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하숙집.

이젠 익숙하여 눈을 감고도 찾을수 있을 낡은 계단을 지나 문을 여니, 내가 찾는 방이 맞다는걸 알리기라도 하는듯 독한 담배 냄새와 무엇인지 알수없는 약품 냄새가 날 반겨줬다.


지독한 냄새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저기 담배로 생긴 그을림과 널브러진 트럼프 카드로 가득한 책상을 노려보는 내 친구가 있었다.


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코트와 모자를 내려놓고 손님용 의자에 앉아 한참을 기다라니, 고개를 돌리다 우연히 내가 온 걸 발견한 친구가 한참 늦은 인사를 건넸다.


"벌써 왔나 왓슨? 오늘은 병원 업무가 있는줄 알았는데."


"동료한테 맡기고 일찍 왔지. 사건이 들어왔나봐? 보아하니 그 카드가 단서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나 보군."


"판단이 빠른걸?"


"빠르긴 뭘. 이 카드는 플레이용으로 쓰기엔 너무 비싼 거야. 보통 장식용으로 쓰이지. 군에 있을때 동료가 자신의 부적이라며 보여줘서 잘 알아. 아무래도 70년대 j.커.프리슨 사의 제품 같군.

그리고 자네가 이런 비싼 카드나 카드게임에 흥미를 가질리도 없지. 애초에 자네 흥미를 끌수있는건 흥미로운 사건뿐이니까."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는건 어떻게 알았지?"


"그것도 간단해. 이 트럼프 카드를 보니 요새 런던에 떠돌고 있는 연쇄 살인 사건이 떠올랐거든. 근데 그 사건은 이미 몇달째 범인의 실마리도 잡지 못했고, 그렇다면 누군가 자네에게 의뢰했을 가능성이 커. 이 사건은 규모도 크고 피해자와 경찰의 협조 부탁도 많으니까. 그리고 만약 이 추리가 맞다면 자네가 의뢰를 받았을 시기는 가장 충격적이었던 3번째 사건이 터졌을때, 즉 2달전이 유력하고 그 사이 사건이 4번이나 더 터졌으니 아무래도 자네의 수사가 막히고 있는거겠지."


"정확힌 2번째야. 정말 대단한걸, 왓슨?"


"별 말씀을."


홈즈가 박수를 치는 사이 차를 끓여 그에게 건네주었다.

홈즈는 잠시 휴식 시간이라도 가지는 것처럼 홍차를 입에 머금고는 눈을 감고 음미하다 천천히 삼켰다.


"후우... 자네의 추리나, 이 홍차를 넘기는 것처럼 이번 사건도 간단하면 좋을텐데."


홈즈가 작게 속삭이듯 내뱉은 말에 순간 내 귀가 잘못된건지 의심됐다.


"자네 입에서 사건이 쉬웠으면 좋겠다니, 이게 대체..."


"왓슨, 자네라면 잘 알거야. 내가 흥미로운 시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미궁 속에 빠진 사건의 작은 단서들을 모으고, 그 단서들로 추리하고 그 추리를 마치 퍼즐 맞추듯 이어붙여 진실에 다가가는 것... 난 과정을 좋아해. 거짓과 의문점 사이에 하나뿐인 진실을 찾는 일은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리지."


"하지만... 이번 사건만큼은 예외로 하고 싶군."


홈즈는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카드를 모아 내게 한장씩 보여줬다.


"첫번째 단서는, 가짜였어."


하트Q가 떨어진다.


"두번째 단서는, 미끼였지."


클로버K가 떨어진다.


"세번째는, 단서도 아니었어. 우연한 해프닝이 만든 가짜였지."


다이아J가 떨어진다.


"그리고 네번째부터는, 알수가 없어."


스페이드A가 떨어진다.


"왓슨, 모든 범인은 단서를 남겨. 대부분은 의도하지 않지만 일부는 의도해서 단서를 남기기도 하지. 그리고 일부러 남겨진 단서엔 이유가 있어. 보통은 미끼야. 근데 이 사건은... 마치 쇼 같아. 연극이나, 그런 종류의 무언가."


"쇼? 연극?"


"이 사건의 단서들은 하나 같이 화려하고 충격적이야. 그래서 사건에 더 시선이 끌리지. 일부러 남겨진 단서는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혹은 범인을 향한 관심을 끊기 위해서인데 이 사건은 오히려 반대야.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어.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야."


"귀부인, 공사장 인부, 마부, 굴뚝 청소부, 은행장, 경찰까지... 공통점도, 원한이나 그 밖의 해칠 이유가 없어."


"...마치... 마치... 혼돈 같아. 예측이 안돼. 그래, 꼭 트럼프 카드의..."


"조커 카드처럼."


.

.


"오호호, 와우! 와아! 탐정 나으리와 만나게 될줄이야! 와하하! 하!"


"...네가 범인인가 보군."


"오, 그래. 맞아. 범인이지. 이 여자를 죽인 사람을 찾는 거라면 내가 맞아. 네가 찾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나겠지! 하하!"


"넌 대체 누구지. 분명 사건이 벌어졌고, 단서는 펼쳐졌어. 근데.... 이 런던에... 아니, 이 세상에 너란 사람이 있는지조차 의심되더군."


"하하... 이름이 홈즈...., 맞나? 홈즈?  홈스? 흠... 좋은 이름이야. 이름은 좋은거지."


"대체 누구냐고 물었어."


"이봐 홈즈, 카드게임 좋아해? 도둑잡기 할줄 아나?"


"취조실에서 답할 생각인가? 상관없어. 시간은 많고, 경찰은 오고 있으니."


"하트4, 클로버2, 스페이드8, 다이아Q, 하트A, 클로버3... 뽑을 카드는 많아. 이름도 많지. 하지만... 그런건 안중요해."


"뒷걸음치지마. 이미 포위당했으니 순순히 항복해."


"중요한건, 도둑이야. 홈즈. 도둑이라고."


"말이 안통하는군."


"오..., 아냐아냐, 홈즈. 우린 아주 잘 통하고 있어."


콰쾅-!!!


갑작스런 폭발.

주위 차도가 모두 막혔다.


"이, 이게 갑자기 무슨...!!"


"...지금까지, 경찰들은 뽑으라는 도둑은 안뽑고 잡다한 것들을 뽑았지. 그러곤, 그들을 잡았다는것에 기뻐했어. 정작 도둑은 다른 이의 손으로 또 돌고 있었는데 말이야."


"넌 대체 누구지? 대체 누군데 이런 짓을 벌이는 거냐고!!"


"왜 그리 심각해 홈즈? 설마 폭탄은 추리에 포함되지 않았나? 이런 모르는 패를 까버렸군. 아까워. 아주 아까워."


"제길!!"


홈즈는 전력으로 달렸으나, 보라색 정장을 입은 남자는 손에 잡힐듯 말듯한 거리를 유지한채 계속 뛰었다.


퍼억-!


"크윽!"


홈즈가 그를 잡을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고마워, 머레이!"


"아닙니다, 보스. 그럼 이제 이 자식을 어쩔까ㅇ.."


탕-!


"잘 가, 머레이!"


남자는 기분 나쁘게 웃으며 시체를 치우고, 쓰러진 홈즈에게 다가갔다.


"오, 저 친구는 신경쓰지마. 이 근처에서 알게 된 갱인데 잠시 논 사이일 뿐이야, 진짜 그것 뿐이라구."


"미친...자식..."


"좋아, 괜찮다는 뜻으로 받아들일게. 자... 음, 그래! 거기까지 말했어! 도둑! 하하! 그래, 도둑! 누군가는 도둑을 뽑는 바보가 되야 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그런 바보가 되지도, 될수도 없었어. 홈즈. 너만 빼고."


"난 널 살릴거야. 그럼 넌 날 다시 쫓겠지. 스릴있지 않나? 우린 말야, 하하! 계속 도둑뽑기를 하는 거라고! 오, 정말 좋지 않아? 난 언제나 이 순간만을 기다렸어, 홈즈!!"


"...."


"아, 친구. 왜 이리 말이 없어? 너도 이럴땐 맞장구를... 아. 그래. 그러고보니 내 이름도 안말해줬군! 하하! 정신 좀 보게나! 옛날에 갱들이 아편 빠는거 구경하다 맛이 갔나봐! 하하!하!하하하!"


그는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홈즈에게 천천히,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말했다.


"이름이라... 그래. 이게 좋겠어. 나는 도둑이니까... 그래...."


"....?"


"홈즈, 날 조커라고 불러줄래?"



그 날 런던 제일의 탐정은, 최악의 숙적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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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조커 소재 써보니 생각보다 흥미진진할거 같음 이제 누가 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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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탭 너무 썰렁해서 옛날에 썼던거 지우고 다시 올려봄 개인적으로 장챈 처음 할때 진짜 별의별 참신한 것들 다 써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