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오른쪽입니다.''
나는 사방이 어둠뿐인 미로 안에서, 횃불 하나를 들고 모험가 파티 하나를 안내하고 있었다.
내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코너를 지나자마자, 반대쪽 길 바닥에서 사람 팔뚝만한 가시들이 쏟아올랐다.
''와....이 곳의 함정들은 역시 소문대로 살벌하네요!''
뒤에서 쫑알거리는 용사와 성녀, 마법사와 도적 네 명의 아가씨들로 이루어진 모험가들은 미래의 마왕들을 물리칠 영웅들이다. 지금은 아직 막 모험을 시작한 신참이지만.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이 죽지않고 성장하여 마왕을 잡을 수 있을때까지 지켜.....
''그런데 아저씨, 아저씨는 이런 미로의 길을 어떻게 다 알고 계신건가요? 엄청 대단해요!''
''예전에 다른 파티들과 한번 와본적이 있습니다.''
구라다. 나도 사실 여기에 와본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길을 다 아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내가 이 망할 소설을 직접 쓴 작가니까말이다.
현대에서 나는 취미로 인터넷에서 웹소설을 연재하고 있었다.
성공한 작품이라기엔 좀 부끄럽지만, 나름 꾸준히 봐주는 독자들도 있었고 가끔은 후원도 들어오는 정도였다.
현생이 썩 행복하지 않았기에, 웹소설은 지친 일상속에 묻혀사는 나에게 있어 환풍구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조금 삐둘어져있었고 그덕에 이 고생을 하고 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왜 캐릭터들은 행복해야 하는거지?'
그 생각에 독기를 품고 어떻게든 주인공들을 괴롭히기 위한 작정으로 소설을 썼다.
사실 스트레스 해소의 목적도 있었던 것 같았다. 어쨋든, 그렇게 글을 쓰다가 어느날 한 독자의 댓글을 보게 되었다.
'첫 화 연재할 때 부터 댓글달면서 봐온 독자입니다. 도저히 못보겠네요
언제쯤 주인공들 행복해지나 생각으로 계속 봐왔는데, 작가님은 그런 내용을 쓰실 생각이 없는거 같네요.
하차합니다 작가님은 상하차나 하세요'
이미 상하차로 먹고사는데.....라는 생각으로 나는 키보드를 누르고 답글을 쓰려했으나, 밑에 접혀있던 댓글이 더 있었다.
'작가님이 직접 소설 속으로 들어가서 내용 좀 뜯어고쳐주세요, 행운을 빕니다'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내가 쓴 소설 속 세상으로 왔다.
나는 횃불을 들고 계속 길 안내를 하며 시스템이 남기고 간 마지막 메세지를 떠올렸다.
'주인공 파티 모두가 행복하다고 느끼기
이것이 당신이 현실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수 입니다.'
이세계 특전으로 주는 사기급 능력도, 아이템도 없이 몸뚱이 하나만 가지고 세상에 떨어진지 어연 5년째다. 설상가상으로 현실로 돌아가는 조건마저 애매모효 그자체.
내가 작가였던것과 본편보다 일찍인 시점에 와서 다행이지, 아니였으면 헬게이트가....
구르르르르-
'이 바위 소리는'
내가 피폐의 스타트를 알린 그 썩을 놈의 바위다. 절대 다른 곳으로 가지말라 당부했는데!
''여기 좀 봐봐요! 초롱덩굴이 있어요! 이거 원래 엄청 어두운 동굴에서나 찾을 수 있는건데!''
뒤를 돌아보니 마법사가 따라오다 말고 구석에서 식물들을 채취하고 있었다.
''안돼!''
나는 몸을 던져 마법사를 안고 간신히 바위를 피할 수 있었다. 내 키보다 크던 바위는 아슬아슬하게 날 스쳐지나가고 이내 거대한 굉음이 들렸다.
''괜찮으신가요?''
''ㄴ...네에....''
저 바위를 맞은 마법사는 급하게 보호마법을 켰으나, 심한 부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지고 그런 마법사를 용사가 구하기 위해 약초를 찾으러가다 또 변을 당한다는....그런 굴레의 시작이였다.
내가 다시 생각해봐도 개연성이 없었다. 이제 후회한들 의미가 있을까, 집에 가려면 용사 파티가 행복해져야하고, 그러면 아무도 다치지 않아야 했다.
''괜, 괜찮아? 리나?''
''으...으응...다행히 안내인 아저씨 덕분에...''
''다치지 않아 다행입니다.''
나는 바닥에 내팽겨쳐둔 횃불을 다시 집어들고 마법사를 바라봤다. 횃불 때문인가, 마법사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있는 거 같은 착각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별 말씀을, 그럼 계속 가볼까요?''
고마운건 나다, 너네가 안 다쳐야 내가 집에 갈 수 있다고.
과거의 내가 싸지른 똥덩어리들을 피해, 나는 반드시 집에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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