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는 다른 그녀
이따금 나를 마주 보고 웃어주는 담백한 그녀의 미소는커녕 이제는 나를 등지고 늘어트린 적색 머릿결만 뽐내는 것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그녀 못지않게 가까이 지내는 슈크림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했지만 팥은 보이기라도 했지. 한마디 말도 없이 나를 피해다니는 슈크림의 쌀쌀한 모습에 오히려 팥이 더 낫구나 싶었다
외로이 서있는 나에게 다가와주는 건 흩날리는 낙엽을 실은 차디찬 바람 뿐
아 벌써 그 계절이 되었구나
붕어를 잉어로 둔갑시키고 밀가루에 조그만 팥과 슈크림을 받아 한 두조각에 천원이나 받아처먹는 무정한 계절
담배나 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