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엘프는 장수종이 아니라, 단명종이에요."
"네?"
"30살이면 우리 기준으론 당장 내일 죽어도 안 이상한 나이라고요."
"잠시만요. 저 잠시 이해가 안되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엘프의 말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가 뭐라고?
"좋아요. 당신 말은 사실 엘프는 20살이면 평균이고 30살이면 장수한 거나 다름 없다?"
"정확해요."
"...잠시만요, 그러면 100년 전 마신 전쟁은 어떻게 그리 생생하게 기억하는 건데요?"
"그거요?"
조금 뜸을 들인다. 그렇지,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 있을리가...
"따라 와요."
꽤 깊게 고민하는 것 같더니, 냅다 내 손목을 낚아채곤 숲 속 깊이 질질 끌어가기 시작했다.
"ㅈ, 잠시만요! 이거 ㅈ, 죽이려고 그러는 거죠? 뭐 알아선 안 되는 그런...!"
"안 죽이니깐 잔말 말고 따라와요! 이래서 인간은..."
정신 없이 끌려간 끝에 패대기 쳐진 곳은 어딘가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거대한 나무 앞이었다.
"여기쯤이었나..."
끝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나무를 요리저리 보며 뭔가 찾는 그녈 보면서 도망가야하나 싶던 차에
"아, 여기있다."
라며 나무에 손을 쑥 집어넣더니 땅이 가볍게 흔들리며 그 거대한 나무의 앞이 마치 문처럼 열리기 시작했다.
"...들어와요."
"..."
도망가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황홀하면서 어딘가 오묘한, 사람을 홀리는 것 같은 푸른빛에 나도 모르게 나무 안 쪽으로 걸음이 닿았다.
"우리 엘프들의 어머니 나무, 라 루나라에요."
"라 루나라... 들어보긴 했는데..."
"...마신 전쟁에 어떻게 참여했는지, 궁금하다하셨죠?"
나무 안쪽, 몽환적인 푸른빛을 띄며 흐르는 진액 같은 것을 손으로 퍼주더니 나에게 들이밀며
"마셔요."
라고 말할 뿐이었다.
"...이거 죽는 거..."
"아니라니까요!"
끝에 뭔가 작게 투덜거린 것 같은데 그게 중요하진 않았다. 일단 하라는대로 해야 살 것 같으니
"...꿀꺽."
입에 닿는 순간,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온다. 손 끝부터 타들어가는 감각, 척추에 무엇인가가 휘감겨오는 끔찍한 기분이 순식간에 온몸을 잠식한다. 씨발 이거 죽는 거 아니라며
눈 앞이... 눈 앞이 점점...
선명해진다.
오래 전 멸종했다던 대지용, 형형색색의 깃털로 갑옷을 장식한 엘-퀴아스의 곤충 전사들 대지를 불태우고, 하늘을 조각내는 무시무시한 마법들
마치 어제 일처럼, 눈 앞에서 생생하다.
"허억...헉... 허어..."
본능적으로,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제 알겠나요?"
"이건 대체..."
"엘프의 육신은 죽더라도, 기억은 이곳 어머니 나무와 하나되어 살아가요. 방금 당신이 마신 수액이 우리 기억의 결정체죠."
"..."
"우리 엘프들이 수 십, 수 백년 전 일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에요."
이젠, 몸으로 겪었으면서 안 믿는 게 더 이상한 노릇이긴 했다.
그녀는 운명의 상대니 환생이니 하는 얘기를 추가로 주절 거리긴 했지만 방금 겪은 황홀한 경험에 어안이 벙벙해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당신, 혹시 엘프가 기억을 전송하는 방법을 아시나요?"
겨우 차린 정신에 가장 처음으로 박힌 그녀의 한 마디는 여전히 의문투성이였다.
"..? 그건 잘..."
말을 듣자마자, 그녀는 옷을 벗어던지고는 전라의 모습으로 냅다 푸른빛의 수액에 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ㅈ...지금 뭐하시는...!"
새파랗던 수액은 천천히 그녀의 머리와 몸에 자리 잡더니 조금씩 연푸른 하늘색의 드레스처럼 형태를 바꿔갔다.
"...섹스해요."
"네?"
"전송하는 법, 직접 알려줄테니까."
걍 뜬금포로 쎆1쓰 하는 거 써보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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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실은 진희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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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네들 인간이 늘 하는 착각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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