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요리가 취미인 나는, 곧 아카데미에 입학할 평범한 헌터 지망생이었다.

 

“이게 타조알인가, 엄청 크네.”

 

타조알로 엄청난 계란 요리를 하고자, 큰마음 먹고 그것을 구매한 어느 날.

 

“아얏, 씹.”

 

재료를 손질하다 실수로 칼에 손가락이 베였고, 튀긴 핏방울이 타조알에 닿았다.

 

그러자 광활한 빛이 자취방 주방을 휘감았다.

 

빛의 발원지는 타조알이었다. 찡그린 눈을 다시 뜨자, 그곳에는 깨진 알과.

 

“뀨웅?”

 

노란색 생물체가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날개와 뿔. 푸른 눈동자는 나의 눈 색과 완전히 일치했다.

 

“파파?”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 법한 드래곤 헤츨링.

 

얼떨결에 드래곤의 아빠가 되었다.

 

 

*

 

 

나를 아빠라 부르는 용의 이름을 루루라고 칭했다.

 

루루는 영리했다. TV를 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언어를 학습하고, 성장속도도 빨랐다.

 

“아빠야. 이게 모야?”

“응, 이건 소세지 라고 한단다.”

 

태어난 지 고작 1개월도 안 된 시기에 내게 언어로 애교를 부릴 수준이었다.

 

루루와의 시간은 행복했다. 가족과 떨어져 살아서 그런가, 내 외로움을 충분히 달래주었다.

 

내가 해준 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 역시 보기 좋았고 말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난 곧 아카데미에 가야 한다.

 

그럼 루루는 오랜 시간동안 집안에 홀로 있어야 한다. 성장기의 아이에게 그런 건 좋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니, 드래곤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대인가요.”

“네?”

 

노크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아리따운 금발의 소녀가 고고히 서 있었다.

 

머리에 아랫방향으로 난 뿔과, 몽환적인 눈동자. 그 외모는 인간의 외모라고는 칭할 수 없을 정도로 예술적이었다.

 

입고 있는 중세 고딕풍의 옷은 이 자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의 증명이리라.

 

이내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아이를 가로챈 사람은.”

 

하지만, 뿜어내는 마력은 뼈와 살을 분리할 정도로 강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소녀 또한 루루와 같은 드래곤이다. 그것도 평범한 드래곤이 아닌, 성체의 드래곤.

 

아마도 루루의 어머니 되는 몸이리라.

 

드래곤이란, 신화나 전설 속에서만 나오는 생물체.

 

마수와 빌런들이 미쳐 날뛰는 작금의 현대 판타지 세상에서도, 드래곤이란 상상의 산물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다는 것은, 그것이 상상만이 아니라는 증거.

 

성숙한 드래곤의 분노란 인간의 몸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감히, 나의 아이를···!”

 

유리창이 깨지고, 건물이 흔들린다. 순식간에 낮은 강도의 지진이 서울을 덮쳤다.

 

이대로 영문도 모르고 죽어버리나 하던 그 때.

 

“아빠야 괴롭히지 마!”

 

루루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위험해!”

 

위험하다고 소리치며 루루를 온 몸으로 감싼 찰나. 갑자기 지진이 멈추고, 내 몸을 찌르던 뜨거운 열기 또한 자취를 감췄다.

 

식은땀을 흘리며 위를 올려보았다.

 

“딸? 딸이니?”

 

그곳에는 제 딸을 귀여워 죽겠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딸바보 드래곤이 한 마리 있었다.

 

 

*

 

 

“우우.”

 

자기 딸을 안아보려는 드래곤을 피해 내 뒤로 숨은 루루.

드래곤은 그 모습을 보며 충격에 휩싸인 듯 눈물을 흘렸다.

 

“엄마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에!!!”

“루루는 아빠 딸이야!”

 

살기어린 시선이 나를 덮쳤지만, 루루 덕에 아까처럼 힘을 휘두르지는 않았다.

 

“저, 저기.”

“뭐죠, 인간?”

“혹시, 루루의 어머니 되는 분이신가요?”

“루루?”

“이 아이의 이름입니다.”

“···인간 주제에 용의 이름을 함부로 정하다니.”

“루루는 아빠가 지어준 이름이 조아!”

 

일단 문을 열고 있을 수는 없다. 나는 드래곤을 집안 안으로 들였다.

 

못마땅한 시선으로 날 쳐다보는 드래곤. 다만 루루가 집안으로 들어가서 그런지, 그녀 역시 따라 들어왔다.

 

드래곤은 거실 소파에 앉은 루루의 옆자리에 앉았다.

 

루루가 내게 물었다.

 

“빠빠야. 이 언니야는 누구야?”

“아마도, 네 어머니란다.”

 

그러자 드래곤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방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를 두 접시 꺼냈다.

 

하나는 루루의 앞에. 하나는 드래곤의 앞에 가지런히 배치했다.

 

“저, 맞으시죠?”

“···이 아이의 엄마를 말하는 거라면 맞습니다. 인간.”

 

드래곤은 샌드위치에는 입도 대지 않았다. 오직 내게 설명을 요구할 뿐이었다. 다행이도 루루의 존재 덕분에 화가 누그러진 모양이다.

 

“그, 드래곤님?”

“루시아라고 부르세요.”

 

나는 루시아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했다.

 

구매한 경위부터 시작해, 내 피를 머금고 부화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전부.

 

샌드위치를 베어 먹는 루루 덕분에 떨리지는 않았다.

 

“타조 알인줄 알고, 뭣 모르고 샀다라. 그렇다면, 그대가 나의 둥지에서 알을 훔쳐간 것은 아니라는 의미군요.”

 

조금이라도 거짓을 담았다간 내 목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빠르게 진실만을 고했다.

다행이도 루시아는 납득했다.

 

“아빠아. 나 티비 봐도 돼?”

“그래. 뽀로로 틀어줄까?”

“응!”

 

샌드위치를 다 먹은 루루에게 TV를 틀어주었다. 

 

“사이가 좋은 모양이군요.”

“루루는 아빠가 좋아! 아빠, 루루한테 잘 해줘!”

 

루루를 보며 훈훈한 미소를 짓는 루시아. 이내 다시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궁금한 게 많아 보이는 얼굴이군요, 인간.”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시아는 선심 쓰듯 설명을 시작했다.

 

자신과 루루의 관계. 어찌하여 루루를 잃어버렸는지. 진짜 아비는 누구인지에 대하여.

 

“보시다시피, 루루는 내 딸입니다. 둥지의 알을 어느 미천한 필멸자가 보물이랍시고 훔쳐가고 행방이 묘연해졌죠.

하지만 우연하게도 그대에게 흘러들어갔군요.”

 

나는 조용히 그 설명을 경청했다. 루시아의 험악하고 일그러진 미소가 내 공포심을 자극했다.

 

“당신이 꽤 상냥한 인간이라 다행입니다. 만약 내 딸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입혔다면.”

 

아마 난 죽었겠지. 이 도시도 멸망할 것 같고 말이다.

 

S급 마수나 빌런들도 가뿐하게 씹어먹을 것 같은 포스가 넘쳐흘렀다.

 

침을 꿀꺽 삼키자 루시아가 표정을 풀고 질문했다.

 

“아이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루시아님이 정말로 루루의 어머니로 보이니, 돌려드려야 마땅하겠죠. 루루도 저 같은 게 아닌 진짜 아버지가 있을 테니.”

 

답을 들은 루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진짜 아버지라뇨? ·····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드래곤의 생태가 인간들에게 잊혀진 모양이군요. 뭐, 제가 설명하면 되니 됐습니다.”

 

그리고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쾌락 없는 책임이 나를 감쌌다.

 

“진짜 아버지는 당신입니다.”

“네?”

 

이어서 용의 번식 방법이라는 흥미로운 주제가 대화의 장을 이었다.

 

“드래곤의 번식 방법은 다른 생물체와는 다릅니다. 우선 마력을 소모해 자신의 분신격인 알을 만든 다음, 아비 될 자를 선택하여 그 피를 바치게 하죠. 피를 머금은 알은 곧바로 부화하며 해츨링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드래곤이 혼자서 알을 낳은 후, 그 알에 수컷 생물의 피가 닿으면 새로운 드래곤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 특징 탓에 드래곤은 암컷밖에 없으며, 멸종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그럼, 그, 섹··· 같은 것도 안 하는 겁니까?”

“섹? 그게 뭐죠?”

“아, 아닙니다.”

 

결론은.

 

“아직 아비 될 자는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군요.”

“그, 그니까. 제가 루루와 피가 이어진 친아버지라는 건가요?”

“잘 이해하셨군요. 이것도 다 운명의 인도겠죠. 받아들이는 수밖에.”

“어어···.”

 

난 드래곤 일가의 가장이 되었다.

 

“인간이여. 그대를 내 반려이자, 루루의 아버지로 선택하겠습니다.”

 

이제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17살이라는 나이에 말이다.

 

“아빠야. 나 소세지 해줘!”

“그대여. 떡볶이 라는 음식이 맛있어 보이는군요.”

 

내 쾌락 없이 낳은 딸과 처녀수태 아내의 식탐이 완전 수라장.

 

 

*


순애 루트는 이렇게 쭉 세 가족의 파란만장 아카데미 생활기를.

하렘 루트는 주인공들이 다른 해츨링들의 아버지가 돼버리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이야기를.


드래곤(들)을 요리로 꼬시고, 마법 같은 것도 배우고, 계약해서 용의 힘도 쓰면서 S급 히어로이자 헌터가 되가는 주인공의 아카데미 힐링물.

피카츄처럼 마스코트로 데리고 다니는 딸(들)과 함께, 아내(들)이 치는 사고를 수습하기도 하고.

성지식이 없는 드래곤에게 그런 걸 가르치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S급 마수 게이트가 열려 다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도시락 가져다주러 난입한 드래곤 펀치 한 방에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벙 찌기도 하는.


아카데미에 입학한 드래곤일가 가장 주인공의 일상물 누가 써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