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님 용사들이 저희 마왕성에 쳐들어 왔습니다!”


“흠... 벌써 들킨건가.”

 

“예! 저희가 마왕성 근처 마을에서 했던 마신 포교활동이 걸린 모양입니다!”

 

“어쩔수 없지 내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

 

마왕은 옥좌에서 일어나 붉은 카페를 따라 마왕성 1층으로 내려갔다.

 

마왕성 1층 홀에선 사천왕과 대치하고 있는 용사파티를 볼 수 있었다.

 

“마왕. 나왔구나.”


황금빛 찬란한 눈을 빛내며 성검을 쥐고있는 용사를 향해서 마왕은 손을 흔들었다.

 

“언제나 부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마계군. 반갑다 용사여 이곳까지는 무슨 일인가.”

 

“그런 마계식 인사는 듣기 싫으니 집어쳐.”

 

용사는 마왕의 태연한 모습에 짜증났는 지 성검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시치미 땐다고 내가 모를 줄 알아? 나 다 알고 왔어. 마왕”

 

“흥! 용사여 저 비열한 마왕에게 이유를 묻지 마라. 어차피 엉뚱한 소리를 하며 넘어갈 자니. 이 기회에 정화 시키는 게 현명할 수 있다!”

 

고명하고 정의로운 여기사는 은발을 휘날리며 일축했다.

 

그 여기사의 모습에 한심한 눈으로 정정하는 마법사

 

“여기사, 성검으로도 마왕은 정화가 안돼. 도대체 아카데미 수업시간에 뭘 배운거야?”

 

“그, 그런거냐?”

 

의기양양했던 얼굴은 어디 갔는지 삽시간에 부끄러워진 여기사는 주위에 대기하고 있는 마족들에게 검으로 위협하며 얼굴을 가렸다.

 

그런 용사일행의 모습에 

 

“용사여...”

 

“뭐냐”

 

“우리도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마왕은 소리치며 마왕성을 가리켰다.

 

“네놈들은 이 마왕성의 외견을 보지 못한 것이냐?! 마족이 세계 지성체 비율의 몇 프론지 알고 있겠지! 1할이다... 그래서 우린 마신께 축복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우리도 살고 싶은 그 마음을 모르겠나?!”

 

다 무너져 가는 마왕성은 내부만 화려하고 멀쩡해 보일뿐 외부는 관리 안 된 고성보다 못할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다.

내부는 마왕의 보옥에 영향을 받아 ‘신전화’된 상태이기에 유지되는 거지... 내부 사정이 막 크게 다른건 아니다.

 

“내가 속을 줄 아나 마왕. 그렇게 야금야금 세력을 늘리다가 인간을 1할 남기고 다 타락시켜 버릴게 뻔하지 않은가”

 

“너희도 지금 우리를 1할로 유지한체 호의호식하지 않나!”

 

“우리는 인도적이지만 너희는 마족이 가득 찬 세상을 만들면 혼란스럽게 만들게 뻔하지 않나. 천신의 축복이 있어야. 우리가 사랑하는 푸른하늘, 그리고 싸움없고 법이 지켜지는 세상이 유지되는 거다”

 

“하 그거야 말로 어이가 없군! 붉은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다니... 용사 그대는 정말 눈이 천신의 똥구멍만도 못하군!”

 

“뭐?”

 

“그리고 싸움이 없는 세상에 무슨 발전이 존재하지? 멈춰진 세계란 죽은 세계와 똑같다! 그리고 법이 지켜지는 세상에 하위 마족이 상위마족으로 발돋음할 방도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나는 평화로운 곳에서 아이들과 약자들도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 뿐이야.”

 

 용사는 그렇게 말하고 성검을 집어넣었다. 

 

“천신에 대한 발언은 못 들은 걸로 하지. 어차피 너희가 하던 포교활동으로 인해 마족이 된 사람들은 정화 되었으니 상관없다. 그리고 오늘 온건 경고 정도의 의미였어. 더는 이런일 없었으면 좋겠군.”

 

용사와 여기사 그리고 마법사는 그 후 발을 돌려 마왕성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하급마족들이 방성면(防聖面)과 그와 같은 성질을 지닌 복장으로 온몸을 가진 체 마왕의 보옥에서 뽑아낸 마성(魔性)으로 성력을 중화시켰다.

 

아무래도 성검에 있는 성력은 마왕과 사천왕 이외의 존재에겐 치명적이니까.

 

 

 

“꼭 세상의 시간을 움직일거다. 혼란으로 말이다 용사여.”

 

마왕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집무실로 돌아갔다.

 

 

 

 

 

 

용사는 걸어오며 생각에 잠겼다.

 

발전이라니 마왕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완벽하게 창조된 신의 대지에 살고 신의 은총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자가 발전을 입에 담는 것인가.

 

‘완벽한 곳에 발전 따윈 필요 없어. 발전이라 생각한 그건 퇴화일 뿐이다.’

 

용사는 그리 생각했다.

그러다 누군가 용사 곁으로 달려왔다.

 

“음?”

 

 

 

“용사님 무사하십니까!”

 

“추기경?”

 

용사는 자신의 앞에 걱정스럽다는 듯이 다가온 사람을 알아보았다.

 

‘신전화’된 성소를 관리하는 책임자인 추기경이었다.

 

근데 보통 성소에선 한 발자국도 안 나오는 분이 어째서 이런 변경의 마왕성까지...

 

 

“용사님 큰일입니다. 큰일!”

 

“무슨 일이신가요? 그보다 왜 여기까지...”

 

“천신께서 성전을 선포하셨습니다!!”

 

“무슨?!”


용사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추기경은 흥분한 듯 말을 꺼냈다.

 

“성전입니다. 성소에서 울리는 예언도 아니고 ‘성녀’의 입을 통해 말한 대리언도 아닙니다. 

 

직접 강림하셔서 남긴 ‘신언’입니다.”

 

“...정확히 뭐라 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의 식견이 부족한 탓이라 정확히 못 알아듣은 것도 몇 있었지만, 해석 자체는 큰 문제 없었습니다. 흠흠...

 

 

추기경은 목을 몇 번 가다듬더니 말했다.

 

“ 마신 그 자식 나보고 게임하자고 불러놓고 지 혼자 연습한 게임으로 부르고 티베깅을 하더라고? 

너무 짜증나서 ‘그래봤자 모형정원에서 신도 1할따리죠? 아무고토 못하죠? 쿠쿠루삥뽕. 어쩔티비 저절티비 뇌절티비’ 몇 번 갈겨주니까 

 

아주 그냥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볼만해져서 넘어갔는데. 그 이후에-

 

 

...술 마시다가 실수했거든? 아니 뭐 싫다는 건 아닌데. 

 

그 자식 행동이 맘에 안들더라고. 날 자꾸 피해. 

 

그러니까 똥줄 좀 타라는 마인드로 위기감을 주고 싶은 거지.

 

...그러니까 마신이 정신 좀 차릴 수 있게 성전이을 하자는 거야. 수 백년 전에 일어난 정화와 타락이 수없이 일어나 인격이 사라져 백치가 될 때까지 싸웠던 그 성전. 

 

물론 멸절은 에바니까... 지금의 반정도? 

 

하여튼 그리 알았으면 용사에게 전해주고. 그럼 수고. 

 

수행 평가 망하기 싫으면 모형정원 균형 맞추려고 발 빠지게 힘쓰겠지? 날 무시한 대가를 똑똑히 느끼게 해줄거야 ㅋㅋㅋㅋ. 아~ 겜이나 하러 가야지.”

 

 

 

그렇게 추기경은 말을 끝네 부가설명을 했다.

 

“요약하자면 마신이 정신이 나가 마왕을 못 돕고 있으니 얼른 마왕을 쳐라는 것 입니다.”

 

“정확한거죠? 전 아예 못 알아듣겠던데...”

 

“그럼요 용사님. 제가 여신님의 말씀을 수십 번을 들었습니다. 이 추기경보다 여신님의 말을 잘 이해하는 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성전을 준비해야겠네요.”

 

 

참고로 말하자면 추기경이 수십 번도 더 들었다는 것 성소에서의 예언, 성녀의 대리언, 그리고 직접현현해서 말하는 신언은 전부 다르다.

 

예언은 있을 일을 읊을 뿐이기에 여신의 주관따윈 1도 들어가는 일이 없으며, 성녀로써의 대리언은 성녀의 지식 수준에서 재해석하고 걸러지고 또 여신이 직접순화하는 등의 여러 필터가 걸쳐지기에 교과서 내지는 사전과 같은 말이 나오게 된다.

 

여신의 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밈을 일상으로 쓰는 주제에 여기 저기서 사용하는 방언을 짬뽕하고 또 딕션을 오지게 꼬으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추기경이 들은 것은 이 세가지 마신, 정신, 성전

 

마신은 그렇다 쳐도 천신이 마신을 정신에 대해 칭찬할리 없으니 어쨌든 상태가 안 좋다는 뜻이 된다. 

 

그렇기에 성전. 

 

추기경은 스스로 여신의 뜻을 찾았다 여기며 기뻐했다.

 

용사는 성전을 대비하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고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인간들과 마족 간의 성전은 놀랍도록 빨리 끝났다.

 

성검과 용사파티들의 정화 그리고 움직이는 신전인 ‘성녀’를 이용한 성전이라는 이름의 ‘마족정화’는 1할 남은 마족마저 인간으로 되돌렸다.

 

붉은 하늘이 빛을 읽으며 푸른 하늘이 드러난다.

 

마계화된 잿빛대지는 녹음을 되찾고 숲과 꽃을 피워냈다.

 

‘마족이 되며 기억을 잃은 자들이 가족을 찾았다는 말이 온 대륙에서 들렸다. 역시 내 길이 맞았다.’ 

 

 

용사는 같이 오던 군사들을 물린 체 여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성녀만을 데리고 마왕성으로 들어갔다.

 

모든 마족이 사라지며 ‘신전화’가 아주 약해져 화려한 레드카펫과 커튼, 빛나는 샹들리에와 금빛 실로 장식된 깃발

 

그리고 지금은 인간이 되었을 사천왕 블루드래곤, 화이트타이거, 피닉스, 터틀스네이크의 동상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좋은 밤이군 용사여. 어떤가 인간들의 인사다. 만족하는가?”

 

힘없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 마왕은 작게 미소지었다.

 

용사는 말없이 섬검을 뽑았다.

 

‘말은 필요없다는 건가.’

 

 

 

“이제 끝이다 마왕! 사천왕들이 각국의 귀족자제들이었을 줄이야!”

 

여기사는 치가 떨린다는 것처럼 말했다.

 

“확실히... 정화했을 때 깜짝 놀랐다. 그들의 부모들은 눈물을 흘리며 자식을 반기더군. 그 눈물값을 치룰 차례다.”

 

마법사는 성스러운 지팡이를 세우며 그렇게 각오를 한 눈빛이었다.

 

 

마왕은 아무말 없이 네용사들을 바라봤다.

 

‘귀족자제들을 납치해서 사천왕으로 만든 건 아니나... 저들에게 무슨 말을 한들 들어줄 것 같지는 않군.’

 

사천왕은 마왕의 밑에 있는 마족이 되는 자리가 아니다. 

 

마성(魔性)에 의해 가장 재능 있는 자가 대륙에서 선발되는 것이다. 우연히 네 명 다 귀족이었을 뿐.

 

물론 돌려 보내줄 생각도 없었긴 했다만.

 

 

천천히 다가온 용사를 보며 마왕은 말했다.

 

“다음에 보자고 용사”

 

“헛소리-”

 

촤악!

 

선혈이 흩뿌려지며 마왕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엉? 뭐야?”

 

흑발에 태닝한 남자가 썬글라스를 내려 모형정원을 확인했다.

 

마왕이 죽어있었다.

 

“아 뭐야. 성전이 발동했었어?!”

 

두 종족이 같은 비율이 아니면 일어날 수 없게 설정돼있는데?

 

설마...?

 

마신은 뒤돌아서 침대에 누워 감자칩먹으며, 커뮤보고 웃고있는 백금발의 소녀를 바라봤다.

 

“야 이 씨발련아! 니가 성전 일으켰지!”

 

“꺄아아! 야 하지마!”

 

“저거 봐라고. 용사가 마왕 모가지를 따버렸잖아!”

 

“어... 그래? 하하”

 

마신은 천신의 헛웃음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죽지 않는 공간에 신념이 다른 종족간의 융화에 대한 논문을 쓰려면 무엇보다 길게 유지되는게 중요한건데...그걸 다 망쳐놨네. 텐련아?”

 

“아하하... 다시 하면되지”

 

천신은 마신의 눈치를 보며 그저 웃었다.

 

“아이...그러지 말고 좀 쉬다가 나랑 같이 하자~ 교수님도 이해해 주실거야.”

 

천신이 마신의 한쪽 팔을 잡고 아양을 부려댔다.

 

썬글라스 밑으로 보인 천신의 가슴골에 숨이 거칠어 졌다.

 

“이 씨발련아!

 

“꺄앗❤️

 

 

마신은 대충 모형정원을 처음으로 리스타트 시키고 천신과 침대에 빠졌다.

 

 

 

 




골복에서 빵을 빼앗기고 맞았다.


아프다... 누구도 아프지 않은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럼 나도 안아플텐데.

 

쓰러져 있는 소년의 머리 위에서 별자리가 반짝였다.




길거리에 죽은 듯 앉아있던 아이가 일어난다.

 

검었던 눈이 황금빛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한손에는 성검이 들려 있었다.






"... 또 시작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