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크툴루라고 소개한 정신병자.


아니, 컨셉충이라고 해야할까.


바다 비린내같은 게 난다는 걸 제외하면, 크툴루와는 일말의 연관성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크툴루라면 뭔가 굉장한 능력이나, 권능같은 게 있으신가요?"

"아, 물론이죠!"



그가 나에게 건넨 건 명함이었다.


[(주)오토페어링 대표 구둘루]



"오토페어링…?"



오토페어링 주식회사라면 요즘 한창 유명한 자율주행 선박 회사다.


기존의 한계를 몇 세대 정도는 앞선 기술력으로 외계인을 납치한 거 아니냐는 소리까지 듣는 회사.



"그 망할놈의 증기선, 아, 죄송합니다. 말이 좀 험해졌네요. 아무튼, 크툴루하면 떠오르는 게 증기선이다보니, 저도 조금 자존심이 상해서요. 그 증기선에 연극쟁이 자식이 장난질을 치지만 않았어도…."

"어, 그거랑 오토페어링의 대표…신 거랑 무슨 상관이…?"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진짜로 대표 맞다. 사진이 떡하니 나오더라.



"그야 당연히, 복수죠."

"네?"


"곧 심심한 병신…, 아니, 사신들이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올 예정인데…."



아, 저건 광기다.


눈에서 광기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 새끼들을 전부 저희 회사의 배로 날려버리면, 제가 특별히 증기선에 약해서 당한 게 아니라는 증거가 되지 않겠습니까?"

"어, 그래서 저한테는 왜…."


"그런 의미에서 김장붕씨의 협력을 받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한 구둘루 대표가 꺼낸 것은 태블릿이었다.


정확히는, 영상 하나가 재생 중인 태블릿.


태블릿에서는 철 지난 전대물의 한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초월레인저 베슬 포스라는 이름의, 배가 거대 로봇으로 변신 합체도 하는 그런 전대물.


나에게는 익숙한 영상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게, 저 애니메이션 속 합체 로봇을 디자인한 것이 바로 나였으니까.



"하이퍼 베슬의 설계자이신 김장붕씨. 혹시, 저희 회사의 전속 디자이너가 되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어, 그러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상상만 해왔던, 그리고 전대물의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봤던 배들의 변신 합체를.


실제로 만들 수 있다는 거지?



'개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