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에게서 「마왕을 토벌하라」는, 어찌보면 B급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밀명을 받은 것 까지는 좋았다. 


우리들 용사에게 훌륭한 고유 특성과 스킬을 준 것도 좋았다고. 한동안은 연마하느라 정신도 없었고 말이지.


하지만…. 왜 우리 파티에게 돈을 한 푼도 쥐어주지 않은 거냐. 창고 같은 곳에서 보석이나 장신구를 나눠 주기는 커녕, 금화 한 닢 쥐어주지 않았다.


“실론…. 배고파아….”


“조금만 참아, 엘레나. 내일이면 우리 알바비가 들어오니까….”


완전 무일푼 용사 파티로 시작한 우리는, 「나그네 여관」 이라는 곳에 취직했다.


그 중에 거유 엘레나는 같은 용사파티로서 꽤나 미인이지만 하루에 1~2끼 먹는 게 일상이다 보니까 예전에 비해 완전 홀쭉 말랐다.


용사라는 명목으로 마을 사람들 에게서 돈을 뜯으면 되지 않냐고? 전혀 아니다.


이 세계관의 마왕이라는 놈은 완전히 쫄보라서, 전대 용사에게 혼쭐이 난 이후로 산 속 깊은 곳으로 숨어버렸다.


덕분에 마왕의 위치조차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그렇게 300년이 흘러서 소환된 게 우리다. 사람들의 위기 의식이란 건 완전 희석된 지 오래고.


“마와앙~? 그거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전설 얘기 아니냐?”


마왕을 토벌해야 한다고, 그런 얘기를 꺼내봤자 지금 저 사람같은 반응이 대부분이다.


“에이, 마왕은 진짜 있다니까요?”


“그거 못 믿겠는걸…. 허헛… 엘레나의 가슴을 만지게 해주면 믿을지도?” 


짝—!


“아니 때릴 것 까지는 없잖아.”


“우하하하—!!”


단골고객 중에 하나인 갈색 수염 미네트가 엘레나에게 뺨을 얻어맞자 여관의 손님들은 장내가 떠나가도록 웃어 제꼈다.


여관이라고 해도 1층은 펍(Pub)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 나그네 여관에서 자랑하는 메뉴는 소세지가 들어간 볶음밥 정식과, 동부지역, 미누의 시원한 생맥주다.


“크하—! 너도 들어 엘레나. 오늘 점장님이 통 크게 쏘신댄다.”


“꺄아악! 진짜아? 사랑해요 점장님!!”


“많이들 들게나.”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데브 아저씨는 돈도 없어서 구걸 중이던 우리를 받아 주셨다. 


이 세계는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도둑도 별로 없고 너무 평화로운 세계이다 보니까 무력으로 뭔가 해볼만한 일거리는 없다시피 했다.


다만 최근에는 연이은 흉작 때문에 식량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게 요새 여관도 경제 사정이 힘든 이유다.


점장님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나는 진짜 오랜만에 맥주와 함께 구운 닭다리를 뜯었다. 기름기가 닭고기 표면에 번들번들 하게 묻어 있었다. 다들 표정이 어떤가 봤더니 입가에 번지는 미소.


“흐…흑….”


“뭐냐? 너 우냐?”


우는 놈도 있었다. 이녀석은 매튜. 우리 4인의 용사 파티중에 가장 막내인데 착하지만 마음이 좀 여리다.


“매튜야 울지마…. 나도 울 것 같잖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엘레나는 기어코 울음을 터트렸다.


“흐어어엉….”


거유 엘레나는 매튜를 끌어 안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눈물이 찔끔 나왔다. 우리…. 용사파티인데 왜 이러고 사는 걸까….


“우리…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해?.”


“음….”


마왕이 은거하기 시작한 건 아까 말했듯 300년이 넘는다. 예전에 고서관에서 겨우 사정사정 해서 빌려 본 고문서에 따르면(—  책의 가격이 겁나 비싸다), 레드 드래곤 벨라키스령(領) 근처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행적이 발견된 다음, 행적이 끊겼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300년 전의 단서에 의존해서 수색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달리 방법도 없었다.


“이번 월급이 들어오면…. 구걸을 해가면서 라도 벨라키스 영토에 가자.”


“실론…. 그런데 우리 장비는?”


“어쩔 수 없어. 망할 여신이 장비도 챙겨주지 않은건 너도 알잖아. 녹슨 검이라도 들고 가야지”


“아…. 그랬었지. 까먹고 있었다.”


그때 쾅 하고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우리들 용사파티의 마지막 멤버, 다크엘프 디스 였다.


“마왕을 봤다는 사람을 찾았어!”


“뭐어?”


그의 말에 우리 모두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차마 마을 사람들을 해치고 돈을 뺏지 못하겠다며 착실하게 일한지 벌써 2년째. 그의 말이 맞다면 처음으로 목격자를 발견한 셈이 된다.


“자세히 말해봐. 누가 어디서 발견했는데.”


“목격자는 벨라키스령 근처에서 이주해 왔다는 한 사냥꾼이야. 그가 목격했다고 했어. 발견 장소도 동일하고.”


“진짜 벨라키스령이 맞았나….”


“그런데 좀 이상해.”


디스는 짐짓 어두운 표정으로 말한다. 잘생긴 다프엘프인 그가 무게를 잡으니 역시 멋있긴 하네. 이자식 부럽다….


“뭐가?”


“그 사냥꾼이라는 인간이 말하는데, 마왕이 인간들하고 잘 어울려서 지낸다고 해.”


“…뭐?”


“뭐어—?”


상상도 못할 말에 나와 엘레나, 매튜는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여신이 한 말도 300년 전의 마왕은 인류를 멸망 직전으로 몰아 세웠다고 했고, 고문서에도 똑같이 기술(記述)되어 있었다.


말도 안된다. 


“그럴리가 없어.”


“하지만… 내 스킬로 확인해본 결과 그 말에 거짓은 없었어.”


다크 엘프 디스에게 부여된 고유스킬, 현자의 눈. 그는 타인의 상태를 꿰뚫어 볼 수 있으며 거짓 또한 간파할 수 있는 사기 능력이다.


그런 현자의 눈을 속일 수 있는 스킬이나 마도구 따위는 없으니 그 사냥꾼의 말이 진실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인간들과 같이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때때론 포도주를 담그는 것을 도와주러 온다고 해.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성에 마을 사람들을 초청해서 음식을 대접한다고 하네.”


“말, 도 안돼…. 혹시 마법으로 최면을 건 것은 아니고?”


“그랬다면 평생 그 사냥꾼은 그 마을에 묶인 채로 살았겠지. 그리고 정신계 마법의 흔적도 없어.”

 

“….”


수백년 전에 사람들을 학살하던 마왕이 갑자기 개과천선 해서 착해지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말도 안된다. 


“안되겠어. 내일 월급을 받으면 진짜로 마을을 뜨자. 그리고 우리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거야.”


“응….”


거유 엘레나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그 모습에 좀 걱정되어 말한다.


“왜 그래 엘레나. 우리가 바쁘게 살면서 잊고 있어서 그렇지 우리의 사명은 마왕을 죽인다는 것 아니었어?”


“응… 그치만…. 마왕이 착해졌으면….”


“아니야. 그건 마왕의 기만 작전이야. 마왕은 분명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해서 마왕군을 육성하는 계획이 있는 거라구. 그런 다음 단번에 인류를 멸망 시킬거야.”


“그, 그렇겠지…?”


“그래.”


다음날.


우리는 점장으로 부터 월급을 받고 작별인사를 했다. 이 근방에는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으니 사람은 금방 구해지겠지.


그래도 점장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우리들에게 노잣돈을 더 챙겨주었다.


“그래… 얘기는 들었다만, 정말로 떠나는 게로구나.”


“네…. 정말 신세 많이 졌습니다. 점장님.”


“흑흑…. 마왕을 토벌하고 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아저씨!”


거유 엘레나는 또 운다. 하여간 감수성이 풍부한 여자다. 매튜도 옆에서 씩씩하게 손을 흔들었다.


짐은 다 챙겼다만 워낙에 우리가 거지에 무일푼 이다보니까 점장이 챙겨준 돈을 제외하면 챙길 것도 없었다. 이 돈도 사실은 금방 바닥날 돈이다…. 


애써 그런 진실을 외면하고, 우리는 길을 나섰다.


가는 길 자체는 무난했다. 하지만 멀어도 너무 멀었다. 거의 한 달동안의 여정이다.


몬스터의 고기는 뻑뻑하고 질겨서 먹을만한 것이 못된다. 우리는 금방 식량난에 봉착했다.


‘그 사냥꾼은 어떻게 이 먼 길을 여행해 온거래….’


아마도 그 사냥꾼은 부자임에 틀림 없다. 그런 거금이 있음에도 우리같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지 않다니 괘씸하다….


중간 중간 마을이 있었지만 4인이 먹는 식량으로 계속 지출이 있다보니까 정말로 점장이 챙겨준 돈이 다 떨어져 버렸다.


그게 여관을 떠난지 3주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나머지 1주일의 거리는, 진짜 몬스터 고기로 버텨야 한다….


마을 사람들을 습격해 돈을 뺏는 것은 아예 언급도 되지 않았다. 그럴거면 용사 안한다.


우리는 그냥 마왕을 없애고, 세상이 진정한 평화를 되찾길 바랄 뿐이다.


“우리 이러다 다 죽어어…. 나 무서워어….”


“….”


거유 엘레나가 늘어지는 어투로 말했다. 나도 죽을것 같다. 배고픈 건 둘째 치고 갈수록 밀림이 우거지면서 습해졌다. 아무것도 안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수분을 보충해야 할텐데… 주변에 샘이라도 없나?”


“그런게 있을리가아… 앗…?”


탓— 탓— 


다크엘프 디스가 앞에 무언가 보이자 빠른 몸놀림으로 달려가서 정찰을 하고 왔다.


“앞에 물이 있긴 한데… 상태가 좀 이상하다.”


“일단 가보자….”


땀이 많이 나서 찝찝하고 계속되는 행군에 고된 몸을 억지로 이끌어서 언덕 위로 올라갔다.


그랬더니 진짜 호수가 보였다.


“오… 물이네? 근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저길 봐라.”


다크엘프 디스가 가리키는 곳에는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있었다. 명백히 수질이 안 좋던가 뭔가 문제가 있는 모습.


“음…. 이쯤에서 수분을 보충해야 하는데….”


진짜로 이 상태로 조금만 지나도 죽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몸이 한계에 달해 있었다. 지금 나한테 업힌 매튜를 예로 들 수 있었다.


몇 시간 전부터 헛 것이 보이는 지 헛소리를 해대다가 결국 기절했다.


“… 어쩔 수 없군. 여긴 내게 맡겨봐.”


나는 디스의 짐에서 양동이를 꺼냈다. 그리고 물을 가득 펐다.


“아니, 그걸로 뭘 할건가. 오염 됐는데.”


“잠시.”


나는 녹슨 검을 꺼내 정신을 집중했다. 


‘검은… 신체의 연장. 검기란 이미 존재 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


지잉— 


녹슨 검에서 틱틱 불똥이 잠깐 튀다가 오러 블레이드가 형성 되었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의 좋은 예다. 음.


그 오러블레이드를 양동이를 절단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위쪽으로 해서 가져다 댔다.


그러자 물이 급속도로 팔팔 끓기 시작했다.


기를 농축해서 만든 오러 블레이드는 절삭의 효과도 있지만 극양의 성질을 지닌다. 굉장한 열기를 발산하기 때문에 급할때는 불을 대신할 수 있다.


“아니… 오러 블레이드를 그딴 곳에 쓰다니….”


“오러 블레이드가 뭐 밥 먹여주냐.”


자고로 물건은 쓰일만한 곳에 적절히 쓰여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었다. 아껴봤자 똥 밖에 더 되나.


“음… 괜찮네. 너희들도 마셔.”


후르릅 하고 오러 블레이드로 끓인 호수 물을 마셨다. 이럴 때는 참 고맙다 여신년아. 근데 돈 좀 주지 그랬냐….


“으… 으… 실론 형아….”


쓰러져 있는 매튜에게 물을 몇 모금 흘려 마시게 해 주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렸다. 


아무래도 탈수 현상과 탈진이 겹치면서 기절했던 것 같다. 용사로서 축복받은 몸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인간의 몸. 생리 현상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힘내라.”


나도 이곳은 처음 와본 것이기에, 적당히 격려 차원에서 해본 말이었다. 지도에서 확인 했을 때도, 곧 있으면 도착한다고 나와있기도 하고.


우리가 이를 악물고 몇 시간을 더 가자 정말로 벨라키스령의 영토가 나왔다. 


“드, 드디어….”


“후… 도착했군.”


걷는 동안은 거의 말이 없었던 다크엘프 디스도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하지만, 우리가 사냥꾼이 일러준 이곳 마을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왕」을 수색하는 일 이었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을 붙잡고는 몇 가지를 물어보는 식으로 탐문을 했다. 


“아아, 마왕님 말하는 건가? 항상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 주고 계시지.”


“예…?”


“저번에 마왕님의 성에 갔을때, 칠면조 구이가 어찌나 맛있던지…. 하마터면 거기서 오줌을 지리는 실례를 할 뻔 했네 그려.”


“그… 혹시 이상한 낌새는 없었습니까? 최면 이라던지….”


“예끼! 미친놈 이었구만. 퉤! 마왕님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지 말아라 이 자식아.”


농부처럼 보이는 한 남자는, 내 말에 크게 역정을 내면서 씩씩 거리며 떠나 버렸다.


다른 곳에 가서 물어봐도 반응은 똑같았다.


“이 새끼가,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냐—? 감히 우리 마왕님한테….”


“어이, 진정해. 왜 그래?”


“아니 저 새끼가 마왕님이 인간을 제물로 바치지 않냐고 물어보잖아.”


“뭐? 이 씨발놈이….”


퍽— 퍽— 


마을 주민들의 격한 반응에 당황하면서 나는 공격을 턱턱 막았다. 그리고 속으로는 정말 단단히 세뇌된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실론—! 괜찮아?”


“어…. 괜찮아. 일단 여기 자리를 피하자.”


“이 씨발놈들아—! 거기 서라—!!”


격노하면서 따라오는 마을 주민들을 뿌리치고는 거유 엘레나와 함께 빠르게 도망쳤다.


한 마굿간에서 몸을 숨기고 엘레나에게 물어봤다.


“후우…. 너도 혹시?”


“응… 마을 사람들…. 전부 마왕과 친밀하게 교류를 하고 있는 모양이야.”


“젠장… 간악하군 마왕. 이런 식으로 순진한 사람들을 속이다니….”


결국 당일날의 탐문은 아무런 소득도 거둘 수 없었다. 마왕이 마을 사람들의 엄청난 존경을 받고있다는 정보 밖에는.


“준비 됐지?”


“웅!”


다음날.


우리 4명은 다시 모여서 마왕성 안으로 쳐들어 갔다. 물론 문지기를 하고 있던 마족들은 다 죽이면서.


쾅—! 


“마왕! 어디 숨었느냐! 썩 나오지 못할까!”


“…귀한 손님이 찾아 오셨군요.”


거대한 문짝을 발로 차면서 들어 갔음에도 불구하고 마왕은 차분하게 와인을 따라 마시고 있었다.


붉은 라벨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포도주. 그것을 보니 맛있겠다… 가 아니라.


“이 자식!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서 만든 포도주 구나!”


“이 포도는 이 몸이 직접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 만든 것이니라.”


“뭣…? 헛소리 마라. 마왕이 그럴리가 없다.”


“진짜다.”


“….”


믿지 못해서 마왕을 노려보자 디스가 다가와서 귓속말을 했다.


“확인해본 결과, 진짜네.”


“….”


그렇다고 쳐도, 마왕은 300년 전에 인간들을 멸망 직전까지 몰면서 학살을 했다. 그건 부정할 수 없겠지.


“네놈 마왕, 300년 전의 혈겁을 잊었다고 생각했느냐? 여신님이 친히 네 놈을 처단할 칼날을 보내신 것이다. 각오해라!”


“으음, 그건 분명 내가 한 게 맞다만.”


“문답무용! 그렇다면 네 놈은 죽어야 한다!”


“아쉽군. 인간은 망각의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했건만…. 서로 양보하고 앞으로 사이좋게 지낼수는 없는건가?”


디스는 이번에도 내게 다가와서 알려주었다.


“… 놀랍게도 저 자는 진심이네.”


“….”


늑대와 양은 사이좋게 지낼수는 없는 법이다. 


비록 우리 용사가 생존해 있는 시간 동안에는 평화로울 지 몰라도 우리가 죽는 다면 다음 용사들이 소환될 때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진짜로 인류는 멸망할 수도 있다.


“헛소리! 디스, 엘레나, 매튜! 가자!”


“응!”


“그래.”


***


우리는 사흘 밤낮을 싸웠다. 허나, 배가 고파서 힘을 못쓰게 된 우리의 패배로 끝났다.


꼬르르르륵….


“한심하긴. 용사라는 자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지내는가?”


“헉… 헉…. 죽이려면 죽여라… 시팔, 배고파서 못 해먹겠다.”


“흠….”


마왕은 바닥에 볼썽사납게 널부러진 우리들을 보더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러면 어떤가? 자네들, 내 성에서 지내게.”


“뭐…?”


“그리고 나를 죽일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어떤가. 자네들, 지금 상태로는 너무 약하이.”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자신을 죽일 자들을 자기 손으로 길러 내겠다는 건가?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


 “말이 되지. 나는 심심하니까. 게다가 용사의 손에 죽는 거라면 이 지루한 삶에 좋은 종지부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이 자식…. 우리를 농락하다니….”


“농락은 아닐세. 진심이지. 하겠는가? 물론 거절은 불가능 하네. 거절하면 죽인다.”


장난스러웠던 마왕의 눈빛이 갑자기 살벌하게 변했다. 대기가 일그러지면서 마나의 파동이 내가 누워 있는 곳 까지 전해져 왔다.


너무… 강하다….


나는 저 자의 강력함에 비하면 발톱에 낀 때만도 못한 존재였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성장한 마왕은 우리를 소환한 여신의 예상을 아득하게 벗어나 있었다.


대들면 죽는다.


“언젠가는 반드시… 죽여 주겠다.”


“좋다. 기대하지. 나를 만족시켜 주도록.”


그렇게 우리들은 마왕과 함께 마왕성에 살면서 마왕을 죽이는 힘을 기르는, 기묘한 동거가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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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셔서 감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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