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을 물리치는 용사.

그리고 그를 보조하는 파티원들.


이들은 여신이 직접 선발하며, 여신의 가호를 받아 마기에 침식되지 않는 축복을 받는다.

한 번 선택되면 대체 불가능하다는 뜻.

또한 마왕을 죽일 유일한 수단인 성검은 동료가 모두 모인 상태에서만 발동된다.

그렇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모두 함께 마왕 앞에 도달해야만 하는데...




그리고 이번 대의 용사인 나의 파티원들은


장님 궁수.

사지절단 여기사.

지체장애 마법사.

죽은 성녀.




......'죽은'성녀?



여신님?


궁수는 동굴을 정찰하다 고여 있는 독가스에 눈이 멀었고,

여기사는 산사태에 깔려 수술을 해야만 했고,

마법사는 여신이 손을 삐끗해서 잘못 지정했단다.

성녀는...

토마토 알레르기였나, 뭐 그런 걸로 죽었다.



용사파티가 왕도를 출발하기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마왕성까지 남은 길 -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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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성.

불사의 저주에 걸린 마왕은 옥좌에 누워 하늘을 보며 말했다.



"부활한 이 몸을 잡으러 몇 명의 용사가 오는 건지 모르겠군...

하아...죽는 숫자 세는 것도 귀찮으니 빨리 끝내주게나."


그리고 마왕은 고개를 들어...

이번 대 용사의 모습을 보았다.



허리에는 관짝을 묶은 줄을 동여 매고, 등에는 여기사를 업고, 왼손은 마법사, 오른손은 궁수와 손을 잡고, 피로에 찌든 눈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수레도 못 끌고오게...산 위에 성 짓지마...얘들 데려오기 얼마나 힘든데...."


울먹이는 그의 목소리를 보며, 마왕은 그에게 최고급 방을 내주었다.


"나 죽이는건 나중에 해도 되니까...일단 쉬어, 응? 쟤들은 내가 돌봐줄 테니까..."

"그래, 용사. 너 많이 힘들었잖아...좀 쉬어..."

여기사도 어깻죽지로 용사를 토닥토닥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