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끼얏호우.

흑마법 끼얏호우.

왕실 마법사 10년차, 나 김장붕.

흑마법사 전직 시도.

그리고 성공.


"간악하게도, 흑마법을 쓰다니!"

"저 녀석을 왕실마법사의 자리에서 내쫓아야 합니다!"


약간의 갈등. 약간의 문제.

천재의 곁에는 소란이 이는 법.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추방일세. 자넨."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마지막 변론 기회이네만."

"너희 왕실의 정의롭고 선량하신 마법사님들께선 잘들 먹고 사시라고."


그들의 추방.

이 몸은 수락.

자유로운 신분의 연구활동.

이윽고 나는 흑마법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뭐 그런 식으로 전생한 거지."

"세상에."


내 말을 듣던 슬라임이 경악했다.


"그럼 흑마법을 쓴단 이유만으로 추방한 거라고?"

"그런 셈이야."

"착한 척하는 위선자놈들 역겹다 역겨워."

"학계에 멍청이들 밖에 없었던 거지."

"그래. 사람 심장 좀 갈아넣는다고 제명이라니. 그 녀석들은 네 진가를 몰랐던 게 틀림 없어."


슬라임이 날 위로했다.

너무 억울해말라는 뜻이었다.

하긴 어린 애 심장 갈아먹는 게 큰 문제는 아니지.


"여하간 우리 학교는 다들 개방적이니 안심해도 될 거야."

"그거 다행이네."


마물 학교.

3대 마왕이 세웠다고 전해지는 학교.

연령 불문, 종족 불문, 레벨 불문.

수많은 마물들이 이 학교에서 힘을 키워나간다.


"학년 수석이나 차석이면 던전 보스 자리도 준다니까 사이 좋게 열심히 해보자고."

"응."


슬라임이 촉수를 내밀었다.

나는 그의 촉수에 주먹을 맞대었다.

그들 나름의 피스트 범프일까.


"한데 다른 애들은 왜 안 오는 거람? 한반에 스무명 정도라고 들었는데."

"다들 지각쟁이구만."

"하하, 설마.우리 둘 외에 아무도 안 온 셈인데...."

"어라?"


슬라임 친구와 노닥거리던 중 교실의 정문이 열렸다.

정문을 연 이는 드래곤.

크기가 작은 것으로 짐작컨대, 폴리모프를 한 것 같았다.


"오늘 입학실은 시청각실에서 했는데 너희 왜 교실에... 아니지, 스켈레톤은 왜 여기에 있는 게냐?"

"저요? 전생마법 도중에 방해가 들어왔거든요. 부활이 불완전하게 되었더니 그만...."


멋쩍게 두개골을 긁고 있는데 드래곤의 뒤에서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켈레톤? 스켈레톤이 있다고요?"

"스켈레톤? 진짜로?"

"신난다 스켈레톤이래!"


오싹.

척추에 소름이 돋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동물적인 직감에 근거한 소름이.


"맙소사 저 갈비뼈 튼실한 것 좀 봐!"

"저 다리뼈는 어떻고?"

"비켜 처음은 내 거야!'


드래곤은 자신의 뒤에 있던 생물들을 완력으로 저지하였다.

그들은 드래곤을 뚫고 반으로 들어오려고 극성이었다.

슬라임이 그 소리를 듣고서야 내게 말했다.


"참, 오늘 새로 사귄 친절한 뼈다귀 친구야. 내가 사과 좀 해도 되겠니?"

"뭐, 뭔데."

"마물에 대해 박식하지 못하다는 널 위해 이것저것 소개를 해준다는 거 말인데."

"그게 뭐."

"몇몇 마물은 흑마법사의 전생인 경우도 있어."

"근데?"


차단막 역할을 물리적으로 수행하던 드래곤의 얼굴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드래곤은 이 이상 소란을 피는 학생에겐 벌점을 부과하겠다고 윽박질렀다.

별 효과는 없어보였지만.


"보통 그런 경우는 자신의 전생의 취향을 최대한 따라가거든."

"취향? 무슨 취향? 먹는 거? 입는 거?"

"그것도 포함이지만 나는 성욕을 말한 거야 친구야."


내 시선이 자꾸만 교실의 정문을 향했다.

정문에서 전해지는 학생들의 열기가 무척 위험해보였다.


"마물은 인간하곤 모습이 많이 다르잖아. 취향을 따라갈 수가 있어?"

"아이 참, 그러니까 인간형을 닮은 마물이 인기가 많은 거야 뼈다귀 친구야."


드래곤의 뒤에서 강아지의 큰귀가 보였다.

수인 비슷한 마물일까?

애초에 뭘 하려고 그렇게 난리인 거지?

나는 점점 마음을 졸여가며 언성을 높였다.


"그럼 서큐버스 같은 게 인기겠네! 근데 그걸 왜 지금 나한테 말하는 거야?!"

"서큐버스 같은 인간형은 그래서 별도의 반으로 나눠놓지."

"왜?!"

"놔두면 강간 당하거든."

"강간?!"

"마물의 나라에선 강간은 불법이 아니야."


인파, 아니 마魔파라고 해야할까.

인파에 밀린 드래곤이 바닥에 넘어졌다.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드래곤을 밟고 날 향해 뛰어왔다.

그제서야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어느 어수룩한 실사뮤지컬에서 나온 듯한 끔찍한 모습의 코볼트와 고양이수인 마물.

지네와 바퀴벌레가 뒤섞인 키메라 마물. 자세히 보니 피부에서 물 같은 것도 떨어졌다.

얼굴만 인간이고 몸은 드레이크인 하프-고블린-드레이크....

저런 거한테 강간을 당한다고?


"싫, 싫어... 싫어!!"

"쟤 싫댄다 강간 성립 아니냐?"

"처녀막은 나부터 가져간다!!"

"내가 먼저야!"

"바보들아 해골인데 처녀막이 어딨어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지!"

"난 남자라고 발정난 놈들아!"

"그럼 청년막이겠네 마끼얏호우!!"


이래서 전생마법이 금술이라고 유독 강조됐었던 건가.

나는 입학 첫날부터 학교의 창문을 깨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