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신 신께서는 6일동안 오락을 즐기시고 남은 하루동안 세상을 만드셨다고 한다'

하지만 신이 만든 피조물들은 그 신을 닮는다고 하던가, 피조물들은 하나같이 욕망에 충실하며 충동적이였고

피조물에게서 나오는 욕망과 부정적 감정으로 인해 세상은 빈번히 혼란해져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했다

"씨발... 아무리 하루만에 대충 만들었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개판일수가 있지?"

"처음으로 만든 세계고... 뭣보다 얘네가 바치는 것들은 하나같이 맛있어서 없애기에는 아까운데..."

세계를 안정시킬 방법을 고민하던 신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래! 내 일부를 그릇으로 해서 거기다 욕망이나 부정적 감정을 담아두면 되잖아!"

"가끔씩 와서 그릇만 비워주면 되니 계속 붙어서 관리할 필요도 없겠지."

자신의 헤안에 감명받은 신은 즉시 자신의 일부를 떼어내 그릇으로 만들었다

"이름은... 뭐 대충 쇼톨라로 해놓자"

그릇 덕에 피조물들의 충동적인 욕망은 크게 줄었고,
때문에 수시로 세계를 관리할 필요가 없어진 신은 자신이 만든 세계에 몰래 강림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인간이 같은 인간을 괴롭히는게 마음에 들지 않다는 이유로 악인을 흠신 두들겨 패거나

주변 풍경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피폐해진 황무지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도 하고

피조물이 스스로 늘어나는게 재밌다는 이유로 인간들을 맺어주고 그들이 교미하는걸 구경하는 등

창조신 답게 자신이 하고싶은걸 하며 세상을 즐겼다

하루,일주일,한달,일년...너무 즐겼던 것일까, 신이 그릇을 비우러 돌아오는 기간은 점점 길어졌고

신이 10년만에 그릇을 비우러 돌아왔을때, 사건이 일어났다

"아 재밌었다!  수수한 마을처녀와 청렴한 신관이 맺어지는건 언제 봐도 흥미롭다니까..."

"?! 뭐야, 그릇이 어디갔지??"

당황하며 그릇을 찾도있던 도중, 세계 속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신이 놀라 세계를 들여다보니, 대륙에 있던 산맥 하나가 두동강 나 있었고, 쪼개진 산맥 중앙에는 검은 소녀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있었다

"일났다... 빨리 어떻게든 해야돼."

다급한 마음에 변장도 없이 강림한 신은 검은 소녀 앞에 서서 말했다

"너 내가 만든 그릇이지? 언제부터 의식이 있었던 거야?

"...쇼톨라"

"...? 아 맞다 쇼톨라였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충 말을 흘러넘기자, 그 소녀는 화가 난 듯, 힘껏 발을 차 땅을 진동시켰다.

"...!! 잠깐 잠깐. 그래, 대충 들어서 미안하다."

"쇼톨라, 너 언제부터 움직일 수 있었던 거야?"

"... 만나고 싶다 생각했더니 움직여 졌어... 점점 안 오길레... 날 버린 줄 알고"

"내가 딴 곳에 정신 팔려서 잘 안 가긴 했는데. 일단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을래? 여기 있으면..."

"...왜? 또 거기 놔두고 가려고?"

쇼톨라는 갑자기 울먹이며 울기 시작했고, 그러자 대륙 절반을 덮을 거대한 규모의 태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이런 식으로 뿜어져 나오는건가?'

쇼톨라의 정서 상태가 세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된 신은 급히 그녀를 달랬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같이 있어줄 건데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많이 불편하잖아? 일단 돌아가서 얘기하자는 거지."

"..."

진정한 쇼톨라는 일단 신이랑 같이 세계 밖으로 돌아왔다

"지금처럼 들어가면 피조물들이 두려워 하니까... 인간의 몸으로 힘을 숨기고 들어가야 해."

"힘을 최대한 억제하고 몸을 인간처럼 만들어볼래?"

쇼톨라가 자신의 몸을 만들 동안, 신은 혼자 곰곰히 생각했다

'젠장... 아까 보니까 나랑 비슷한 존재가 된 것 같고... 인격이 있는 존재를 내 맘대로 없애기는 좀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재앙신을 탄생시킨 신은 앞으로의 일을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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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하고 게으른 창조신이 자신의 실수로 재앙신을 만들고

그 재앙신을 다루는 과정에서 내적으로 성장하여 성실한 신이 되어가는 스토리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