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세상은 파멸로 걸어들어가고 있습니다.


추축국이 승리하며 파시스트들이 그들 자신의, 다른 모든 이념에 대한 우월성을 증명했습니다. 유럽과 아프리카, 동아시아가 모두 파시스트의 손아귀 아래 떨어졌고, 그들은 그들이 하고 싶었던, 하려고 했던 모든 일을 해 낼 수 있었습니다.


지브롤터에 댐을 만들어 아틀란트로파를 실현했습니다. 나치 독일이 미합중국과의 우주 경쟁에서 승리하여 가장 먼저 달에 발자국을 남긴 독일인이라는 트로피를 쟁취했습니다. 일본 제국은 그들의 대동아 연합을 중국과 인도의 ‘일부’ 지역을 차지하는 광대한 영역으로 실현했습니다. 이탈리아는 중동으로 진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 모두가 웃고 있습니다.


루즈벨트가 당선되지 못한 미국은 세계대전에 너무 늦게 참전했습니다. 진주만 기습 이후 참전한 미합중국의 경이로운 공업력은 여전했지만, 유럽의 어두운 전황을 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영국이 무너지며 쫓겨나듯 도망친 미국에게 태평양 전쟁은 분명히 승산이 있는 전쟁이었습니다. 일본 제국의 공업력은 확실하게 미국보다 떨어지는 상태였고, 이오지마까지 밀어붙이기는 했으니까요.


하지만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던 모든 승리와 희망은 태평양 함대가 일본 제국이 진주만에 핵을 투하하면서 사라졌습니다. 태평양 함대의 대부분이 증발했고, 미국은 동과 서에서 모두 패배한 미국은 더 이상 전쟁을 이어나갈 수 없었습니다.


미국은 하와이를 포함한 태평양 속령들을 모두 양도해야 했으며, 심지어는 로스앤젤레스와 센프란시스코 항구에 조차지까지 설정해야 했습니다.


스탈린의 불행한 사고 이후 부하린이 집권했던 소련은 대조국전쟁의 가혹함을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소비에트 조국은 무너졌고, 모스크바는 이제 나치 독일의 통제 아래에 있습니다.


4조각으로 찢어진 소련에서 우랄의 서쪽, 서러시아에서는 조금 더 오래 독일에 대한 항전이 이어졌습니다. 승리가 코앞에까지 다가왔던 서러시아 소련군 잔당에 의한 서러시아 전쟁은 식팁카르 쿠데타에 의해 좌절되었고, 독일 제국을 어머니 러시아에서 몰아내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서러시아는 붕괴되어 나치 독일 부역자들, 붉은 군대의 잔당, 불안정한 민주주의자들의 혼돈에 가라앉았습니다.


서시베리아에서는 스탈린 수정주의자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들은 소련의 중공업화를 밀어붙이며 서러시아 전쟁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에트 주류에서 벗어난 스탈린 수정주의자들은 인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했고, 서러시아 전쟁 마저도 러시아의 패배로 끝나면서 불안정했던 서시베리아는 분열되었습니다.


부하린 체제 아래 시베리아 계획이라는 명분으로 집중 개발된 중앙 시베리아와 경제적으로 완전히 방치되었지만 소련 붕괴 이후 최고 소비에트 상임 간부회 인원들이 도주해 성립되어 정통성 부분에서는 든든했던 극동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은 독일의 루프트바페 절멸 폭격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므로 상황이 조금 나았습니다.


하지만 정당한 노동자 인민의 국가를 재건하고자 하는 겐리흐 야고다의 극동 소련과 부루주아 공화국인 중앙 시베리아 공화국은 서로를 용납할 수 없었고, 서로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전쟁 끝에 양 국가가 모두 붕괴되었습니다.


극동 소련은 백군 잔당을 앞세운 일본 제국의 침략으로, 중앙 시베리아 공화국은 오랜 전쟁을 참지 못하고 봉기한 아나키스트 반란군으로.


하지만 그것이 곧 파시즘의 세계 지배를 위한 길에 방해되는 모든 저항이 일소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미합중국은 그들의 산업력을 바탕으로 자유 세계를 규합시키며 다시 한 번 더 비상하기 시작했고, 옛 소련의 무덤에서 날뛰는 군벌들은 모두 각자 바라는 이상은 다르지만 전 러시아의 통일이라는 하나의 목적 아래 묶여있습니다.


결코 이 패배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 아래에서.


1962년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과연 2차 대전의 패배자들은 자신들의 정당한 몫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파시스트들이 패배자들의 발악을 다시 한 번 짓누르고 그들의 제국을 유지할까요?





주인공은 시우라는 이름의 한국인입니다.


뭐 환생 트럭도 안당하고, 죽지도 않고, 그냥 독서실에서 자고 있었는데 눈떠보니 서시베리아 평원 안쪽이더군요.



시우는 주변에 있던 술집으로 들어가서 정보를 확인해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뭘까요,


왜 지도의 러시아가 산산조각이 나 있을까요?


시우는 물어봅니다. 지금이 몇년도 인지.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세상에, 1961년이라니, 





시우는 이제서야 자신이 하던 대체역사 게임, The New Order 안으로 떨어졌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곳이. 소비에트 상임 간부회가 통치하는 이르추르크 지역이라는 점도 깨달았고요.


돈도 신분도 없는 그는, 한 가지 방법을 계획합니다.


"소비에트의 동지들이여! 지금 이 동방에서 온 청년이, 왜 제국주의가 그토록 사악한 것인지 알려줄 것이오!"



바로 독일의 히모씨처럼 술집에서 난동을 부르는 것이었죠.


다행히 성공하여, 시우는 최소한 이 지역 내에서는 '동지'라 불리며 주민들에게 신의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겐리흐 야고다의 철권통치에 맞선 반란이 일어나는데.


시우는 게임 속의 지식으로 인하여, 반란을 일으켰다는 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습니다, 



암울한 대체역사 게임이었던 The New Order 안에서 가장 선하고 희망적인 인물로 평가받았던 발레리 사블린이었죠.


시우는 자신이 세워놓은 인맥으로 사블린의 반란을 몰심양면으로 돕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올바른 길이고,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새롭게 도래한 ‘10월 혁명’이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시우와 사블린은 마침내 야고다에 맞서 승리합니다,



마침내 혁명이 성공하자, 시우는 점점 이상해져 갔습니다, 독일의 지도를 보면 치가 떨리고, 저 멀리 일본제국을 생각하면 울분이 터져나왔죠,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왜 자신에게 갑자기 이런 감정이 드는지, 분명 혁명때만 해도 일반적인 게임 빙의물처럼 그저 게임 인물 중에서 선한 이를 따라간 것 뿐인데, 분명 자신은 이걸 게임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말이죠.

아마도 혁명을 일으킬 때 보게 된 피와 시체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게임 빙의'라는 생각을 없애버린게 틀림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시우는 생각합니다.


"이건 현실이다. 그리고 나는, 저 찢어죽일 파시즘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려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세상이 망하든, 얼마가 죽든 상관없다, 오직 파시즘만, 파시즘만 이 세상에서 없어버리면 어떤 일을 하든 상관 없다."


그리하여 시우는 제 피의 고향인 조선 반도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제국은 물론 저 멀리 유럽에 있는 나치 독일, 한국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이탈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파시즘을 증오하게 되었습니다.



"이 전쟁은 궁극적으로는 이들에 맞선 성전이며, 따라서 이 성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자원은 역겨운 파시즘의 피조물이 아닌 한 그것이 무엇이든 이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유주의든, 아나키즘이든, 군국주의든!"



과연 공산주의 혁명이 아닌 '파시즘의 박멸'을 목표로 하는 시우를 러시아의 인민들이 지지할까요?


공산주의, 사회주의, 사민주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대체 무엇으로 자유민주주의에서 권위민주주의는 물론, 무정부주의와 군국주의까지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마지막 투쟁]이었습니다.


https://novelpia.com/novel/66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