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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과다.

 

학교에 다녀와, 가녀린 육신을 정성스레 씻고, 밥을 먹고, 숙제를 한 후 잠자리에 든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고 짧다면 짧다고도 할 수 있는 시간. 하루.

 

그리고 일과의 중간 중간에는 빈 시간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빈 시간에 휴대폰을 킨다. 그리고 한 소설을 감상한다.

 

‘아카데미 망나니에게 빙의했다.’ 내가 보는 소설의 이름. 지난 2년간 거진 하루도 빼먹지 않고 본 웹소설.

 

귀족 집안의 미친 망나니에게 주인공이 빙의하고, 세상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작품이다.

 

비록 전개가 상당히 느리고 주인공이 발암이라고 혹평을 받는 소설이지만, 나는 읽어야만 했다.

 

오늘은  2년간의 긴 여정이 완결을 맞이하는 날이다. 3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주인공이 억울한 누명에 휩싸여 퇴학을 맞이하는 전개. 

 

그리고 퇴학 후엔 사형이 기다리고 있겠지.

 

당연스레 최악의 전개로 결말이 나는 것에 대하여, 많은 비난의 악플이 댓글로 남겨졌다. 

 

그리고 나 또한 그 글에 댓글을 단다. 정확히 5700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안 된다.

 

추측하건데, 그것이 최소한의 조건이었으니까.

 

“역시.”

 

예상대로 인지를 초월한 무언가가 휴대폰에서 빛난다. 그대로 내 시야가 점멸하고, 빙의가 시작된다.

 

눈을 떴다. 시야에 보이는 장소는 내가 원래 있었던 귀여운 곰이 그려진 침대 위가 아닌, 아카데미의 내부. 

 

마치 재판장을 연상시키는, 잘못은 저지른 학생을 심판하기 위한 장소.

 

그러한 장소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눈을 떴다.

 

“따라서, 학생회장의 권한으로 프리드 아라메시아를 퇴학에 처한다.”

 

들리는 이름은 나의 이름. 프리드 아라메시아를 이 아카데미에서 퇴학시킨다는 선고.

 

그런 선고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 신경은 그곳에 쏠려있지 않았다.

 

남성의 굵직한 몸. 바로 방금까지 쓰던 몸의 여리고 가는 육체가 아니었다.

 

가슴은 물렁한 대신 단단하고, 머리칼은 길고 가느다란 검은 실이 아닌, 짧게 빛나는 하얀 머리칼이었다.

 

“아.”

 

또, 목에서는 여리지 않고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2년 만이었다.

 

“돌아왔군.”

 

“무슨 소리죠?”

 

내 중얼거림에 학생회장이 물었다. 나는 그런 학생회장과 시선을 마주치며 말했다.

 

“맹약권을 쓰겠다.”

 

“네?”

 

속으로 마언어를 중얼거린다. 세계에 나지막이 읊조려지는 나의 의지는 이내 하나의 현상을 일으킨다.

 

허공에서 금빛 종이가 나타난다. 그곳에는 황실의 인장과 함께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황실과 그보다 아래에 있는 조직은 단 한 번, 프리드 아라메시아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한다.”

 

“그, 그게 무슨!”

 

학생회장이 못 믿겠다는 눈치를 보였다. 당연하다. 황실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이 맹약권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무니까. 

 

허물며, 그 맹약권의 주인중 하나가 나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 한 일일 것이다.

 

이것은 내가 1년 전, 원래라면 죽었어야 할 황녀를 구하고서 황제에게 받은 맹약권이다. 정확히는 내가 아닌 다른 나.

 

여성의 육신으로 회귀했을 방금까지의 프리드다.

 

“나는 내가 저지르지 않은 잘못 따윌 인정할 생각 같은 건 없다.”

 

“기, 기다려 봐요. 대체 이게 어떻게...”

 

학생회장이, 아니. 황녀가 나를 보여 눈을 떤다. 당연하다. 분명 자신을 구해준 은인에게 아버지가 건네주었다던 맹약권을, 온갖 범죄를 저지른 최악의 인간이 손에 들고 있으니까.

 

“맹약에 의거하여 살인, 강도, 강간, 더불어 황실 모독, 마왕군 가담, 그 외 기타 12개의 나에게 걸려있던 모든 혐의를 지우겠다.

 

이제, 나는 죄 없는 선량한 시민이다.”

 

그리고 주변을 빙 둘러본다. 재판장에는 나를 증오스런 눈길로 쳐다보는 몇몇 여자들과, 감히 날 이 꼴로 만들고자 한 주범들이 눈에 불을 키고 날 노려보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란음이 장내에 펼쳐진다.

 

나는 그런 그들을 싸늘한 눈빛으로 훑어본 후, 다시 학생회장에게 눈을 돌렸다.

 

황녀의 눈이 실시간으로 흔들리는 게 느껴진다. 맹약권과, 갑자기 역전된 나의 분위기로 인해서.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내 몸을 마음대로 써 줬겠다.’

 

눈을 깜빡거리며, 이제야 겨우 적응된 내 본래의 육신을 느끼며. 

 

‘착해빠진 이서윤. 감히 내 몸으로 질질 짜기나 하다니.“

 

이서윤, 방금 전까지 불렸던 내 이름을 중얼거리며.

 

‘네년과 나를 욕보인 모두를, 내가 대신 불태워주지.’

 

소설은 완결나지 않는다. 시즌 2를 맞이할 뿐이다.



*



망나니물에 빙의한 여주인공.

망나니는 반대로 여주인공 몸에 빙의함.


여주인공 몸이 된 망나니는 여주인공이 당하는 모든 수난 (학교폭력, 가정간 불화) 등을 깽판쳐서 해결함.

망나니가 된 여주인공은 본래라면 죽었을 망나니를 세상을 구하는 용사로 만들어줌.


망나니는 웹소설로 여주인공이 지금 자기 몸으로 뭘 하는지 알 수 있음.


이후 망나니가 된 여주가 좆 될 위기에 처하자, 일부러 5700자를 박아서 자신의 원래 몸으로 돌아옴.


그리고 후피집 시작.


반대로 자신의 몸으로 돌아온 여주는 달라진 자신의 처지에 얼떨떨한 심정을 느끼다, 문득 웹소설을 읽어보니 망나니의 행적을 그대로 읽을 수 있었음.


자신을 바꿔준 망나니에게 사랑을 느낀 여주.

망나니 또한 소설을 통해 접한 여주의 선한 심성에 사랑을 느낌.


마지막에 모든 갈등을 해결하고 망나니와 여주는 하나의 세상에서 자신의 몸으로 만나 순애파트 시작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