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바의 단편선 1주일이 영상화 작업이야기가 나왓다해서 삘받아서 씀 주의)


[____의 경우] 약간 이런식으로 여러 시점 전개로 쓰면 재밌을듯.


이건 [의사의 경우] 정도면, 깔쌈하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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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툭.


세로 30cm, 가로 21cm. 작다면 작은, 그 종이를 빼곡히 채운 글자를 골똘히 쳐다보며, 책상을 두드리는 남자.


제목 28px, 원문 14px로 가득 메워진 종이의 내용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 조차 버거울정도의 밀도를 담고있었으나, 남자는 그저 계속해서 그 보고서를 읽어내려갔다.



"…."



그렇게 계속 처음의 제목부터 마지막의 마침표까지.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그.


허나, 그 보고서에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도 쓰여져있던 것인지, 이내 표정을 찡그린다. 



동시에, 자신이 이해한 것이 맞을까. 아니,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길게 풀어쓴 이 내용에서 건질만한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자신이 보고있는 것이 마치 오컬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곤 하던, 소설과 다를 바가 별로 없다는 점에.


그는 허탈한 것인지, 불안한 것인지 펜의 끝부분으로 자신의 입술을 찌르며, 형태를 계속해서 변화시켰다.


"..이걸 시발 나보고 믿으라는거야?"



결국엔 그런 말을 내밷으면서도,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여전히 보고서의 본문. 


보고서를 믿지 못하겠지만서도, 동시에 그 보고서의 내용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그 보고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반증했다.


"..저기."



사실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 이 시점에선 의사인 그가. 진료를 받기위해 찾아온 환자를 앞에 앉혀두고도, 계속 그 보고서만을 읽어내려가는 모습이.


그 보고서의 중함을 알려주긴 했지만 말이다.



"잠시만요."


탁-



펜을 탁자에, 다소 거세게 내려놓아, 볼펜의 끝부분에 위치한 플라스틱이 책상과 부딪혀 소리를 낸다.


"자."



그와 동시에, 보고서를 쳐다보며 구겨질대로 구겨진 표정은 풀려서, 언뜻보면 그 내용에 수긍한 것처럼, 아니면 아예 일말의 수긍조차 하지 못한 것처럼, 보여졌으나.


아마도 지금까지의 행태를 고려해본다면, 그는 명백하게 후자의 경우와 부합했다.



"..넵."


"일단, 어디한번 확인이나 해봅시다."



드디어 시선을 자신의 앞에 앉은 환자에게 고정한 채로, 입을 여는 남자. 일련의 보고서를 봤음에도,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던 그는, 환자에게서 다시한번 확인해보자 말을 건넸다.


"그것이 지금도 보입니까?"



다소 신경질 적이게 보이던 방금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환자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한다. 



"..예."


"혹시 손으로 어느 즈음에 있는지 가리킬 수 있을까요?"



환자는 그에, 무엇을? 이라 되묻지는 않았다. 그야 그가 여기에 앉아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기에, 구태여 다시 되물어 볼 필요가 없었고.



꽤 거구의 체형을 지닌 환자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마치 무언가가 두렵기라도 한듯이 손을 꽤 심하게 떨더니, 머지않아 한쪽 구석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저기. 히익!!"

"이제 어떤가요."



그리고 그 바로 다음순간. 


의자에 다리를 꼬고 환자를 쳐다보던 그는 그 환자가 가리킨 방향으로 팔을 뻗어 휘저었다.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다시 봐보세요."



의사의 돌발적인 행동에 몸을 움츠리며, 작은 발작을 일으킨 그는.


또 잠시 후에, 의사의 지시대로 고개를 천천히 돌려, 그의 손이 향한 곳을 바라봤다.


"토..통과했습니다. 그냥, 홀로그램처럼 아무런 흐트러짐도 없이.."

"하아... 이게 시발 뭔 귀신이 곡할 노릇이냐.."

"예?"


무어라 작게 중얼거리는 의사. 그에, 그 작은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환자가 되묻지만.



"아닙니다. 혹시 '그것'이 보이는 것 외에는 아무런 증상도 없습니까? 아니, 굳이 다른 증상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무언갈 한다거나.."


"..없습니다. 죄송해요."



주눅이 든듯이 고개를 숙이는 환자를 바라보며 그, 아니, 의사는 얕게 한숨을 쉬면서도 환자의 어깨를 토닥여 그의 상체를 다시 세웠다.



"아닙니다. 필요한 진료는 끝났으니, 나가서 대기하고 계시고요. 처방전 하나 써서 보냈으니까. 일단 그거먹고 좀 쉬어보자고요."



의사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던 거구의 환자. 그는 이내, 눈물을 흘리며 의사의 손을 자신의 덜덜떨리는 손으로 붙잡았다.


"..정말, 정말 갑사합니다.. 은인님.. 정말 감사합..흡..감사합니다.."


작다면 작은 눈이 눈물로 가려져 앞조차 보일까. 싶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두려움과 안도감이 섞인 목소리로 연신 감사인사를 하였다.


그 모습을 복잡하게 쳐다보던 의사가 겨우겨우 그를 내보내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그러고 있었을 정도로, 그의 행동은 마치, 정말 구원자라도 만난 것처럼 극성이었으며, 맹목적..이었다.




* * *




"그 무언가를 볼때 뇌파가 꽤나 비정상적으로 흔들리는 것 말고는 완벽하게 정상이고.."



아까의 그 보고서가 아닌, 방금 나간 환자의 진료기록을 뒤져보며 그는 다시 정보를 추려 모은다.



"신체의 이상..없고, 정신적 문제도.. 환각 호소 이외엔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보다 몇배는 건강한데.."



하지만, 아무리 정보를 모으고. '그것'에 대해 정리한 것과 대조하며, 분석해보아도 이렇다할 수확이 나오지는 않았다.



"..1주일 뒤에 죽는다..라. 이게 무슨 개소린지.."



정상인이다. 여타 할 장애, 혹은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력에 유전병같은게 있는 것도 아닌 완벽한 정상인이다.


이런사람이 1주일 뒤에 죽는다고? 그딴 개소리를 누가 믿겠는가.



"..그래. 그딴 개소리를 누가..믿냐.."



환자의 눈에 띄게 기뻐하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네던 모습을 보면, 단순히 기뻐할 법도 한데.. 의사는 그러지 못했다. 



띠링—


[102번 환자분 처방전 아직 멀었나요?]


[지금 보냄 (발신)]



미리 준비되어있는 처방전을 클릭해 열고는 그대로 메세지에 담아 보낸다.



",,,하, 씨발.."



미리 준비되어있는.


환자가. 진료를 받기도 전부터, 이미 준비되어있던 처방전.


그것이 전송되고 있는 꼴을 본 의사는 자조적인 웃음을 내밷으며, 모니터를 그대로 꺼버린다.


마치 모니터에 비친 그 처방전이 꼴도보기 싫다는 듯이.



"..."



하지만, 모니터를 끄자 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얼굴.



"..하.하하."



일순간이지만, 그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역겹게 보였다는 것에 의사는 잠시, 웃음을 짓다가도, 품에 손을 가져다대어 품속에서 담뱃갑 하나를 꺼내들었다.



허나, 환자가 나가고 정보를 추합할 무렵부터 덜덜 떨리기 시작하던 손은 담뱃갑 하나조차 제대로 지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흔들렸고.


그는 수십초가 지나서야 간신히 담배 하나를 입에 물 수 있었다.



칙, 치익.


"스으읍... 하아.."



천장을 멍 하니 바라보는 의사. 담배의 덕인지는 몰라도 손의 떨림은 어느순간 잦아든 상태였다.



"좆같은 신이시여, 혹시 노망이라도 나셨습니까."


숨을 내쉰다.



"도대체 씨발 뒤지도 전에 미리 마중나오는건 어느나라 예의랍니까.." 



까만 모니터 화면속의 자신을 쳐다보던 의사.


허나, 다음순간. 이제 사실상 고물이라해도, 어폐가 없던모니터가 다시 말썽이 난건지, 분명 꺼버렸던 화면이 다시 켜지고. 송신 완료의 문구가 떠올랐다.



"은인은 씨발..."



벌컥—



자조섞인 한숨에 담배연기를 다시 섞어 내밷던 찰나, 갑작스레 열린 문에서 누군가가 들어선다. 복장을 보아하니, 간호사인 모양.



"..또, 진료실에서 담배피우시네.. 나가서 피라고요!!"


"시꺼 임마."


"에휴,, 증말. 또 지 혼자 꽁해져서는.."


"방해하지말고 나가.."



의자에 기대어 몸을 축 늘인채 있는 의사를 보곤 한숨을 내쉰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그 뒷편의 창문을 열어젖혔다.



"담배를 필거면, 환기라도 좀 하시라고요."


"..그래."



허나, 의사는 그런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채로 멍하니, 모니터의 화면만을 응시했다.



"..왜 또 죽상이에요. 그게 뭐 선생님의 잘못도 아닌데.."



또 그에게 넉다운이 와버린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의사는 눈썹하나 깜빡이지 않은채로 다시 담배를 한모금 들이마쉰다.



"은인이란다."


"네?"



간호사의 되물음에 헛웃음을 내밷은 그는 말을 잇는다.


"은인이라 했다고.."



사람들이 남을 신랄하게 폄하할때 쓰곤하는, 혐오감이 잔뜩 뭍어나오는 어투. 


다만, 그런 일반적인 용도와 조금 다른 것이 있었다면, 그 말의 대상이 타인이 아닌 스스로를 향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하..하핳. 존나 웃기지않냐? ..그 사람은 내가 자신한테 치료제라도 줬다고 생각하겠지? 머지않아 자신에게 닥친 이 끔찍한 악몽이 끝날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야."



언뜻보면 환자의 무지를 폄하는듯 했지만, 종국엔 스스로의 능력부족과 미련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귀결돼버리는 그의 말들.



"..선생님."


"근데 미안해서 어쩌나? 난 그 병을 모르는데, 개 씨발 이해는 커녕 과학적으로 말조차 안되는, 물리 법칙의 근간을 흔들어버리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근데.. 더 웃긴건 뭔지알아? '죄송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라고는 죽어도 못하겠더라고."


그는 다시금 담배를 한껏 들이마쉬고.


다시 내밷었다.



"왜냐고??  이미 저 사람들은 그 소리를 수번, 아니 수십번이나 듣고 결국 여기까지 찾아온 사람들이니까. 그 쥐좆만한 희망이라도 잃지 않겠다고, 조심히 품어서 온거거든."


"..."



치이이익—



끝까지 타들어간 담배가 재떨이에 비벼져 불빛을 잃어간다.



"근데 거따대고 내가 무슨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신은 이제 1주일 밖에 못살아요? 왜냐고요? 하핳 시발 저도 몰라요!! 라고.. 말할 수 있겠냐고."


"그래도, 선생님은 저 환자분들을 위해서.."


"저 사람들을 위해서? 너는 지금 자기가 죽는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채로, 진정제나 처 먹어가면서 자기위로해나가는게 진정 저 사람들을 위한다고 생각하는거냐?"


"그럴 수—"


"포장하지마. 이건 그냥 내 자기만족이야."



단순히. 저 사람들이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에 벌벌 떨면서,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걸 보기 싫었던 스스로의 자기만족.


이 영문모를 병. 아니, 병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이 증세를 치료할 방법을 결국엔 찾아내지 못한 나의 자기만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혹시, 혹시 모르는 거잖아요. 그 저승사자라는게 보여도 안죽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 사실 만유인력이 안통하는 사물이 있을지도 모르지."


"비꼬지 마세요.."


"비꼬는게 아니라, 사실을 되짚는거야. 저승사자가 보이지 않고 죽은사람은 있을지언정. 저승사자가 보인 사람은 무조건 예외 없이 1주일 후면 죽었어."


"..."


"..그냥 포기할까. 이렇게 다시 되짚어보니까. 존나 말도안되는 거긴 했어. 주변에서 명의다 뭐다 치켜세워줄때 브레이크를 잡았어야했는데, 안그렇냐?"


"...치지마세요."


"뭐?"


"거짓말 치지 마시라고요.. 포기할거면, 그렇게 밤을 새서 직접 연구할 필요도, 굳이 환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입에 발린 말을 할 필요도, 계속 수소문 해보면서 조사할 필요도 없었잖아요..!!"


"..그렇긴 했지. 근데, 어쩌냐. 다 실패했는데.."



그리 말하곤 다시 등받이에 몸을 쭈욱, 기대는 의사를 쳐다본 그녀는 손에 쥐고있던 처방전을 그에게 내던졌다.



"..시작을 했으면, 책임을 지라고!! 바보야!"



쾅—!!



그리곤 곧바로, 거세게 문을 닫고 방 밖으로 뛰쳐나가버린 그녀. 그 뒷모습을 쳐다보던 의사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누구는 하기 싫어서 이러냐고.."



나풀나풀 날아오며, 얼굴을 덮은 처방전. 그것을 들어올려, 다시금 처방된 약을 확인하던 도중. 갑작스레 전화벨이 울린다.



[띠리리링—!]


딸깍—



"예 전화 받았습니다."



따로 올만한 연락이 있었나.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업무전화 일지도 몰랐기에, 벨이 울림과 동시에 전화를 받아든 그.



"..네?"



하지만, 그 다음순간 무엇을 들은 것인지. 헛숨을 들이킨 그는 곧바로 나갈채비를 하고는, 진료실을 나섰다.



[개인 용무로 자리 비움.]



팻말까지 걸어둔 채로.







* * *



* * *



* * *





"..썩을. 이것도 아니었나."



용무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한껏 어둑어둑해진 전경이 펼쳐져있다.


혹자가 보기엔 나름 낭만적이라거나, 운치있다고도 생각될 야경이었지만, 한껏 부분 기대를 안고있던 기회가 사실 허상이었다는 것을 막 깨달은 차 였기에,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부검결과는 단순 병사부터, 사고사, 외인사..."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 자신도 모르게 확신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리 면전에서 부정을 당해버리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인지, 몸이 축 늘어져서는 기운이 나질 않았다.


그냥 관성적으로 다시 병원으로 차츰차츰 걸음을 옮길 뿐이었지.



"인생.."



이제 정말로 포기해야 하는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전부 했다. 단순 진료부터, 심리치료 등등.

사형수에게서도 일어났던 이 저승사자 증상 반응을 바탕으로 서술된 경과 보고서 또한 전부 읽었고, 저승사자가 존재한다고 지목한 곳에는 열감지기를 비롯해 방사선 검사까지 싹 돌렸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시체엔 부검도 해보았고, 몇날 몇시 어디서 어떻게 왜 죽었는지 전부 낱낱히 파헤쳐봤는데.


정말 아무것도 건진게 없었다.



우발적인 죽음 등은 저승사자가 죽음에 관여 했다 할지 몰라도, 적어도 오늘 내가 본 사인들에는 직접적인 저승사자와의 상관관계가 전혀 없었다.



마치, 진실만을 담아야 할 보고서에 역주로 써놓은 그 장난같지도 않던 말. 


[정말 신이 보낸 사자가 아닐까 싶을정도로]


그 말이 정말 사실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었다.



"..그래. 이정도면, 열심히 했지."



그렇게, 이제 슬슬 마음을 접고, 지금 껏 추합한 정보들을 정리해서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다시금 띠리링 거리는 전화의 벨소리가 귀를 때린다.



"..전화 받았습니다."


[어, 잘 지내냐?]


"뭐야.. 왠일로 니가 전화를 다하고.."



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익숙한 친구의 것이었다. 예전에야 자주 놀곤 했던 친구지만, 요즈음 들어서는 바빠서 얼굴조차 못본 친구.



[제수씨는 잘 계시고??]


"뭔 개소리야.. 아. 지은이 말하는거냐?"


[이쯤되면, 결혼할때 됐지 새꺄. 니 나이가 이제 곧 서른이다.]


"..잔소리 할거면 끊어라. 형 머리아프다."


[뭐.. 요즘 그 떠들썩한거. 너도 거기 지원나가는거냐?]



이미 1주일 후 죽을 사람 앞에는 저승사자가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전국적, 아니 전세계적으로 퍼진 이후다. 


분명 나조차도 알게된지 이제 채 한달이 되지 않았건만, 소문은 생각보다 매우 빨리 퍼져나간 상태.



유행에 관심없는 이 친구가 알정도라면, 말은 다했지.



"..뭐, 비슷해."


[그래.. 화이팅해라. 나는 그쪽일은 잘 몰라서 뭐라 말은 못하겠고..]


"고맙다. 그래서, 그거 말하려고 전화한거냐?"


[아, 맞다.]



원래 하려했던 말을 떠올린 것인지. 하던 말을 끊고, 잠시 뒤에 말을 잇는다.



[아내가 그러던데, 오늘 제수씨 생일이라더라? 너 또 일만 하느라 까먹었을줄 알고 말해주려 전화했다.]


"..어. 그러고보니.. 3월 15일.. 이구나 오늘이."


[이새끼 반응이.. 설마.. 아니지? 이제, 오늘 2시간 남았다?]



그 말에 나는 휴대폰을 귀에서 떼어 시간을 확인했다. 9시 55분. 정말 그의 말대로 오늘은 고작 2시간 5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었다.



"..좆됐네. 야. 일단 끊을게. 고맙다. 담에 뭐라도 하나 살게."


[그려~ 빨리 쳐 뛰어라. 꽃이라도 하나 사가든가.]


"그래야겠다.. 끊어. 땡큐."


[오야~]



뚜륵—



꽃집이.. 어디있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요즘들어 계속 병원에만 박혀있었다보니, 주변 지리조차 잘 기억이 나질 않았던 터라, 먼저, 나는 재빨리 휴대폰을 켜 최대한 가까운 곳에 위치한 꽃집으로 향했다.



"..이걸로 하나 주세요."


"예~ 58900원 입니다."



그렇게 곧바로 고른 꽃은 라일락.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꽃이자, 그 향이 좋아 우리 병원의 방향제로도 사용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그녀를 처음 만났던 곳이 라일락 꽃이 활짝 폈던 곳이었으니. 내 기억에도 가장 잘 남아있는 꽃이었다.



"..그래도, 병원 바로 옆이라 다행이네.."



꽃을 들고 뛰기라도 했다간, 그 모양이 다 헝클어져 원체의 그 아름다움을 잃어버릴 터 였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꽃을 다 사고나니 시간은 어느새 10시를 넘어섰다.



"..어떻게 말해야 하지."



아까는 솔직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거의 2주 이상을 전념한 조사였음에도, 건진건 하나없이. 당시 들어왔던 환자들은 모두 1주일이 지난 후 모두 죽어가니까.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핀치에 몰린 상황이었다.


나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라는 근자감도 그 정신적 타격을 주는데에 일조하기도 했고.



"하아.."



어떻게 말을 건네어서, 토라진 그녀의 기분을 풀어줄까 고민하면서 걷기도 어언 5분이 지났고, 저 멀리 병원의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지금 시간이면, 모두 퇴근한지 오래고. 그녀만이 나를 기다릴 시간대.


혹여 오래 기다려 삐지기라도 했으면, 어쩌지. 라 고민 하며 점점 병원으로 다가서던 내 시야에 무언가가 잡히기 시작했다.



"..어? 네가 왜 여기에.."



분명 그녀는 지금쯤이면, 병원 안에서 tv를 보건, 책을 읽건 할 시간대였다.


근데, 어째서 그녀가.


병원의 입구에 쪼그려 앉아있는 것일까.



왠지모를 불안감이 느껴졌지만, 나는 일단 그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뭐해. 아무리 봄이라도.. 아직 밤은 쌀쌀한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지환아."



참고로 그녀는 나와 동갑이었다. 동창이기도 해서, 꽤나 오랜 시간을 붙어왔기도 한 우린, 병원이 아닌 밖에서, 단 둘이 있을때는 종종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던 터라, 그리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이상할게 있었다면 그녀의 분위기였을까.


그녀의 목소리는 얕지만 분명하게 떨리고 있었다. 최근들어 환자와의 면담을 수없이도 많이했던 나였기에, 정확하게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럼 무엇때문에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일까. 그것에 관해선 짐작가는 바가 없었다.



"너 좋아하는 꽃도 사왔으니까. 일단 들어가ㅅ—"


"나."



그녀의 고개를 들추자 보이는 눈가의 방울맺음. 연하지만 분명하게 붉은자국이 서린 눈가가 그녀가 이미 울고 난 이후임을 알려준다.



"너 울었."



울었어? 라 물으려던 내 목소리가 중간에 덜컥 하고 멈춘다.


동시에 심장도 덜컥하며, 가라앉는 것만 같은 감각에 몸이 살짝 휘청인다.



아니지. 아닐거야. 이상한 생각하지 말자. 오늘 환자를 너무 많이 마주해서 그런걸거야. 


라며, 스스로를 진정시켜봤지만, 그럴수록 머릿속에는 불안한생각만이 우후죽순 들어찬다.



"나..히끅..나 있잖아아.. 흡..나아아.."



그리고, 그렇게 간신히 급제동을 건 나의 부정적인 생각은 그녀의 울음이 터짐과 동시에 다시급 앞으로 나아갔다.


"아냐. 아니야.. 아니 그럴리가 없어. 네 몸상태는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고. 그런소리 하지 마 제발."


고개를 좌우로 휘저으며, 그녀의 눈을 마주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않다. 


"흡..흐으..으흑."


양손을 들어 귀를 막는다. 맘만같아서는 그녀의 입을 막고싶었지만.


그녀의 피부에 손이 닿으면, 무언가가 부러질 것 같았다. 지금까지도 간신히 버텼는데, 그것이 팽, 하고 끊어질 것만 같았다.


그저.


아냐, 아직 그녀는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하지않았어. 아닐거야.


라며, 스스로를 애써 다시금 진정시켰다.



"나아..저승사자가 보여.. 흐으..끄으읍.."



허나, 그런 나의 노력은 그녀의 입이 닫힘과 동시에, 그 파편조차 찾아볼 수 없을정도로 산산히 부서져버렸고.


동시에, 손에 들려있던 라일락이 땅으로 떨어진다.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풀린 것.


허나, 나는 그 꽃을 다시 줍지않고 그녀를 향해 다가가 그녀를 껴안았다.



"아냐.. 아냐 별일 없을거야..괜찮을거야..요즘들어..과로하니까. 피곤해서 그런..흐읍.. 그런거겠지."



그녀를 안정시켜야한다는 마음에 되도않는 말을 지어내본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진다면, 곧바로 그녀마냥 통곡을 해버릴 것만 같아 입술을 씹어 제정신을 차렸다.



"지환아아아아..나.. 흐끕.. 어..어떡해애.."


"아냐 괜찮아. 아냐.. 별일 없을거야. 제발.. 제발 괜찮을거야."


"나..나 죽기 싫어어어... 아..아직 너랑 결혼도 못했는ㄷ..흐끅.. 흐으으.. 으으윽."



그녀를 껴안으며, 계속해서 괜찮을거란 말만을 되풀이하는 내 눈에 어느 한 전광판의 글귀가 들어온다. 



[주 믿으면, 구원 있으리라.]



주. 


신의 뜻에 반기를 드려 한 내게 신벌이라도 내려진 것일까.


잘 모르겠다.


만약 신벌이라면, 왜 내가 아닐까.


한낱 피조물이 나대는 것에 대해 욱한 마음이라도 든 것이라면, 나에게 저승사자를 보내면 되는 것이지.. 


어째서 그녀에게 보내는 것인가.



"..괜찮아. 걱정하지마.. 괜찮을거야. 내가.. 내가 꼭 치료해줄게.."



이미 목에선 제대로된 소리조차 나오지 않아 다 쉬어빠진 바람소리로 그녀에게 말한다.



치료. 라기엔, 저승사자는 병이 아니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있는 나였지만.


너무나 병신같던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 외엔 해줄 수 있는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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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후는 이제 그걸 치료하기위해 별의별 지랄을 다해도 결국엔 치료자체가 성립되지가 않는 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된 의사.


그리고 그런 의사와 여자는 이별을 고하게되고.



여자가 죽은 바로 다음날 의사의 눈앞에도 그 저승사자가 보이게 되는거지


몇일정도 폐인처럼 살며 운명애 순응한듯이 살던 그는.


어느 특별한 사건을 기점으로 다시 그 연구를 이어나가게되고. 

(연구 1일차 _ 본문.)

(연구 2일차 _ 본문.)


결국엔 그 또한 그녀와 똑같이 1주일 후 죽음을 맞이하지만.(자살)



그가 남긴 여러 자료들은 저승사자가 보이눈 사람들을 위한 정책마련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고.



그 결과 레바가 그린 배경이 완성되는 것. 캬.. 상상딸딸이지만, 개재밋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