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냐 마왕!"


 그의 앞에 서 있는 것은 수많은 책략과 계략으로

아르시아 대륙을 유린한 거대한 황금의 언데드,

마왕이었다.


 음흉하기로 유명한 마왕은 지성이 없어야하는 언데드임에도 불구하고 전쟁 한번 없이 수 많은 나라들을 복속시킨 희대의 책략가였다.


 용사도 영리하긴하나 마왕을 상대로 설전을 벌이는 것은 무모했다. 하지만 무시하기엔 마왕의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일격에 산을 무너뜨려? 쇠로 만든 새라니?

하룻밤만에 5000만명이 죽는다고? 대륙 반대편에 있는 상대가 버튼 하나 누르는 것만으로 죽는 마법이 있다고? 지구는 또 뭐야? 여기말고 다른 세상도 있단 말인가?'

 모두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용사는 주의를 둘러보았다, 마법사, 성녀, 궁수와 탱커

한번도 서로 의견 일치를 본 적이 없는 그들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일치했다. 모두 동요하고 있었다.


 설마 이게 목적인가? 역시 마왕의 말을 듣는게 아니었어, 설마 말도 안 되는 거짓말 몇마디로 팀에 균열을 만들다니.


 하지만 감탄만하고 있을 순 없다, 나는 용사다.

팀의 동요를 막아 마왕을 무찔러야할 책임이 있어. 침착하자 마왕의 말이 전부 거짓말인걸 밝혀내면 그의 계책을 부술 수 있어.


 녀석의 말에서 반드시 거짓말인 부분... 그것은


 "공화정이라고 했나? 그런 거짓말로 우리를 속이려하다니 아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국가에 왕이 없을 수 있느냐? 국왕은 나라의 주인이다 하다못해 농기구에도 주인이 있거늘 나라에 주인이 없는게 말이 되느냐? 네 놈도 마'왕'이면서."


 그러자 놈이 격노했다. 세계 전체가 멸망할 수도 있는 판국에 고작 궁금한게 한 나라의 통치 체계냐면서.


  그러자 그 자리의 나와 마왕을 제외한 전원이 환호했다. 역시 거짓말이었다고 그걸 간파한 내가 천재라고.

이상하다, 위화감이 느껴진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거짓말이 통하지 않은 것이 정도로 격노할 일인가?


......................

 용사가 똑똑하다길래 조금은 기대했다. 실수였다.

마왕은 실망했다. 궁금한게 많은건 이해한다. 아직도 총이 없어 화살이나 쏘고 다니는 문명에게 핵무기의 파괴력을 알리는건 무리겠지.


 하지만 지구가 멸망해버린 이야기에서 젤 궁금하단게 고작 한 나라의 통치체계였다고?


 빌어먹을 시간이 없단 말이다!!!


 마왕은 전생자였다. 그의 고향에서 최강국인 미국은 서서히 쇠퇴해 신흥국인 중국에게 그 힘이 거의 따라잡혔을 때, 신구의 두 세력은 격돌했다. 


 3차 세계대전.

1차, 2차 세계대전도 세계대전이라고 부르지만

이 전쟁과 겸상할만한 수준은 되지 못 했다.


인류는 그 100여년 사이에 경이로운 성장을 하여

고작 첫번째 날에 1차 세계대전 4년동안의 사상자를,

1달만에 10억의 동족을 살해해 버렸다.


 마왕은 전생에 이 절망적인 파국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리였다. 결국 그 또한 전쟁의 화염에 태워질 뿐.


 모든게 끝이라고 후회에 후회를 거듭하며 서서히 몸이라고 이름붙은 장작이 타는 것을 느끼던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언데드가 되어 있었다.


 이 곳의 문명은 미개하지만 언젠간 지구처럼 발전할 것이다.

그러면 지구처럼 핵을 들고 싸울 날도 오겠지. 모든 비극의 도도리표다.


 어떠한 제국도 결국 그 힘을 잃고 다음 세대의 제국에게 그 지위를 물려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순순히 주지 않아 전쟁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국가가 있으면 전쟁도 있다.


 그러니 아르시아 대륙의 3차대전을 막기 위해선 국경을 없애야한다. 세계를 통일해 통일된 정부를 구성하면 언젠가 대륙의 한쪽 지방이 번영해 다른 지방과 세대 교체를 해도 중재를 해서 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최대한 신속하게 끝내야한다. 고작 십수 킬로톤급의 핵폭탄이 전쟁의 피니셔였던 2차 세계대전에서 인류가 멸망시켜버린 3차 세계대전까지 유예 시간이 100년 밖에 되지 않는다.

 오늘은 칼을 들고 싸우지만 내일은 총을 들고 싸울 것이다,

그리고 최후의 날엔 핵을 들고 싸우겠지.

최대한 이른 시점에 끝내야 피가 적게 흐를터.

 현명하시단 용사님도 이해를 못한 간단한 개념이다.


 "지고신 아르티아님의 앞에선 진실만이 그 앞에 남을 수 있으니..."

《신의 앞에서》

 신위에 가까운 극히 일부만이 사용할 수 있는 대성법이자 성녀의 간판기. 대상의 삶이 얼마나 악한지에 따라 데미지가 결정되는 기술.


 오만에 쩔은 신의 섬광을 정통으로 받아냈지만 역시 데미지는 '0'. 당연하다.

 난 여기에 서 있다, 지구에 쓰러진 나의 아버지, 여동생, 친구, 라이벌... 그 모든 것을 대신해,

오직 나만이 여기에 서 있다.

부끄러운 짓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이 당연한 결과를 용사만이 받아들인 것 같다.

어쩌면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용사, 내 말을 끝까지 들어라 이 것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이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이기도하다."


 "그리하여 일격에 국가를 멸하는 핵무기가 이 세상의 모든 땅을 뒤엎었을 때, 마침내 하늘조차 상처입어 핏빛으로 물들었지."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더 이상 맑지 않았다. 오직 붉은 피만이 흐를 뿐이었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거기까진 했어, 맑은 비가 내렸다며 그러면 된 것 아닌가?"


 "비를 맞은 숲이 불에 탔다. 비를 맞고 건조해져서 탄게 아니라 비를 맞으면서 타더군."


 "?!?!?!"


 "당연하지 하늘은 이미 상처 입어 붉은 피밖에 뱉어내질 못 한다, 그런데 맑은 비가 멀쩡한 것일리가 있느냐?"


 "신무기였다. 그 액체는 생물체의 포도당과 녹말, 그러니 마나 같은 것을 태워버리는 무기였던거다, 나무에게도 마력은 있으니 그게 태워진거지."


 "그러면 질문이다, 그걸 사람이 맞으면 어떻게 될까?"


 "설마?"


 "그 설마다. 사람이 마른 장작마냥 타게되지, 하하 웃기더군

처음엔 나무, 그 다음엔 화약으로 불을 피우더니 인류 최후에는 자기 자신으로 불을 피우는 꼬라지가."


 "아아, 그 투명한 비 말인데, 그거 원래는 하얀 색인데 그 때만 잠깐 투명하게 만든거더라고, 방심하고 맞아라고."


 "난 그렇게 죽었다. 하얀 비를 피하다가 언젠가 피하지 못 하는 순간이 오더군."


 "핏빛 하늘에 내리는 하얀 비, 숙명이라고 부르는 편이 적절하겠지. 아아 그 때의 황금 동상도 걸짝이었어 인류가 멸망해도 황금은 언제까지나 빛날테니까, 아 참 얘기가 옆길로 세었군"


 "붉은 피를 토해내는 핏빛 하늘 아래에서 하얀 숙명을 맞으며 홀로 고고하게 서 있는 황금, 그 것이 내 최후의 풍경이었다."


 "내가 있던 지구에선 모든 사람이 전쟁광이어서 이렇게 되었냐고? 아니 지구에서도 이 전쟁을 막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노력했다. 실패했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달이 차면 결국 먹은 것들을 뱉어내고 사라지듯 당연한거다, 강성'했'던 제국이 그 자리를 강성'할' 제국에게 물려주는건. 그리고 지구의 모두가 알지 못 했지만 당연했던게 또 하나 있었지."


 "그 과정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 말이냐? 그 수많은 이들이 그 당연한 사실이란 걸 모르고 실패했으니."


 "정답이다, 용사. 그렇다 지구의 모두가 힘을 합쳐 증명했듯 전쟁은 국가가 있다면 필연이다."


 "그렇기에 국가란 것을 없애고 세계를 통일하겠단 소리였나."

 오직 용사만이 내 말을 따라잡고 있었고, 나머진 이해를 포기하고 무기를 꼬라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 용사, 나의 세계에선 핵무기가 멸망하기 100년 전에 나온 무기다. 고작 100년밖에 되지 않은 거다. 세계 멸망의 복선이 회수될 때까지."


 "그 때라도 세계를 통일했으면 그 날이 오진 않았겠지, 모두가 두려워해 미루고 있던거다 최후의 기회가 왔는데도."


 "어제는 돌로 싸웠지만 오늘은 칼과 활로 싸운다, 내일은 총과 대포로 싸우겠지, 그리고 최후의 날엔 핵과 하얀 비로 싸운다." 


 "하얀 비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모든게 끝이다. 지금 여기서 끝을 맺어야한다."


 "......"


 어쩌면, 어쩌면 용사도 납득했을지도 모른다. 죽이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여기서 삶을 이어가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역시 널 용서할 수 없어, 마왕.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네 놈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니가 비록 전쟁을 안 일으키고 나라들을 복속시킨건 칭찬할만하지만 그래도 주권을 빼앗고 침탈한건 내가 용서해도 모두가 용서하지 않을 꺼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라... 부모님만 돌아가시고 형제자매는 멀쩡하단 자랑인가? 

난 이미 부모 형제 친구 모두 저 곳에 묻고 왔다. 

먼저 태어났단 특권 하나만으로 핵이 떨어지기도 전에 죽는 행운아가 날 우롱하는거냐?

 주권을 빼앗아? 네 놈의 조국이 카르샤 왕국을 정복하고 국토를 유린할 때 무슨 참상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것인가? 

 난 그 곳에 학교를 세우고 토지 제도를 개혁해 귀족들이 수탈했던 토지를 도로 빼앗아 농민들에게 나눠줬을 뿐이다! 귀족들의 토지를 빼앗다만 가지고 농민들에게 나눠줬단 부분은 없애서 음해할려는 짓거리냐?"


 "이젠 되었다 용사, 칼을 들어라"

..............................


 "뭐라는 거냐? 언데드가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할 리가 없잖냐"

 마법사가 생각없이 저지른 말이었다. 용사는 아차 싶었다.

여기서 마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건 용사뿐, 나머진 조금도 이해한 것 같지 않았다.


 "그래, 이 죄인은 언데드이다. 원래 조국의 땅을 구하지 못한 죄로 언데드가 되었지."

 마왕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소인은 언데드이다. 생명을 구원하지 못한 죄로 설사 세계를 구원해도 자기 자신은 구원받는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언데드가 되었다."

 마왕의 빛이 밝아지고 있었다.


 "나는 언데드이다. 비록 나의 세계는 멸망했지만 이 세계는 같은 미래를 걷는걸 막기 위해 영원히 곁을 지키기 위해 언데드가 되었다."

 마왕의 빛이 용사의 성검과 대등해졌다.


 "대인은 언데드이다. 세계를 구원하는데 성공했을 때 나의 지식이 나의 비극이 끝끝내 이미 죽은 자의 망상으로만 남기 위해 언데드가 되었다."

 마왕의 빛이 용사가 성녀의 도움을 최대한으로 받았을 때의 상태와 대등해졌다.


 용사는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알았다. 마왕의 신념이 자신과 성녀 2사람분을 초월한 것이다. 어쩐지 그 사실이 당연하게만 여겨졌다.


 "짐은 언데드이다. 살아서는 다 하지 못할 과업이 있기에 살아있지 않은 상태로 이를 끝낼려한다."


 마침내 마왕의 빛은 언젠가 봤던 아르티아님조차 넘어섰다.


 상위마법《언젠가 봤던 그 장소》


  하늘이 붉어졌다 아니 붉은 피 만을 토해내는 핏빛 하늘로 바뀌었다.


 "이 마법은 분명히 마나 소모가 대마법 급으로 격렬하고 이미 한번 봤던 곳 만을 구현시켜서 추억회상용으로 밖에 못 쓸 텐데?"


 마법사가 말했다. 날 제외한 모두가 마찬가지, 마왕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았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는 마왕의 고향이다, 대비해 이제 곧 붉은 피가 쏟아질 꺼야"


 역시... 붉은 피를 맞자 모든 디버프를 무효화시키는 용사의 가호가 리지스트에 실패했단 문구가 나왔다.

당연히, 이건 마왕이 말했던 방사능이니까 어떠한 마법도 아니다. 이것과 하얀 비를 사용하기 위해 그 실용성 없단 마법을 사용한 거겠지.


 그 마법이 실효성이 없던 건 모두가 천국만을 보고 천국에서만 살았기 때문이다. 마왕만이 지옥을 보았다. 그렇기에 마왕만이 이 마법의 진짜 힘을 끌어낸 것이다. 당연한 이치.


 "이제 곧 하얀 비가 내릴 꺼다, 절대로 맞아선 안 돼. 모두에게 쉴드를 켜줘."


 "하지만 하얀 비는 마력을 태운다며?"


 동요하는 마법사에게 격려를 해주었다.


 "괜찮아 마왕이 분명히 말했잖아 포도당과 녹말이라는 마력과 비슷한 것이라고 분명 마력은 태우지 못할 꺼야."


 그리하여 붉은 피만을 토해내던 핏빛 하늘엔 하얀 숙명이 내렸다.

 그리고 그 속엔 황금의 동상이 홀로 고고하게 빛나며 용사를 반기어 주었다. 언제까지나 빛나며 그 의지를 관철해나갈 동상이.




..................

 옛날부터 이런 마왕 그려보고 있었음. 주인공이 마왕이고 전생자인데 살짝 꼬와서 이미 멸망한 지구에서 온 마왕인거.

그래서 미래를 구원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마왕.

마왕만 빼면 전부 왕도물 전개 설정임.

좀 클리셰 적이긴한데 심플 이즈 베스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