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히어로란 것들이 싫어. 네 앞에서 할 말은 아니겠지만."


"그날은 넷째주 일요일 저녁이었어."


"가족끼리 치즈 퐁듀를 즐기기로 결정한 날이었지."


"오빤 바보였어. 늘 그렇듯."

"퐁듀에 빵을 그렇게 많이 떨군 사람은 우리 오빠 밖에 없을 걸."

"응? 너희 오빠도 비슷하다고? 그래 그렇다하자."

"어쨌든 그러다가 땅이 울린 거야."

"모든 것이 하늘로 솟구쳤어."

"퐁듀도, 퐁듀에 빠진 빵들도."

"엄마아빠도."

"그대로 엄마아빤 죽었어."

"아니었더라도 그 뒤를 생각하면 죽었을 거야."

"상황을 보러나간 오빠가 급하게 돌아와서 날 안았거든."

"날 보고 절대로 눈 뜨지 말라고 했어."

"너무 무서웠지."

"오빤 히어로가 어떻게든 해줄테니 걱정 말라고 했어."

"난 오빠 입장 이해해."


"오빤 로키란 외계인이 지구를 쳐들어왔을 때 그걸 목격한 세대잖아. TV로든, 뉴스로든."


"신임이 두터울만 하지."


"아니면 어린 애 안심시키려고 한 말일 지도 모르겠다."


"날 안고 그대로 어디론가 뛰더라고."


"오빤 열심히 뛰다가 갑자기 멈춰섰어."


"여기서부턴 나 혼자 가라고 했어."


"오빠 다리엔 피가 흥건했고."


"날 빵조각처럼 떨어뜨리면서 죽었어."


"난 울면서 그리 했고."


"오빨 죽인 깡통 녀석? 이름은 몰라."


"스타크에 의해 만들어졌단 거만 알아. 난."



"그래 생긴 건 딱 그렇게 생겼었어."


"너 그림 잘 그린다. 하긴 디자인이란 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부모님도 없고 마땅한 지인도 없고."


"난 그 상태로 빈민가를 전전했어."


"바닥에 떨어지는 빵쪼가리 먹고 살았어."


"퐁듀에 떨어진 빵조각을 먹을 줄은 알았어도 길에 떨어진 빵조각을 먹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학교가 의무교육인 게 다행이었지."


"밥은 나오니까."


"못해도 식수대에서 물배는 채울 수 있었거든."


"물론 그것도 휴일엔.... 어휴 다신 상상도 하기 싫다."


"애들은 나 싫어했어."


"냄새난다고."


"하수구냄새."


"나도 애들 싫어했어."


"... 거짓말이야. 사실 싫어하고 싶진 않았어."


"싫어해서, 싫어할 수 밖에 없게 된 거지."


"결국 길거리에 있는 시간이 학교에 가는 시간보다 많아지더라."


"오빠가 학교 땡땡이 치지 말라고 했는데."


"이런 세상이잖아."


"히어로를 감시하는 체제를 만들 생각은 해도,

피해를 따로 보상해줄 생각은 않는."


"이런 세상."


"나만 있는 건 아닌 모양이더라고. 피해자가."


"성질 괴팍한 노인네 하나 만난 적 있었는데."


"미친 채찍광 놈이 옳았다는 둥 횡설수설 헛소릴 하더라고."



"그 놈이 사진을 보여준 게... 그래 이거네."


"이반 뭐시기라고 했는데 사실 잘 기억 안 나."


"어차피 패배자야. 졌잖아."


"근데 마음엔 들더라고."


"스타크라는 죽음의 상인을 처단하려고 한 거잖아."


"응? 아니야? 몰라, 난 그렇게 기억했어."


"그래서 희망을 가졌지."


"얘도 부품은 전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거둔 거래."


"그래서 나도 폐품 이거저거 모았지."



"네까짓 게 스타크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냐고 다들 조롱했어."

"실제로도 그래보였고."

"그땐 아직 무기도 제대로 못 만들던 때였거든."

"원자로? 고백하건대 원자로는 별로 어렵지 않았어."

"이반이란 놈이 쓰던 원자로 모조품을 우연히 손에 넣었거든."

"그래도 힘냈어."

"스타크랑 똑같이 생긴 슈트로 스타크 가슴에 미사일을 박을 걸 생각하니까 잠이 안 오더라고."

"완성이 코앞일 땐 동네방네 떠들고 싶어지더라."

"겨우겨우 쓸 만한 슈트 하나 만드니까 어떻게 된 줄 알아?"

"아무 것도 못했어."

"결손 부위를 보강 하는 것도, 꿈에 그리던 복수를 하는 것도."

"먼지가 돼서 하늘을 날아다녔거든."


"돌아오니까 스타크는 죽었더라."


"간신히 첫단추를 꿰맸는데 저승으로 도망친 거야."

"눈앞이 깜깜해지더라고."

"내 인생은 헛산 거야."

"발상의 전환을 했어."

"내 인생을 망친 건 스타크 때문이었나?"

"다른 히어로의 책임은 없었나?"

"정말로?"

"생각해보니 아니었어."

"다 부수기로 했어."

"다."

"다 미웠으니까."

"그걸 위해선 당시의 슈트론 한계가 있었어."

"외계인들이나 방사선 괴물들은 못 이길 게 뻔했어."

"나랑 비슷한 깡통은 몰라도."

"그래서 비브라늄을 손에 넣기로 했어."



"비브라늄이 가장 많은 곳이 어디였던가."

"와칸다."

"그래서 너희 나라에 숨어들어간 거야."

"그러다 널 만난 거고. 슈리."

"피와 상처 투성이가 된 널."

"체포되고 나서 탈옥할 생각만 했어."

"그때 난... 살인만 생각했으니까."

"도둑질하고."

"간수 녀석이 입이 대단하더라."

"그 녀석이 얘기해줬어. 네 오빠며. 뭣이며."

"그 놈의 부활초인가 뭔가를 합성하려다 실패했단 것도."

"간수 혼내주겠다고? 그러지 마. 널 진심으로 걱정했어."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어."

"오빠랑... 퐁듀를 먹던 생각도 들고."

"마지막으로 퐁듀를 먹은 게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도 들고."



"석방은 길게 걸리지 않았지. 한 2주 걸렸던가?"

"다행히 그때까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걸로 되어있었으니까."

"그대로 돌아갈 수도 있었어."

"비브라늄은 못 얻었지만 내 깡통으로도 집에 돌아가는 정돈 어렵지 않았으니까."

"한데 다들 급하게 뛰더라고."

"그땐 단지 궁금해서 남았지."

"그리고 녀석이 왔어."



"그래 그 꼴뚜기."

"녀석이 네 엄마를 죽였잖아."

"오랜만에 감성적인 기분이 되더라고."

"빈민가를 돌면서 쇠쪼가리 모으던 시절도 떠올랐고."

"돌이켜 생각해 봤어."

"히어로들이 미운 건 사실이지만 블랙팬서가 내게 특별히 나쁜 짓을 했던가."

"소코비아 때도... 걘 뭔가 나쁜 짓 안했거든."

"누구처럼 살인 무기를 판매한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널 도운 거였지."

"새로운 도움엔 새로운 슈트가 필요했어."

"너도 날 받아들여 비브라늄 지원을 해줘서 제작 자첸 수월했지. "




"근데 막상 만들고보니 처음 디자인은 너무 뭐랄까...."

"내가 잘 아는 누군가 같았어."

"내가 증오하는 한 과학자 말이야."

"난 너를 돕기 위해 새로운 슈트를 만드는 거였잖아."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고."

"다시 만들었어."

"죽음의 상인 같지 않게."

"최대한 말랑말랑하고 무해해보이게."

"마침 tv에서 어린애들 보는 만화영화가 나오더라."

"디자인 고안하는데 큰 도움이 됐지."


"그래서 새롭게 만든 거야."



"아이언맨과 최대한 닮지 않게."

"말이 길어졌네. 내 이야기는 이래."

"그후는 슈리 너도 아는 그대로고."


*


챈 난리난 김에 휘갈겨보는 아이언하트 if루트.

이런 캐릭이었으면 어땠을까.

여기서 시작했으면 아이언맨 유품을 긴빠이치든 어쩌든 나쁘지 않은 캐릭터 되지 않았을까.

스파이더맨이나 워머신과의 관계도 흥미롭게 굴릴 수 있을 거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