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이 무근본 빙의를 당한 장붕이.


주연도 아니고 망나니도 아니었음. 그저 운빨로 입학한 학생한테 빙의를 당했음.

장붕이에게 상태창, 믿음직스러운 주니어, 잘빠진 상판, 예쁜 히로인 같은 건 없었음.


하지만 지금 장붕이에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음. 


고대의 신비가 담긴 유물, 드워프의 마도공학으로 제작된 아티펙트, 기이한 괴물들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긴 소재.

이곳에는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술과 소재가 가득했기 때문임.


장붕이는 그날 기사과를 망설임 없이 손절하고 생산과로 갈아탐.

남들이 봤을 때는 성적이 간당간당한 낙제생이 마지막 발악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장붕이는 개의치 않았음.


장붕이에게는 멸종한 종족의 비의, 봉인된 공간 저편의 괴수 등등 아카데미에 관한 모든 지식들이 있었으니까. 타인의 시선까지 신경쓰기에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았음.


장붕이는 최선을 다했음. 장인에게는 한줄기 광기가 깃든다는 말처럼 식사와 잠은 최소한만 챙기면서 제작에만 몰두했음.

주변에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 이제 너를 인정한다, 이러다가 진짜 쓰러진다는 말들이 나왔지만 장붕이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음.


그렇게 아카데미에 흑막의 손길이 뻗히고, 아카데미가 테러단체에게 습격당해 휴학하고.

주인공과 히로인이 실습을 나가 비밀결사를 격퇴하고 연애를 하며 인연을 키워갈때.

그때도 장붕이는 제작에만 빠져 살았음.


봉인된 지식을 찾아내 흡수하고, 이계의 괴물에게 소재를 채취하고, 아카데미에 잠입한 스파이를 납치하고. 정말 하루하루가 보람찬 나날이었음.


이제 장붕이의 주변에는 그의 표층의식을 읽고 자동으로 빔을 쏘며 적을 요격하는 안드로이드, 모델-데저트 이글.

위성 궤도에서 특정 좌표에 포격을 가하는 마도공학 위성, 모델-리틀 보이.

그림자에 깃들어 습격자를 역으로 잡아먹는 인공정령, 모델-틴달로스의 사냥개.

등등


히로인의 전용 무기와 주인공 각성 무기도 만들수 있지만 다 무시하고 오직 자신만의 장인정신을 추구하는 장붕이의 아카데미물 써줄사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