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 식물에게 가족을 잃은 흑색 단발 머리의 소녀를 발견해서 키웠음.


그러면서 온갖 일에 휘말림. 제국 국경에서 여러 위험 생물도 없애고, 전쟁에 휘말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황녀니 지휘관이니 여러 사람과 마주하게 되는데 수상한 사람이라고 여겨졌다가 전공을 몇 개 세워서 의심을 거두고 평범하게 대할 수 있게 됨.


그런데 소녀가 조금 특이했음. 신원도 불명에 종족도 불명.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음.


지금 제국이 최우선으로 척살하려고 했던 마족이었음. 어린 소녀였지만 그 안의 힘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


하지만 그녀는 "내가 마족이든 뭐든, 다 필요 없어. 지금 중요한 건 내 가족을 앗아간 그 쓰레기를 잘게잘게 베어버리는 거야. 한 조각도, 남김 없이." 라고 말함.


"괜찮아? 힘들지 않아?"

"... 아저씨는 괜찮아요?"

"힘들지 않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여기까지 온 거 끝을 봐야지 않겠어, 도로시?"

"도로시... 아저씨가 지어준 이름이었죠. 네. 이런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그 쓰레기를 찾는데 힘을 써야겠어요."

"그래, 잘 생각-"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임시 막사 안으로 전령 하나가 찾아옴.


"크, 큰일났습니다!"

"뭡니까, 이번에는!"

"거대한 괴생물체 발견! 몸에서 여러 덩굴을 뻗어 병사들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도로시는 그 말을 듣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가족을 빼앗은 식인식물을 떠올림. 그에 자신의 무기인 단검을 세게 쥐면서, 트라우마와 원한이 뒤섞인 감정을 표출함.


공포에 떨면서도 살의를 숨기지 않는, 그런 위험한 감정. 나는 그녀의 옆에서 용기를 복돋아줌.


"그 때는 혼자였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내가 같이 있을 거다. 위험해지면 말해라. 내가 대신 죽어줄 거니까."

"... 아저씨는, 정말 빌어먹게 착한 거 알고 있어요?"

"그래서, 대답은?"

"알겠어요, 알겠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살의를 나타내는 도로시. 나도 그에 맞춰 그녀를 가르쳤던 시절을 떠올려 전투태세를 갖춤.


그리고 돌입한 식인 식물과의 전투. 그녀가 말한 대로 정말 거대했으며, 본체의 위치나 약점을 찾기 힘들 정도.


화염으로 불태울 수 있을까 했는데 그마저도 불가능. 겉의 체액이 불연성이라 불이 잘 붙지도 않았음.


그러다가 무언가 떠오른 숫자. 6-2, 5-3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숫자를 떠올리며 식인 식물의 핵심 줄기들을 봤고, 그게 마디가 나뉘어져 있음을 꺠달음.


'약점...인가? 일단 부딪히는 수밖에 없어!'

"도로시! 명령이다! 일단 물러서!"


평소에 명령을 거의 하지 않는 나였기에 무언가 돌파구를 찾은 거라 생각했는지 바로 내 옆으로 오는 도로시. 나는 그녀에게 내가 발견한 걸 말하면서 도박수를 걸어보자고 함.


"... 동시에 쳐야 하는 거겠죠? 그러면, 아저씨는-"

"조금 위험해지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다."

"그래도!"

"이제 마지막 걸음이다. 네가 왼쪽, 난 오른쪽을 맡는다. 중심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여섯 번째 줄기의 두 번째 마디, 오른쪽으로 다섯 번째 줄기의 세 번째 마디. 동시에 베어야 한다."

"신호는, 어떻게 보낼 건가요?"

"신분 위장을 위해 걸어 놓았던 노예 계약. 그 문양을 파기할 거다. 그러면 네 몸에 바로 신호가 갈 거야. 그 때 바로 베어버려!"


이렇게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날뛰고 있는 거대한 식인 식물. 도로시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바로 내 말을 들었음.


"정말로, 빌어먹게 착한 아저씨야."

"그래. 하지만 이런 어른 하나 정도는 있어도 괜찮잖아?"

"그렇다면 약속 하나 해요."

"뭔데?"

"빌어먹게 오래 살아주세요. 죽지 말고!"


그 말과 동시에 자리에서 떠나 내가 말한 위치로 향해가는 도로시. 나 또한 그 모습에 그저 가볍게 웃으며 바로 내 위치로 향해감.


[키에에에에엑!!!!!!!!!]


비명을 지르며 날뛰는 식인 식물. 우리를 죽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우리는 목표한 곳에 도착함.


'이제, 작별이다. 도로시.'


항상 가지고 다니던 노예 문서에 불을 붙여 계약을 파기함. 그와 동시에 망설임 없이 줄기 중앙에 칼을 박아 넣음.


[크오어어어어어!!!!!! 키아아아아악!!!!!!!!!!!!!!!!]


연신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식인 식물. 완전히 끝장을 보기 위해 몇 번이고 줄기에 칼을 박아 넣음.


그러면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공격들을 전부 쳐내고, 이윽고 줄기가 끊어졌을 때 도로시도 같은 시간에 줄기를 끊었는지 식인 식물의 난동이 멈춤.


[크에에... 으워어어......]


단말마를 지르며 바싹 말라버리는 식인 식물. 나는 그저 해냈다는 감정에 주저앉았음.


도로시는 잘 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 때 그녀는 자신이 잘라낸 줄기를 들고 나에게 오고 있었음.


"정말로 살아남으셨네요, 아저씨."

"그래, 빌어먹게 오래 살아남았다. 그런데 그건 왜 가져왔어?"

"사라지지 않길래 혹시나 해서요. 그런데 아저씨가 베어낸 줄기도 멀쩡한데요?"

"왜 사라지지 않는지 궁금하긴 하네...?"


의문을 가질 시점에 갑자기 줄기 둘이 빛나더니, 이윽고 무언가 형태를 갖추기 시작함.


혹시나 해서 나와 도로시는 전투 태세를 갖추는데, 완전히 변화한 모습을 보자 도로시는 전투 태세를 거둠.


"엄마... 아빠...?"

"루시?"

"정말... 루시 맞니?"


줄기가 빛을 내면서 갖춘 형태는 도로시의 아버지와 어머니였던 거임. 혹시나 하는 의심에 몸을 잡아보려 했는데 잡히질 않았음.


'염원이 담긴 영체인 건가.'

"도로시의 부모님 되십니까?"

"당신은 누구신가요?"

"그냥... 보호자?"

"나를 키워준 아저씨에요. 그것도 10년이나."


도로시의 부모는 그런 나를 보면서 놀라움을 표함. 하긴, 자신이 죽은 뒤에 딸이 어떻게 됐을까 걱정했을 게 분명한데 이런 아저씨랑 같이 있으니 놀랄 만도 하지.


그래도 꽤 긴 시간동안 이렇게 있는 걸 보면 딸에 대한 염원이 엄청났던 것 같다.


"엄마, 아빠."

"그래, 사랑하는 우리의 딸 루시. 왜 그러니?"

"저... 이름도 루시가 아니라 도로시가 됐어요. 그리고, 순수했던 소녀는 이제 없어요.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죽이기 위해 살아왔으니까요.


칼도 못 다루던 소녀가 이제는 미쳐가는 동족도 베어서 죽였어요. 불을 무서워하던 소녀는 적을 불태우는데 망설임이 없어졌고요.


그래도, 저는 여전히 엄마 아빠 딸이죠...?"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이 그동안 겪은 과거를 모두 말하는 도로시. 그녀의 부모는, 그저 딸을 안아줬다.


"세상이 끝나도 너는 아빠 딸이란다."

"그 누가 뭐라 해도 루시는 엄마 딸이야."


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 그 말이 귓가에 전해지자 도로시는 그저 크게, 아주 크게 울었다.


고난에 가득 찼던 세월을 보답받았다는 마음이, 재회의 기쁨을 더욱 크게 만들었기에.


그렇게 그녀는 정말 오랜만에, 가족의 품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은 그런 그녀를 그저, 조금 더 세게 끌어안았다.


'재회... 언제 봐도 좋단 말이야.'


하지만 영원한 건 없다는 건지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 그녀의 부모님. 이제 마지막 작별을 나눌 때가 온 것 같았다.


"엄마, 아빠!"

"... 죽은 우리들이 이 세상에 오래 있을 수는 없으니까."

"잘 있거라 루시, 아니. 도로시."

""사랑하는 우리 딸. 행복하게 살아가렴.""


사라져 가는 그녀의 부모와 가지 말라 외치는 도로시. 이윽고 그녀의 부모는 사라지기 직전에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딸을, 잘 부탁드립니다./부탁드려요."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사라진 도로시의 부모. 나는 우느라 힘이 빠진 그녀의 곁에 가 어깨를 토닥여줬다.


"... 고생 많았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저거 뿐이겠지.


그 말을 들은 그녀는, 갑자기 내 품 안으로 뛰어들더니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조금 더 울기 시작했다.


"... 그래, 많이 울어라. 어렸을 때 울지 못했던 만큼, 계속."


그녀의 머리 뒤쪽을 잡으며 계속 울게 놔 두었다. 울음이 그칠 때까지.



*************



"이제 다 울었니?"

"... 네, 아저씨."

"그래. 그러면, 이제 가자."


울음을 그치다가 힘이 빠져 잠에 든 도로시. 나는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계속 옆에 붙어 있었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정신을 차린 도로시. 나는 이제 그녀와 함께 막사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저씨."

"왜 그러는- 으악!"


갑자기 나를 밀쳐서 눕힌 뒤 내 위에 올라타는 게 아닌가?


"빌어먹게 착한 아저씨라, 이런 건 모르는 건가?"

"막사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게 뭐 하는 거야!"

"뭐 하는 거라니. 당연히... 부모님의 말을 잘 들으려는 거 뿐인데?"


부모님의 말...?


[행복하게 살아가렴.]

[딸을 잘 부탁드립니다/부탁드려요.]


... 설마?


"난 아저씨랑 결혼해야겠어. 내 여정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아저씨를 가지려는 여자들을 입 다물게 할 기정사실 하나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내 위에서 서서히 옷을 벗는 도로시. 태닝된 피부와는 다르게 옷 안은 매우 하얀 색이었다.


"여기는 바깥이잖아! 하다 못해 제국으로 돌아가서-"

"미안, 그 때까지는 못 참을 것 같아서."


어느새 나를 내려다보는 그녀는, 마지막으로 하의까지 모두 벗어 알몸이 된 뒤 내 몸을 서서히 만지며 끈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빌어먹게 착한 아저씨니까... 이 정도는 용서해 줘?"


...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



마지막에 잡아먹는 건 추가한 거고 뒷이야기는 막사로 돌아가서 주인공 노리던 여자들에게 기정사실 만들었다고 내비치는 거임.


물론 주인공은 다른 여자에 관심이 하나도 없었고 도로시만 보고 있어서 순애라고 하네요~


문제는 그게 키잡할 것도 아니었는데 역키잡을 당한 거지만 아무튼 메데타시 메데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