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에게 사천왕들을 맡기고 성의 가장 깊숙한 곳에 들어간


용사의 앞에 강철로 만들어진 듯한 거대한 몸뚱이와 날개

 그리고 3개의 머리를 가진 기계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계룡이 가운데 입을 벌리며 말했다


[잘 왔다. 용사여. 내가 바로 마왕이다.]
그런 기계룡-마왕에게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용사는 마왕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래, 네녀석이 마왕이로군.
너를 쓰러뜨리고 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겠어!”


그러자 마왕이 말했다.


[나를 쓰러뜨리고 평화를 가져오겠다라... 그게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


용사의 대꾸에 마왕이 말했다.
[지금 너와 내가 어째서 여기서 마왕과 용사로서 이렇게 서로 마주보며 대치하고 있는지 아는가?]
“그게 뭐 어쨌는데”
[너는, 아니, 너희는 알아야만 한다. 시작이 무엇이었는지를.]


용사는 마왕의 말을 무시하고 달려들고 싶었으나 
용사 자신의 직감이 용사를 막아섰다.

“그래,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지, 그 시작이라는 것에 대해서...”
용사의 말을 듣고서 마왕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든 것의 시작은 황무지였던 이 별을 사람이 살 수 있게 바꿔 놓았을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황무지였던 이 별의 환경을 인류에게 이롭게 유지하기 위한 기계장치로 태어났다.]


마왕의 이야기에 용사의 머릿 속에선 모험 중 보았던 한 유적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오랜 세월 동안 인류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작동해왔지.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스스로가 망가져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를 고칠 자를 찾았으나 그럴 수 있는 자는 어느 순간 사라져 있었다.]


용사는 어느새 마왕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인류를 이롭게 하는데 보낸 시간들은 어느새인가 인류를 나태하게 만들고 말았다. 
식량은 부족하지 않고 위협은 사라진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게 된 인류는, 
나를 고칠 기술이 있음에도 태만해진 인류는, 
그것들을 배울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았고 
나는 계속해서 망가져갔다.
 그리고 나는 이대로 계속 망가진 나와 함께 하는 생활을 계속해서 영위했다간 
인류는 존속할 수 없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지. 
그렇기에 나는 인류를 위협하기로 했다.
 위협당한 인류가 태만을 버리고 
기술을 다시 배우며 잠들어 있던 열정을 일깨우고
 나라는 기계를 배제하고 
나를 대체할 새 기계장치와 함께 새 시대로 향하길 바라며...]

“그래서.... 미래를 위해 지금을 고통스럽게 지내야 했다고?
 헛소리 작작해!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피와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고? 
네놈이 뭔데 그걸 멋대로 결정해!”


담담히 듣고 있던 것 같던 용사가 마왕에게 일갈했다.


“그래! 네놈 말대로 인간들은 나태해져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네놈이 한 행위들이 정당화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딴 방식으로 경각심을 일깨운답시고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네놈의 방식이! 
미래를 위해서 지금을 고통스럽게 보내란 네놈의 방식을 누가 인정따위 할 것 같나! 
미래는 누군가의 희생이나 고통을 쌓아가며 만들어져선 안되는 거라고!
 함께 고뇌하면서도 희망을 노래하면서 이야기해야 하는 게 미래야!”
 
[그리고 지금의 너희처럼 나에게 분노하고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미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갈만한 인간이 있길 바라며 용사의 검을 만들었다.
 용사다운 마음가짐을 가질수록 그에 호응하여 강력한 힘을 소유주에게 주지만 그 마음가짐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또한, 나를 이 세상에서 확실하게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무기를 말이지. 
그리고 나의 바램은 이루어져 너는 용사의 검을 쥐게 되었고
 너와 마음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만나 나라는 위협에 맞서게 되었지.]

“무슨 소리야......, 기계주제에.... 바램이라니, 아니, 그보다, 이 모든 게 전부 네놈 계획이었다는 말이냐!!!”


마왕의 말에 용사는 황당함을 느끼며 외쳤다.


[전부는 아니다. 너희와 같은 존재들이 나타날지 어떨지는 알 수 없었으니까]

“기계 주제에 이상한 방식도 다 취하시는구만”

용사가 비꼬듯이 말했다.

[글쎄....아마도 이미 망가져 버린 나는 그것이 가장 효율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이겠지.]

“너, 이 새끼!”

[슬슬 너의 동료들과 나의 동료들 사이에서 결착이 날 거다.]
 
마왕의 말을 끝으로 용사의 동료들과 사천왕들이 실시간으로 결투를 벌이고 있는 영상이 펼쳐졌다.
 용사는 자신을 마왕에게 보내기 위해 사천왕들을 막아서며 길을 터준 동료들을 보았다.


대검을 쓰는 전신이 기계로 이루어진 꼬리가 잘린 티라노를 반파된 방패와 이가 나간 검으로 상대하고 있는 성기사

입에서 열선을 뿜어내는 기계로 된 익룡에게 마무리 짓기 직전까지 간 상처투성이의 무투가와 마법사

머리가 트리케라톱스인 다리가 날아간 드워프의 공격에 핵이 드러난 강철골렘에게 다리와 입으로 시위를 물고 마지막 화살을 박아 넣기 직전의 양팔이 골절된  엘프 궁수

그리고 몸의 절반이 기계인 리저드맨 쌍검사의 목을 베어낸 팔을 하나 잃은 도적과 한 쪽 눈을 실명한 채 쌍검사의 배를 뚫어 버리고 있는 바바리안
 
그들의 처절하지만 용맹한 모습을 바라보며 용사는
전의를 끌어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왕이 말했다.

[내 동료들은 결국 다 쓰러진 모양이군.
 그래도 다들 만족스러워 하며 간 모양이군.
 용사여 싸우기 전에 묻도록 하마. 
망가진 나를 부수고 새로운 기계장치와 새 시대로 나아가겠느냐 
아니면 망가진 나와 함께 잔해 속에 묻히겠느냐]

“뻔한 소리를.... 네놈이 바라는 대로 네놈을 박살내고 미래로 나아가 주마.”

[좋다. 이미 각오가 되어 있다면 이 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겠지. 덤벼라.]

그리고 기계룡은 고개를 치켜들며 눈을 빛냈다.
마왕이 만든 용사의 검을 들고서 용사는 마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마왕의 가운데 머리에서부터 새하얀 광선이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와 용사의 검과 부딪혔다.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며 용사는 밀려나면서 벽에 부딪혔다.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

[고작 이 정도 각오로 나를 부수고 새 미래로 나아가겠다한 것인가 용사]

“닥쳐....금방 네놈을 부수고 평화로운 지금을 만들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테니까.”

[그래야만 할 것이다. 그대가 용사이기에...]

그렇게 말을 마친 마왕은 세 개의 머리에서 동시에 광탄을 쏟아냈다.
그것을 구르며 피한 용사는 잠시 생각했다.

‘아까 저녀석은 분명 용사의 마음가짐에 호응해서 검이 강력한 힘을 소유자에게 준다고 했지.’ 
이어서 마왕의 강철로 만들어진 듯한 날개가 찍혀지려는 것을 피하면서 다시 생각에 잠겼다.
 ‘검이 나에게 강력한 힘을 줬을 때는 언제였지? 
그리고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면 마왕을 박살낼 수 있지?’


“컥!”

뒤이어 휘둘러진 마왕의 꼬리에 직격당한 용사는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피를 토해 내며 벽에 처박혔다. 벽에 쳐박혀지면서도 용사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용사의 마음가짐이란 뭐지? 어째서 용사는 용사인 거지.’

동료들과의 모험 경험과 스스로의 직감으로 용사는 답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용사란 정의로운 마음을 가지고 시련을 겪고 그것을 뛰어넘어서 성장해 끝끝내 이기는 자, 그리고 동료들의 영혼과 마음을 맡는 자’

그리고 검에서부터 시작해 용사의 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제대로 각성했나]

그리고 마왕의 세 머리에서 동시에 광선이 뿜어져 나와 용사를 직격했다. 
그러나 용사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대로 일어났다.
그리고 용사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검으로 허공을 베었다.
직후 마왕이 사선으로 쪼개졌다.


[훌륭하다. 이것으로 나라는 존재는 지워지고 새로운 미래가 탄생하겠지]

“그래. 이걸로 네놈은 사라지고 네놈이 바라는 새 시대가 만들어지겠지.”

[그런가....새 시대의 인류가 태만을 경계하고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지 않기를 바라지.]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기계 주제에 끝까지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해대는군.”

[망가졌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마왕은 완전히 기동을 정지했다.
그런 마왕을 잠시 쳐다보고는 용사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곳엔 상처투성이지만 끝끝내 사천왕들에게서 승리를 따낸 든든한 그의 동료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용사는 마왕의 잔해를 뒤로한 채 동료들의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대충 정의로운 용사를 베이스로 대충 어딘가의 최종결전 느낌으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