 남자가 짓는 멍청한 표정에 더욱 신물이 난다.


철혈이나 냉혈이라는 말을 진짜로 사람에게 달아주는게 참 판타지답다고 생각하며 눈 앞의 남자를 조용히 노려봤다.

그가 애써 힘을 주려던 미간은 힘없이 풀어지고 입가가 떨린다.

3 왕국의 침공을 막았다던 전설같은 영웅이라도 피할 수 없던 세월을 담은 희끗한 머리는 평소보다 힘을 줬는지 약간의 라벤다 향기가 나는 향유 냄새와 함께 햇빛에 반짝이는 것이. 지금의 멍청한 표정과 반대되어 우습기도 하고, 아니 그냥 의도가 뻔히 보여 더욱 구역질이 올라왔다.


선물이라고 들고 온 꽃과 인형이 귀족의 권위를 상징하는 요란스러운 장식과 제복으로도 감출 수 없는 근육덩어리 팔에 들려있는 것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겨웠다.


"자식이 쓰러졌을때는 기별도 안 보이시고, 기억을 잃은거 같다는 말을 듣고도 소식이 없던 사람이 이제 와서 잘 해보겠다고 오신게 참으로 감격스러워 말씀드립니다. 지랄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공작님."


공작님. 이게 맞게 부르는건가?

매번 별생각 없이 아무 웹소설이나 읽다보니 단어도 헷갈린다.

그렇다고 아버님이나 이름, 못 해도 성으로라도 부르고 싶지 않았다.

곧 있으면 점심 시간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헨리 주방장 님이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다고 오늘은 특별히 힘 써주신다해서 기대했는데.


혐오감 속에서 저도 모르게 찾아온 식욕과 잡생각을 보니 눈 앞의 남자에게 감정이던 생각이던 할애하는 것조차 낭비로 느껴져 들고 있던 수첩을 책상 위에 올려놨다.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뜻이었다.


그래, 차라리 이게 낫다. 이대로 폭발했으면 좋은 일은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대화는 즐거웠습니다 공작님. 그럼 즐거운 점심되시길 바랍니다."

"자, 잠깐 기다려보거라!"


그대로 방에서 나와 식당으로 가려는 팔을 우악스러운 손으로 붙잡고는 소리치는 생물학적으로 연결된 남자를 쳐다봤다.
눈에 담긴 불안함은 이걸로 모든게 끝날까하는 두려움을 담고 있었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거지? 무엇이 끝날까 두려운거지? 무엇을 놓치기 싫은거지?

왜, 이제와서─

"웃기지 마!!!"
"읏...!"

소리지르며 온 몸을 뒤틀자 놀란 공작이 무심코 손을 놔버렸다. 붙잡힌 팔을 붉게 물들일 정도로 쥐고 있었으면서, 조금 소란피웠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놓다니.
그렇게도 소중했나? 그렇게도 이 몸이, 당신의 딸이 소중했나?

"웃기지 마! 지랄하지 마! 기억을 잃었으니 이제 와서 다시 시작하면 다 잘 될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다. 결국 난 절망하고 포기한 소녀의 몸을 우연히 차지한 불청객에 불과하다.

"기억을 잃었으니, 이제 와서 당신이 해온 모든 것들이, 내가 해온 모든 잘못들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거 같았어?!"
"무슨... 혹시 기억이..."

아니다. 사람이 잊었을지라도 그 흔적은 남는다.
책상에 내려놨던 수첩 ─소녀가 남긴 절망과 회환을 담은 글들을 옮겨 적은 일기장.
슬프고 불안했던 그녀처럼 불안할 때마다 썼다는 듯 온갖 장소, 온갖 종이에 적혀있던 소녀의 아픔을 그러모은 고통의 기록.

"아니, 안 납니다. 그렇다고 알 수 없는건 아니죠. 애초에 당신이 숨긴 적도 없었으니까!"

내가 빙의한 곳이 어떠한 이야기의 세계인진 모른다. 하지만 정신차렸을 때는 마치 클리셰처럼 이미 모든게 진행되고 있었다.

곧 아카데미에 입학할 악영 영애, 그녀를 두려워하는 공작가의 사람들과 이미 죽은 어머니,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찾지 않는 아버지와 오빠. 그리고 약혼자이자 제국의 후계자인 황태자.

클리셰를 비트는게 클리셰이고, 클리셰가 신선하다는 소리까지 듣는 세상에 이 정도 클리셰면 신선하다는 소리는 듣는게 확정될 정도였다.

처음 빙의되었을 때는 정신없어 그저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기억을 잃는다고 제가 한 소행이 사라질거 같습니까?"

개인 시녀까지 포함해 모두가 날 껄끄러워하는게 느껴졌다. 아니,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두려움이었겠지.
그래, 이제 막 깨어나 앞도 뒤도 모르던 소녀를 두려워했다. 처음엔 방의 모습 때문에 귀족가 딸내미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을까 걱정하는 줄 알았지. 경우에 따라선 가문 단위로 무슨 해를 입을 지 모르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그저 나라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알아내는 데에 그렇게 큰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저 방 밖을 나서서 30분만 돌아다녀도 알게될 정도였으니. 얼마나 이 몸이 지랄을 한건지.
그렇기에 가족들이 누구도 찾지 않는다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모두가 두려워할 정도로 소란을 피웠다면 가족들 눈 밖에 났을거라는건 생각하기 어렵지도 않으니까.

그렇기에 일주일 동안은 방과 정원을 오가는 생활만 반복했다. 정원은 관리하는 정원사 한 명을 필두로 5명의 부하를 두고 관리될 만큼 무식한 크기를 자랑했으니 탐험하는 맛도 있었고.

그렇기에 누구도 찾지 못한 곳에서 구겨진 종이 조각을 찾아낸건 우연이자 운명이라고 밖에 할 수 없겠지.

그리고 거기에 적힌 문장도.

"기억을 잃으면 당신을 그리워할거라 생각했습니까?"

미안합니다. 죽고 싶다. 사랑받고 싶어.

언제 쓴 건지, 누가 쓴 건지, 무슨 내용인지.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두서 없고 좋을대로 적힌 단락적인 내용으로 무엇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저 내 안의 어딘가에서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만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부터 저택의 온갖 장소를 뒤져보았다. 할 수만 있다면 새벽에 몰래 방에서 나오거나 하인들의 화장실까지 뒤져가며 모든 장소를 뒤져보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흔적이 나왔다.

그건 종이일때도. 혹은 벽 구석 진 곳에 잉크로 적은 것일때도, 심지어 주방 식탁의 뒷면에도 칼로 새겨져 있을 때도 있었다.
내용은 전후 사정없는 사과일 때도, 혹은 장문의 일기일 때도 있었다.
주로 일기는 내 방에서 찾아볼 수 있었고. 약 한 달의 탐험으로 모을 수 있는 모든 내용을 모았다고 생각했을 때.

난 소녀를 동정했다.

"처음엔 이해해보려 했습니다. 혹시 나에게 문제가 있는지, 혹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지."

소녀가 악역 영애답게 지랄한 배경은 요즘 클리셰에 걸맞게도 가족의 관심을 받지 못해 울고, 소리치고, 애원해도 닿지 않는 소통의 끝에 내놓은 극단적 결론이었다.
물론 자신의 고통을 관계없는 하녀나 사람들에게 푼 건 비난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저 어느 날처럼 사랑받지 못해 괴로워하다 실수로 상처를 준 하녀의 손을 붙잡고 어찌하지 못해 당황하던 소녀의 옆을 지나가던 공작에게 "적당히 해라"하는 한 마디를 들었다는 것만으로 관심받기 위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악녀가 된다는 극단적 선택을 누가 이해할까.

아버지의 무심한 시선 하나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하늘이 날아갈거 같다는듯. 가장 행복한 순간인 마냥 처음으로 찢어진 종이나 칼이 아닌 멀쩡한 일기장의 첫 페이지를 채운 것을 알았을때 내가 지은 표정을 이해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혹시 아버지가 자는 사이 방에 몰래 들어올까 그 일기장을 보란듯이 펼쳐놓고. 메이드가 들어오기 전에 일어나 만진 흔적도 없는 책을 한숨과 함께 덮어놓는게 하루 일과인걸 안다고 뭐가 바뀔까.

소녀의 발작에 시달린 피해자들이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다 보니 보이는게 많더군요."

사람들을 괴롭히면서 비난받는게 미안하고 괴롭지만 무엇을 해도 반응해주지 않던 아버지가 유일하게 반응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악행을 놓지 못하고 몰래 안정제까지 먹던 소녀를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빙의하기 전 쓰러진 소녀가 발견되었다던 정원 한 구석에서, 무엇으로 만든건지 알 수도 없는 수수께끼의 독약과 곧 죽는 것이 두렵지만 버티지 못하겠다는 말이 적힌 소녀의 짧은 유서를 발견했다고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나 지금 그 비난을 받아야하는 소녀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내가 차지하고 말았다.
사과 해야하는 사람은 없어지고 원망 받아야하는 사람은 사라졌으니 이 비틀린 관계를 정리할 자신은 나에게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건 가능한 그들에게 어떠한 자극과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대해주는게 최선이었다.
소녀의 과거를 알던 사람들은 그 모습에 마음을 추스리고 잘 대해주긴 했지만 피해자들이 웃는 모습에 곤란한 미소를 짓는게 원하지 않았어도 가해자의 몸을 차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그리고 처음으로 가족들이 소녀를 냉대 ─아니 냉대가 차라리 더 따듯할 것이다. 눈앞에서 무시하던 냉소하던 교류가 있어야 냉기던 온기던 무언가를 느낄텐데 교류 자체가 없었으니─한 이유를 알아보기로 했다.

클리셰스러운 배경 속엔 클리셰스러운 사정과 이야기가 있지 않겠는가. 소녀에게 사랑을 표현하면 소녀가 타락하는 저주에 걸렸던.
뭔가 판타지스러운 예언을 듣고 그랬던, 혹은 공작이 3왕국과 전쟁 도중 저주를 받았던.

최소한 초월적인 힘이나 이유를 가지고 그랬다면 바깥에서 온 내 시점에서는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여지가 있었다.

그랬기에 가능한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고, 믿을 수 없는 가설이 떠올라도 가설로 넘기고 더 이상 모을 수 없는 정보가 없다는 확신이 들어도 일주일은 더 정보를 모아보려고 필사적이었다.

그리고 난 이 가족을 저주했다.

제국을 지키기 위해 3왕국을 막는 과정에서 혹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공작에게 그건 큰 문제도 아니었다. 오히려 3왕국을 막으며 수 천의 사람을 도륙낸 후 ptsd가 왔을거라는 생각부터가 공작에 대한 모욕일 정도였다.
사람을 죽이는건 마음에 생채기조차 내지 못하다니. 대체 뭐하는 사람이었을까.

그러나 권력은 그를 망가트렸다.

왕국을 무너트릴때마다 얻게된 권력을 그는 누리는게 아니라 유지하는 데에 집중했고.
번성시키는 데에 집중했다.

그는 정치인보다는 무인이 맞았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그 누구에게도 그에 대한 관리를 맡기기는 커녕 조금이라도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힘을 줄이고 자신이 직접 관리하도록 체재를 개선했다.

책상 다리에 앉는 것이 체질도 아닌 사람이 책상 다리 일을 늘리면 어떻게 될까?

결국 그게 전부였다. 가족들을 위해서였는지 누굴 위해서였는지 저택 책상에 앉아있거나 다른 귀족들과 상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느라 그는 가족을 버렸다.

가족을 버리는 과정에서 그래도 장남은 권력을 잇기 위한 후계자라 생각했는지 같이 식사는 하거나─먼저 먹고 중간에 나가버렸지만─ 최소한의 대화는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으니 오빠도 얼마나 숨이 막혔을까.

그도 소통에 장애를 가진 또 다른 환자가 된 것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가족을 저주한다 했으나 사실 저주하는건 공작만일 것이다.

이후 아내를 죽이고 나온 딸은 아예 관심 밖에 두고 있었으니.

오빠는 아버지와 생긴 트라우마로 결국 누구와도 말을 터놓지 못하는 차가운 사람이 되었지만 여유없던 소녀의 기록을 봐도 요령만 없지 소녀를 신경 쓰는듯 했으니까. 결국 미쳐버린 소녀가 알기에는 너무나 작디 작은 행동이라 누구도 알 수 없었지만.


공작은 모두를 망가트렸다.


그리고 아카데미에 입학 후 좋던 싫던 사건에 휘말리던 딸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요양차 돌아온 나를 붙잡고는 이제 와서 잘해보자고 이러는 것이다.

너무 뜬금없지 않은가?

"솔직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울고, 소리치고, 애원해도 닿지 않고. 쓰러지고 기억을 잃어도 관심도 주지 않더니 왜 이제 와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신병을 달고 사람을 괴롭히는 악녀가 되어도 무시하던 사람이 왜 전부 없어지고 나서야 이러는지.

"혹시 황태자와의 약혼이 없어졌지만 관계는 더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기대한 겁니까? 그 권력을 키울 기회로 보여서? 가문이 당당히 황제의 씨앗을 품을 기회라 오라버니 때보다 좀 더 힘내보자 생각이 드셨습니까?"
"나는..."

인형과 꽃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간게 보인다. 이제 보니 손에 꽃다발만이 아닌 뭔가 종이가 보이는데. 아, 그렇구나.
그걸 본 건가.

"보셨군요."

"..."

죄악감이 가득 찬 저 표정을 보라. 본게 맞구나. 이제야 본거구나.

"저도 놀랐습니다. 기억을 잃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제가 그런걸 적은건지. 무슨 생각으로 자기는 있지도 않은 가족 그림 뒷면에 그런걸 놓은 건지."

그녀의 고통을,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수첩에 옮겨적으며 가능한 그 흔적들을 지워나갔지만 저 종이만큼은 차마 건들지 못했었다.

그도 그럴게. 자살할때 썼던 짧은 문장이 아니라 저건 그녀가 아버지에게 남긴 기원이자 가장 유서에 가까운 내용이 적혀있었으니까.

사랑해 달라고, 아니, 사랑은 필요하지 않으니. 어머니를 죽이고 태어난게 그렇게 증오스럽다면 차라리 내쫓아도 좋으니. 한 번이라도 미워해 달라고 비는 편지. 그게 어떻게 10살 짜리 소녀의 손에서 나오는 편지인가.

게다가 숨겨놓은 방식도 조잡하기 그지 없었다. 그냥 가족을 떠올리고 그림을 보려고 다가가면 바로 알 수 있게 어설프게 뒤에 끼워놓은게 다였다.

가족을 그리워했다면 소녀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읽고도 남았을 글이었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그걸 이제 본 게 믿기지 않네요. 유일하게 어머니가 그려진 그림이라고 일이 아니면 메이드조차 들이지 않던 공작이 일하던 집무실에 있었으니."

소녀가 쓰고 수 년이 지나서야 그는 가족 그림을 본 것이다.
아니면 보고도 신경쓰지 않았다가 혹시 내 기분을 돌릴 수 있을까 이제 와서 꺼냈거나.
이게 사람인가?

"다시 해보고 싶으셨습니까."

그녀는 없다.

"과거를 속죄하고 싶으셨습니까."

그가 망가트린 그녀는 이미 여기 없다.

"작은 것부터 쌓아올리면 어떻게든 될거라 믿으셨습니까."

공작과 쌓아 올려야 할 사람은, 더 이상 없다.

"그렇다면 너무 늦으셨습니다. 기억을 잃었으니 과거가 없을거라 믿으셨다면. 저희는 여기서 끝입니다."

빙의전 봐왔던 웹소설들 중 이런게 있었다. 미움받던 악역이 사실 가족들과 안 좋은 과거가 있었고. 그 인물에게 빙의한 주인공의 행동에 따라 그 가족들이 참회하는 이야기.

그러나,

"저는, 나는."

상처입은 사람은 본인이 아니면서, 상처입었던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좋은게 좋은거다', '빙의된 사람도 이러면 만족할거다', '행복할거다', '내가 대신 너를 위해 행복해지겠다', 고민조차 없이 그걸 받아먹는 주인공들은 얼마나 뻔뻔한가.

이미 상처 입고 절망해 세상을 등진 사람이 무엇을 느낄지 어찌 알고 망가트린 사람들의 사과와 참회를 자신이 대신 받아들이는가?

몸이 같으면 영혼이 달라도 동일 인물이란 말인가?

그녀가 가족의 사랑을 바랬으니 꾹 참고 그 사랑을 대신 받아들이면 된단 말인가?

정작 받아야되는 사람은 손가락만 빨고 지켜보라는 말인가?

아니, 이건 나의 개인 만족이다. 하지만 감히 말하겠다. 나는 그녀의 과거이며 고통이고, 더 이상 그녀가 없다는 증거 그 자체다.
언젠가 내가 사라지고 그녀가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이유로 그녀가 받아야될 사랑을 빼앗을 수 없다.
그녀가 느껴 온 아픔과 슬픔을 좌시할 수 없다.

난 복수하지 않을 것이다. 복수는 당한 사람의 의지 하에 이뤄지는 절차다. 당사자의 의견없이 이뤄지는 복수는 복수가 아닌 자기 만족일 뿐이다. 

하지만 가만히 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끝없이 보여줄 뿐이다.

나는,

"당신을 증오해."




----------------------------------------

걍 웹소설들 보다가 되도 않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소홀하고 그것 때문에 악녀가 되버리는 인물들에게 빙의하는 작품들을 보고 갑자기 써보고 싶어졌음.

가족을 사랑한다고 해놓고는 바깥 일을 신경 쓴다고 집안일을 신경 안 쓰는 사이에 악녀가 가족이나 미친 놈들에게 실험이나 학대 당해서 망가진 일을 이유도 모르다가 빙의자가 빙의 후 알게 되어 뒤늦게 사과한다고 하는 아버지나.

사랑한다고 해놓고는 되도 않는 이유로 어린애를 끝없이 무시하다가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나중엔 타성으로 기존의 관계를 유지하다가. 이미 없어진 딸에게 사과한다고 하고는 '말보단 행동'이랍시고 말로 사과는 안 하고 애매하게 굴면서 빙의자들 일 뒷처리하는 아버지나.

아무튼 이미 다 없어진 상태에서 빙의자가 행동해야 정신차리는 병신같은 상황들에서 그걸 걍 받아들이는 빙의자도 갑자기 현타 와서 써버림.

내가 분충이 되버리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

이런 쓰레기 같은 글이 내가 처음으로 완성한 글이라니 믿을 수 없는 데스웅.

다신 안 써


p.s 문제점 보이면 알려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