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뭐.."


"그래, 무기…는 맞긴 할 텐데 그…"


"…."


"…"


왕은 뒷머리를 연신 긁어댔고,

용사는 아직 정신을 못 차렸는지 멍한 표정에

대주교는 마른 세수를 해댔다.

나머지는… 아니, 나머지라고 뭐가 다르진 않지.

아. 서기관의 펜촉에서 흘러나온 잉크는

책을 적시고 있긴 했다.


그렇게 긴 침묵이 다시 흐르고…


"허허 허허!"

왕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 웃음을 시작으로 모두가 웃기 시작했다.


"하하 하하 하하!"

"크큭크크크크"


대주교, 용사,

심지어는 살면서 웃은 적이 없다던 재무대신도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웃고 난 후…..


"그래서."

왕이 서두를 열었다.


"이게… 진짜 성검인가?"

"예, 아마 맞을 겁니다. 누가 봐도 그 빛은… 아테나 님의 빛이었으니까요."

대주교가 대답했다.


"허어…"

왕이 잠시 한숨을 쉬더니,


"어찌해야 하나?"

대신들에게 질문했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건!'

'제대로 처리 못하면'

'ㅈ된다'


"저.. 저기!"

기사대장이 입을 열었다.

"저.. 성검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저 검에서 흘러나오는 성력과

서린 힘 자체는 보통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왕이 대답했다.

"예.. 예?"


'바보 같은 녀석!'

외무대신이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공식 석상에는 성검의 모조품을 쥐여주고,

일단 무마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흠…"

왕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래, 경의 말대로 하지."


'다행이다.'

'외무대신만 아니었으면..'

'몇 명 모가지 날아갔겠군.'


"용사여!"

왕이 말했다.

"예… 옙!"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나,

정의의 여신이신 아테나께서

손수 저…"


"청새치입니다 폐하."


"그래! 청새치 머리를 내려주셨다.

이는 필시 지난 백년간 인간이 오만하게

신에 대한 공양을, 

마물의 방책을 게을리한 것에 대한 벌일터!"


구라다.

백 년이라는 시간 동안 왕국은

기존 용사의 출현시기를 파악해서

이번 용사의 출현도 예측했고,

과거에 비해 마물 피해 전문팀도 꾸릴 만큼

발전했다.


"아니면, 바다의 신이신 포세이돈님과

아테나님께서 힘을 합쳐

저 사악한 세력을 몰아내자는

뜻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다.

포세이돈 님께선 [중립]측 신으로

그동안 몇 번 있었던 마왕 재림의 시기 동안

단 한 번도 인어족이나 해룡족의

도움은 없었다.


"아무튼!"


"그 연유가 어찌 되었든,

우리 앞에 보이는 저 청새치는

아테나의 빛이 내려주신

틀림없는 [성검]일 것이다!


용사여! 가슴을 펴고

자긍심을 가져라.

자네는 [선택]되었다!


'왜 하필이면 청새치지?'

이런 생각은 하지 마라!

앞으로 있을 험난한 여정에

준비해라!


이제, 저 성검을 어서 잡거라!"


"예!"


그렇게 용사는 왕의 연설에 감격한 듯

눈을 빛내며 청새치를 잡았고….




다음날까지 청새치는 용사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작가의 말: 

아니! 생각보다 컨셉이 흘러넘쳐서…

6화보단 더 쓸듯.

이게 왜... 길게 써지지?


오늘의 청새치: 

주둥이가 창처럼 뾰족하고 유선형 몸통 덕에 수중에서 시속 109.4km(약 58.8노트)의 속도가 나올 정도로 초고속 이동이 가능하다.

출처: 세계수 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