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로 얼마나 지난 걸까? 마부는 나를 허허벌판에 내려줬다. 아니, 허허벌판은 아니지. 마부의 설명에 따르면, 초보자 사냥터라고 불리는 에드윈 초원입구라고 한다.


"당신은 눈에 띄니까 주 사냥터 외곽에 내려주라는 명령이 있었습니다. 내려드린 곳에서 동쪽으로 쭉 가면 사냥터 중심부입니다."


"그럼, 그 다음은 뭘 하면 되나요?"


"음… 아마, 선택된 용사는 [인카운터]라는 수치가 보정을 받기에 첫 퀘스트에서 곤경에 빠진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다고 했습니다. 왕께선 도움을 받은 사람이 [성검]에 대해 의문을 표할지라도 해하지는 않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아! 거기에 더해, 왕께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에고는 3번째를 택하게 하지 말라'라고 하셨습니다. 저 같은 평민은 그 에고란 게 뭔지 모르지만, 특히 강조하신 걸로 봐서는 아마 굉장히 중요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아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ㅈ됐네'


"그럼, 좋은 여행 되시길."


"아, 네 감사합니다."


내가 아는 사람은 이제 정말 한 명도 없다. 나 혼자 이 세상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점이 조금 두려웠지만, 나는 선택됐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용기가 북돋아졌다.


'그럼, 동쪽으로 가볼까?'


…..


에드윈 초원은 초보자 사냥터라고 불릴만했다. 난생처음 보는 몬스터들에 긴장했지만, 단칼에 베이는 수준이라서 어려움 없이 중심부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단칼이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해 보니 신기한 모양이었다. 아니 원래도 신기한 건 맞았지만, 도신이 청새치머리이고, 손잡이 부분은 따로 금속제를 덧붙이지 않고, 생선을 발라낼 때 봤던 큰 등뼈를 그대로 손잡이로 쓸 수 있었다. 물론 위아래로 뻗어있던 잔뼈들은 잘라낸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손에 착 감기는 손잡이였다.


'보면 볼수록 왜 굳이 생선이어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


아니, 오히려 생선이어야 됐던 건가 싶을 정도로 레이피어 검술과 롱소드 검술 모두 소화할 수 있게 생각하는 몸놀림에 따라 그 무게나 길이, 심하게는 탄성까지 조절이 됐다. 중심부까지 오는 동안 지금까지 비싸서 못 샀던 진검을 다룬다는 생각에 조금 흥분한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터벅


"그런데"


-터벅터벅터벅


"언제쯤 사람이 나올까"


-터벅터벅터벅


-쿵! 쿵!

"우오오오오…"


-훅!


"끄아아악!!"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쿠웅!하고 거체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근데 얘는 무슨 몬스터길래 계속 나오는 거지?"


초록색 피부에 3m 정도 되는 거구인 이 몬스터. 인간과 닮아 보여서 대화를 시도했는데, 곧바로 마물이란 걸 알려주듯이 고함을 질렀다. 놀라서 나도 모르게 죽이고 나선, 이 녀석 밖에 출현하지 않는다. 


"아! [동료부르기]였나?"


고향에서 애완용으로도 기르는 워울프라는 늑대들은 울음소리를 통해 주변에 있는 동료를 부른다고 한다. 이 녀석도 무리생활을 하는 종족이라면 동료부르기를 듣고 올 가능성이 있다.


"그럼 빨리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는걸? 일단, 들어볼까..."

-타박타박타박

이건… 동물 소리

-저벅………………...저벅

-저벅…쓰으으윽 저벅

아.. 이게 인간인 거 같네. 서쪽인가? 내가 왔던 쪽이네. 근데 한 명이 걸음걸이가 끌리는 걸로 봐서는 상처를 입은 건가? 그럼 빨리 가야겠구만.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

"제이크! 정신 차려!"


"쿨럭! 하아하아.. 오크 떼는… 어떻게 됐어?"


여기는 생명의 숲. 초보자 사냥터에서 서쪽으로 가면 나오는 중급자 전용 사냥터다. 현재 위치는 중심부에서 동쪽. 제이크라고 불린 사내는 나무 밑동에 기대 몸을 뉘고 있다. 한 손에 방패가 들려 있지만, 낡은 걸로 봐선 돈이 없거나 베테랑 모험가 인듯 하다. 붕대가 허리에 감겨있고, 왼쪽 허리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옆에서 붕대를 감아주고 있는 여성은 그의 파티원으로 보인다. 수녀복을 입은 걸로 봐선 힐러인 듯한데, 힐을 하지 않는 걸로 봐선 마나를 다 써버린 듯하다.


"괜찮아, 그런 것보다 빨리 치료 약을!"


"이 바보야. 쿨럭! 오크는 후각이 예민하니까 되살이풀 냄새는 잘 맡는다고 모험가 조합에서.. 쿨럭!"


"지금 니가 죽게 생겼잖아!"


여성은 제이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차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제이크의 말도 맞다. 오크의 경우 초급에서 중급으로 넘어가는 문턱에 선 모험가들이 도전하는 적이기에 악랄한 특징이 많다. 초급 치료약의 원재료인 되살이풀의 특유의 냄새를 분간해 낼 줄 알고, 고블린과 같이 약탈하고, 여성을 겁탈하기에 모험가들을 공포에 밀어 넣기에 적합한 몬스터다. 그렇지만 물리 공격만 가능하고, 육중한 몸체로 인한 움직임 포착이 쉽다는 점, 무리생활을 하지만 압도적으로 강한 적에게만 [동료 부르기]를 하기 때문에 상급 모험가는 오크 서식지를 피하고, 중급 모험가들만 이 사냥터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아까 들린 그 소리는…


"그것보다, 아까 들린 [동료 부르기]는... 트롤이라도 나타난 건가?"


"아니면 던전에서 몬스터가 흘러나온 걸 수도…"


"아무튼, 쿨럭! 하아하아… 케이트, 길드로 돌아가자."


"이 상태로?!"


"달리, 하아하아... 방도가 없어."


-쿵! 쿵!


"흡!"

케이트는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채로 눈동자를 굴렸다. 그 소리다. 오크의 발자국 소리. 중급 모험가가 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이 소리가 이렇게 공포스러웠던 적은 처음이다. 최대한,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죽여야 했다. 


'지나가라.. 제발 지나가…'


하지만 그녀의 바램도 무색하게, 피냄새를 맡고 다가오는 오크의 발걸음은 여기 있는 아무도 멈출 수 없었다.


-쿵!! 쿵!!


'제발.. 제발제발제발'


-쿵!!! 쿵!!! 쿵!!!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


-쿵!!!!!!


마침내 오크가 멈춰섰고.


-탁탁탁탁탁!

빠른 발걸음 소리가.. 뭐야? 원래 이런 전개인가? …. 흠흠! 아무튼, 정의의 기사가… 청새치???


-훅!


"끄아아악!!"

-쿠웅!



……. 뭐야 쟤는? 뭐? 이번 대 용사?? 야이 씹… 어떤 신이 저딴 걸 줬어?!!!

=======


빠르게 그… 뭐냐 초록색 뭐시기를 죽이자 나무에 몸을 기댄 다친 탱커랑 옆에서 치료하는 힐러가 보였다. 두 사람은 나를 보고 놀란 듯 했다. 그리고 재빠르게 몸을 세우더니.. 어? 


"아프실 텐데 왜…"


"케이트!"


"그래, 나도 알아 미등록자야!"


예?



작가의 말: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인공은 방향치입니다. 정확히는 동쪽을 서쪽으로 잘 못 알고 있음.


오늘의 더★퍼스트★맨: 다음 화에 내가 나온다네! 기대하게나 이 레온하르트님의 화려한 등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