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이란 건 참 난감한 일이다.


"이세계에서 왔다고요?"

"예."

"허, 참. 이세계가 어딨어요. 이 사람은 소설 속에서나 통할 얘기를."


귀환하고 돌아온 세상은
게이트란 놈에 의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지 오래라.

헌터와 각성자가 널리고 깔린 세상이었다.


"헌터란 건 있다면서요."

"고객님, 헌터랑 용사를 비교합니까?"

"아니 헌터가 있으면 용사도...."

"헌터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증명이 된 사안이고요. 용사는 아니잖아요."


헌터가 많단 것이 사람들 가슴속에 융통성이 솟구치게 되었단 말은 아니었지만.


"차라리 게이트에서 튀어나왔단 말이 설득력 있겠네요 어휴."

"진짜라니까요! 아, 그래 좋아요.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걸로 칩시다. 그럼 되는 겁니까?"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생물체는 지금까지 몬스터 외엔 없는 데요?"

"헌터가 들어갔다가 길을 잃으면요?"

"헌터들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지 닷새 지나면 이쪽으로 못 돌아와요 선생님."


얼씨구. 퍽 정교하게 물 먹이는 게이트로군.


"아니 억울해 죽겠네. 제가 그럼 최초의 케이스인 걸로 보고 판단해주시면...."

"얼레?"


지루하게 날 상대하던 공무원이 갑자기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공무원이 제 책상 아래와 나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어... 선생님 혹시 성함이?"

"김장붕이요."

"거주지가 어디라고 하셨죠?"

"경기도 ㅇㅇ시 ㅇㅇ동에...."

"아버지 성함이 김철수 맞으신가요?"

"맞는데요."


뭔지 모를 일련의 확인과정.

이거 내 정체를 인정해주는 흐름인가?

좋은 기조로 보였다.

상담원의 표정은 일그러져있었지만.


"그, 그렇군요. 그러면 저 뒤에서 제가 대기번호 다시 부를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예?"

"준비되면 대기번호 다시 부를 테니까요."


상담원이 전화기를 올렸다.

어디에 전화를 거는 것일까.

답은 의자에 앉아서 30분쯤 기다린 후에 알게 되었다.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날 향해 다가왔으니까.


"김장붕님 맞으시죠?
군기피 관련으로 들어온 게 있는데 따라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


신분이 없어졌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흥분해서 막무가내로 밀치고 그 자리를 벗어난 나는
이곳저곳을 떠도는 방랑자 신세가 되었다.

그 경찰인가 뭔갈 잡으면 되는 거 아닐까 하여 시도도 해보긴 했지만...
각성자 많아졌다고 공무원에도 각성자가 생겼을 줄 나는 몰랐다.


"그래도 설마 마왕보다 강할 줄은 몰랐는데."


썩을.

부모님은 잘 계실지 모르겠다.

처음의 그 공무원한테 그걸 물어봤어야 했는데.


"찜질방도 경찰 풀어놓은 지 오래고, 오늘은 또 어디서 자야 되는 거지.
역시 어떻게든 국경을 건널 방법을 찾아야 하나...."

"어이쿠."


모자에 썬글라스에 마스크.

아주 옴팡지게도 변장을 한 여자와 부딪혔다.

소란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라 얼른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못 보고."

"아, 아니다. 짐의 잘못도...."


소란을 원치 않는 마음은 똑같은 모양이었는지 상대 여자도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근데 익숙한 목소린데.


"... 어? 그 목소리 설마?"


여자가 썬글라스를 벗었다.

핏빛 깊은 눈에 인성 더러운 얼굴이 보였다.


"네 놈 설마 용사냐?"

"어라? 마왕?"


도주생활의 식솔.

불침번 교대 파트너.

그래, 있었으면 좋겠다곤 생각했는데
설마, 하필 이 놈이 될 줄은 몰랐다.


*


이하 용사와 마왕의 도주 러브코미디.

적당히 마왕을 모에화만 시키면 요즘 용사물 트렌드에도 맞을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