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지직 -  

- 기록 시작 -

아, 아, 이거 녹화되는거 맞나? 맨날 헷갈려..

기록자 정하루, 3월 21일. 날씨 맑음. D+6천... 

아니다, 슬슬 일수 카운트는 안하는게 정신 건강에 좋겠다.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하지..

...음...딱히 얘기할 거리가 없네...

아! 그래, 그냥 첫날 얘기부터 하는게 좋겠다.


난 정하루, 환생 전과 후 모두 정하루야.

아, 환생 전 얘기부터 해야 했나..좀 길지만 하는 게 좋겠다.


2023년 3월 19일,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와는 다른 지구에 흔하디 흔한 한국의 남고생인 정하루가 있었어.


친구도 한 손 안에 꼽고 성적과 운동 능력도 그닥, 몇 년에 한 번 정도 4인 가족이 해외여행을 갈 정도로 꽤 잘 사는 집이긴 했지만 자수성가하길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로 재력에는 딱히 손길은 없던.

 

뭐, 설명은 길었지만 하여튼!

그냥 반에 하나쯤 있는 개아싸라고 봐줘. 

그런 개아싸인 나에게 딱 하나, 제일 소중했던 취미는 바로 웹소설 읽기야. 겜판, 탑등반, 로판, 무협, 빙의, 2차 창작, 하여튼 너무 천박한 게 아니면 다 읽는 잡식이었지.


고3이 된 후엔 성인이 된 형의 남친을 부모님 앞에서 모르는척하는 대신 19금 소설을 뚫을 계정과 구독비를 받아서 읽던 날도 있었어. 성인 소설 중에 제일 꼴렸던 건 역시 무선 오나- 아니다, 이거까지 얘기하면 너무 늘어지겠네.


슬슬 그런 소설을 읽던 나날은 왜 얘기하냐고 짜증낼지도 모르겠으니깐 이쯤할게. 중요한건 이 이후의 이야기니깐. 


내가 다니던 학교는 워낙 산길에 있던 곳이라 좁은 비탈길과 죽은 나무가 많았어. 밤길도 어두워서 밤에 에어팟 끼고 다니다간 길을 잃거나 옆에 지나가는 차에 맞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이젠 졸업한 형들이 알려줬지.


괴담 아니냐고? 아니, 이젠 확실해. 왜냐하면 내가 그 후자의 이유로 죽었거든. 그때 자주 읽던 웹소설의 더빙 버전이 생겼다길래 듣고 있다가 그대로 야근하고 집가는 선도부쌤의 차의 타이어에 발이 뭉개지고 구르고 절벽에서 떨어지고...  어우, 그때 난 시각 빼고 느끼는 감각이 없었다는게 더 무서웠어. 


그런 일을 겪고 난 마지막 순간에 난, 

어느 커뮤니티에서 본 뻘글이 기억났어. 


“죽기 전에 개쪽팔리는 뻘짓을 하면 치료받든 환생하든 살 수 있지 않을까? 간지나는 죽음 클리셰에 부딪혀보는거지. ”


뭐, 입도 안 열리고 오른팔도 절단된 흐물흐물한 몸이어서 뭘 할 여유는 없었으니깐 간단히 소원만 빌어보기로 했어.


“아무런 특전 없어도 되니깐...금태양만 허락하는 여친을 만나는 세계여도 되니깐..게이 소굴이어도 되니깐..이세계 전생..부탁드립니다..”


사실 게이 소굴은 취소하고 싶긴 했는데...개쪽빨리고 천박한 뻘짓이기엔 충분할거 같아서, 또 더 머리가 돌아가지도 않아서 소원은 거기서 멈췄어. 워낙 말도 안되는 소원이었지만, 내가 환생 전에 기억나는 순간은 그게 끝이고, 그 뒤엔 여기에서의 기억만 나.


음.. 그래, 이젠 두 번째 삶 얘기를 해야겠네. 

어디서부터 해야...


아씨 잠만, 침입자들이다! 벌써 여기까지?! 

오늘의 생존록은 끝낼ㄱ-


 - 기록 종료 -