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마다 대체역사 소설을 소개해드릴 프펑도아입니다. 여러분.

 

오늘 소개해 줄 소설은 까다롭스키 작가의 장편작, -고종, 군밤의 왕-을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kae4GY4oLI&list=PLlUZLPP14n5VEs8fYtYdD6LKe64vU3__W&index=7

 

노래를 키시고, 천천히 앉아 편안하게 읽어주십시오.

 

 


여러분은 '대체역사'라는 장르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사실 여러분들은 보통 '국뽕물'이라고 여기실 것 같습니다.

 

사실 맞습니다.

 

특히 00년대 대역들은 인터넷 국뽕튜브와 전혀 다르지 않았죠.

 

아무튼 이건 나중에 [대통령 각하 만세]를 다룰떄 다루도록 하고.

 

여러분들은 웹소설을 읽으실떄, 가끔 질리지 않으신가요? 

 

똑같은 스토리, 그만그만한 필력, 똑같은 소재.

 

아카데미물, ts, 게임물, 빙의.....

 

그렇게 너무나도 질려서, 웹소설을 떠나고 싶으신 분들.

 

그런분들을 위한, 평화롭고 잔잔한 분위기의 소설을 소개해드립니다.

 

 

 


고종, 군밤의 왕, 소개 시작합니다.

 

 

 

 

 

 

 


새벽이 깊어질 떄, 한 노인이 '군밤 1000원'이라 적힌 리어카에서 한숨을 쉽니다.

 

오늘 장사가 공쳤기 때문이죠.

 

요즈음 버불디인지 와불인지 뭔가 하는 양놈들 간식이 유행이라 하여 그런갑다 하고 생각했죠.

 

그래도 노인의 군밤 굽기 실력은 가히 세계 최고.

 

노인의 군밤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꽤 많은 사람들로 인해 근근히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었죠.

 

노인은 과거를 회상했습니다.

 



 

노인의 이름은 김귀남, 김명득과 어머니 박입분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 옛날 아버지가 우마차 사고로 죽고 어머니마저 병환에 걸려 학교조차조 제대로 못나가 배운 거라고는 왜정 시절 며칠 학교에 나가서 배운  '민비는 나쁜놈, 조선 망한 이유는 왕실 떄문,'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경성에서 막노동하며 근근히 입에 풀칠하다가 어머니 병환도 나아지시고 욱일기 흔들고 다니는 큰형 덕에 경성에 작은 단칸방에 살 정도는 되니, 제 나라가 광복이 되었다지 뭡니까. 딱히 감흥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광복이 된지 5년 쯤 지나자, 갑자기 왠 공산당인지 뭔지 수괴들이 쳐들어왔다고 하지 뭡니까.

 

제 가족들과 어머니 치료값을 위해 욱일기를 흔들며 '대일본제국 만세'를 외치고 다니다가 광복이 되니 친일파 취급을 받아 다시 가족들이 일때문에 고통받는 걸 못 참겠던 큰형은 훈장을 타와서 친일파로서 일했던 과거를 씻겠다며 자랑스레 입대했다가 친일파 오명은 벗어보지도 못하고 죽었고,

 

 

 


둘째 형이 혼절한 어머니와 이땐 16살밖에 안된 어린 막내였던 노인을 건사하며 부산까지 피난왔으나

 

 

 

 

결국 어머니마저도 부산에서 돌아가시고, '큰형 죽인 빨갱이 놈들 모가지 따러 간다'며 집을 나선 둘째 형은 다리 한 짝 팔 한 짝씩 나라에 바치고 돌아왔으나 친일파로서 일했던 형 때문에 상이군인으로서의 취급도 못 받고, 그 이후 폐인처럼 지내다가 어느 날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떄쯤 가족을 전부 읽은 이제 갓 19살이 된 막내인 저에겐 군대에 입대하라고 통지서가 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젊은 노인에게 군대와 전쟁이란 참 힘들었습니다, 특히 저 앞 지나가던 우마차가 폭발하던 떄는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습니다.

 

 

젊은 노인은 유엔군인지 뭔지 하는 군은 물론이오 이디오비아인지 뭔지 하는 아프리카 나라까지 원군을 보내 우릴 도와준다는 말을 기둥삼아 계속해서 싸웠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재산도, 갈 집도 없었던 노인은 무작정 서울 골목에서 군밤을 팔기 시작하였습니다.

 

 

장사 사 년차에 겨우 식모살이하던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몇 년을 악착같이 벌고 귀신같이 아껴서 겨우 판잣집을 면한 집 한 칸을 얻었지만,

 

 

그 해 겨울 아내와 어린 아들이 연탄 가스를 마시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잘못이라면 식모살이 시절 얹혀살던 부잣집처럼 연탄을 세게 뗀 아내 잘못이오, .연탄이 새는 집을 소개해준 업자 잘못일 것입니다. 하지만 노인은 전부 제 탓이라 여기며 오열하였습니다. 저 나라를 지배하여 저 형을 친일파로 만든 왜정이 미웠습니다. 이 나라도 미웠습니다. 모든게 미웠습니다. 사실 노인의 잘못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제탓이라고 돌리지 않으면 억울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그저 제 팔자려니 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 아내와 아들을 묻고서 재혼도 하지 않은 채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신경쓰지 않고 서울의 한 골목에서 계속 밤을 구워 팔았습니다,

 

아에매푸인지 뭔가가 찾아왔을 떄 전날까지만 해도 으스대며 노인네는 이런 군밤 따위 팔아서 내가 입은 정장을 살 수냐 있겠냐며 조롱하던 청년이 꾀죄죄한 채 찾아와서는 전의 발언을 사과하며 제 전재산이라며 만원을 건네고는 한강 대교 가는 방향으로 터덜터덜 걸아가는 것을 지켜본 것,

 

뭔 고라니인지 고로쇠인지 하는 역병이 돌기 시작한 이후로는 장사도 시원찮아 진 것까지 생각하다,

 

 

노인은 생각을 그만두었습니다.

 

손님이 오지 않으니 역시 잡생각이 많아지는 듯 했습니다.

 

노인은 리어카를 접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응? 내가 어지간하면 이런 얘기 안 해요. 내 북악산 산신령으로 지낸 게 그래도 한 천 년 되었는데 임자만치 밤 잘 굽는 사람은 못 봤다니까? 저어기 인왕산부터 해서 목멱산, 관악산, 도봉산 산신령도 모두 임자네 군밤 한 입씩 들더니 그럽디다. 이 정도면 그 옛날 비류랑 온조가 내려온 시절 이래로 가장 맛난 밤이라고.”

 
그러다 항상 귀남의 리어카를 찾아오던 긴 수염을 한 단골 노인이 찾아와서 군밤 하나 달라기에 군밤 하나 내주었더니, 자신이 산신령이라 하지 뭡니까.
 
산신령이라 주장하는 단골 노인은 귀남의 안 좋은 팔자, 혹시 팔아볼 생각 없냐고 얘기하였습니다.
 

“팔자라? 임자, 그 팔자 혹시 팔아볼 생각은 없소?”

 

“으이구, 그게 판다고 팔아지는 물건이유?”

 

“아, 산다는 사람이 있으니까 하는 소리지. 내 얼마 전에 요 옆 동네에서 웬 어린 놈이 원없이 군밤이나 먹고 싶다고, 그걸 소원이랍시고 비는 걸 봐서 하는 얘기요. 그놈도 가만히만 있으면 후대에 욕 좀 먹는 것 빼면 나름 출세해서 호의호식할 팔자인데... 쯧쯧. 여간 철부지가 아니지.”

 

“흰소리도 작작 하시우. 거 말이야 고맙다만은, 어떤 얼 빠진 놈이 나 같은 놈 팔자를 원한단 말이우? 천애고아에 자식이라고 있던 놈은 먼저 홀라당 가 버리고. 나인들 호의호식하기 싫겠냐만은...”

 

“아이고... 저가 좋다면 좋은 것이지 그야. 여하간 임자도 팔자 고칠 수만 있다면 요 장사 때려칠 마음이 있다는 거 아뇨?”

 

“그걸 말해야 아우? 자, 다 구웠수. 이천 원이유.”

 

“고맙소. 그럼 임자가 원하는 대로 해 주리다. 그간 군밤 맛나게 먹은 값이라 생각하시오.”

 

 

헛소리라도 고맙다고 해주려 했더니, 어느새 단골 노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귀남은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화통에 불을 끄고 뒷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별 실없는 놈도 있구나, 생각하며, 귀남은 털레털레 자신이 기거하는 한 평 반짜리 쪽방으로 돌아가 이불을 펴고 눈을 감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신에 밤 굽는 재주밖에 없는 종로구 군밤장수 김귀남이, 훗날 운현궁이 될 옆동네 구름재댁에서 철없는 소원을 빌던 개똥이, 그러니까 미래의 고종의 몸으로 다시 눈을 뜨게 된 사연이었습니다
 
때는 고종이 이제 10살을 넘긴 1862년 이었습니다.
 
 
 
 



 



여기까지 -고종, 군밤의 왕-의 도입부를 소개시켜드렸습니다.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그야말로 고전문학, 국어책에 나오는 박씨전이나 허생전같은 걸 읽는 느낌이 나는 문체입니다.

 

이 특유의 유려한 문체와 고전을 읽는 듯한 느낌, 조선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옛날 순문학 느낌의 문체였다가 서양의 이야기가 나오는 요즘 문체로 바꾸는 등의 실력도 이 소설을 읽는 이유이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내용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군밤'이라는 장치를 통해 무조건적으로 원래 역사의 나쁜 인물들이, 바뀐 역사에서도 '나쁜'인물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도 결국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었고, 작가는 우리 역사의 '나쁜'인물들을 '악역'이 아닌, '사람'으로 묘사했죠.

 
귀남은 역사를 알지도, 상태창을 가지지도 않았고, 천재적인 두뇌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 김귀남은, 유교가 나쁘다고 쓸어버리지도 않고, 미래기술을 이용한 개발도 일철 보여주지 않습니다.

 

김귀남은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어차피 곧 망할 나라, 좀 살만한 나라가 된 다음 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대기술로 문명을 발전시키는 용사, 치트키를 얻어서 지식을 뽐내는 주인공, 신하들과 귀족들이 알던 상식을 허무는 주인공,

 
이 소설에서는 그러지 않습니다,

 
귀남은 배운게 없는, 여든을 넘긴 군밤장수였기 때문에, 아는 지식도, 뭐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주인공은 자신보다 이 신하들이 아는게 많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신하들의 진중한 조언을 들어가며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비판하고, 수긍하죠.

 
그리하여 조선은 '선의'의 나라가 되어갑니다,

 

침략 전쟁이라는 것은 이 소설의 조선에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조선의 '선의'로 인해 중국이고 일본이고, 모든 나라들이 같은 선의를 배푸는 나라로 변해갑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글로 끝내겠습니다.

 

 

 

 

 

제1조: 대조선국은 자주지방으로, 항만세(恒萬歲) 불변하오실 전제정치(專制政治)이니라.

제2조: 대조선국 국왕께서는 무한하신 위엄과 권세를 향유하옵시나니, 이는 무릇 이륜을 크게 일으켜 만백성을 이롭게 함이니라. 이에 문무백관을 거느리시고 소임에 따라 맡기시느니라.

마지막 조: 무릇 제도라 함은 시일이 오래되면 폐단이 따르기 마련이니, 이에 대조선국 국왕께서는 때로 손수 발의하시어 본 국제의 절목을 고치도록 하유하실 수 있으시니라.

 

 

 

 

 

한순간에 군밤장수에서 한 나라의 왕이 되어버린 귀남은 과연 올바르게 나라를 이끌 수 있을까요?

수많은 시련과 왕으로서 겪는 일들에 타락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고종, 군밤의 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